서울성락교회 신도가 최근 방송에 나와 김기동 목사에게 성폭력을 당했다고 폭로해 파문이 일고 있다. 사진은 서울성락교회 신길본당 전경.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3.7
서울성락교회 신도가 최근 방송에 나와 김기동 목사에게 성폭력을 당했다고 폭로해 파문이 일고 있다. 사진은 서울성락교회 신길본당 전경.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3.7

피해자들 “2차 피해 우려” 방송서 실명 공개하며 사실 폭로
교개협 “‘주께 용서받았다’ 피해자에 또 상처 줘” 사퇴 촉구
교회측 “전혀 사실무근 오히려 협박” 의혹 부정… 法소송 중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미투(#Me too. 나도 당했다) 운동이 사회 전반을 뒤흔드는 가운데 종교계에도 그 여파가 급속히 번지고 있다.

서울성락교회 김기동 목사의 성폭력 의혹이 방송을 타면서 충격을 안겼다. JTBC ‘뉴스룸’이 최근 김 목사로부터 성폭력을 당한 신도가 100명 중 6명꼴이라고 보도해 파문이 일고 있다. 방송에 나온 피해자 3명 중 한 명은 직접 실명까지 거론하며 사안의 심각성을 알렸다. 그는 김 목사의 성추행 범죄가 일방적 모함이나 단순 의혹이 아니라고 주장하며 피해 사례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지난해 12월 김 목사를 강제추행 혐의로 고소한 이진혜씨는 방송에 나와 억울함을 호소했다. 20년 동안 성락교회를 다닌 이씨는 “목사님이 다리를 쫙 벌리시고 저를 의자로, 다리 사이로 끌어당기시면서 스무스하게 내려가서 배를 집중적으로 막 만지시더라. 주무르기도 하고 쓰다듬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피해자들이 2차 피해에 시달리는 것을 보고 가만히 있을 수 없어 인터뷰에 응했다고 했다. 이씨에 따르면 성락교회는 성폭력 피해자 가족의 자식들 개인 신상까지 다 공개했다. 또 피해를 당한 신도들은 ‘꽃뱀이다’ ‘의도적으로 접근을 했다’ ‘하나님을 욕보인 저주받은 애들이다’ 등 근거 없는 비난으로 2차 피해의 고통에 시달렸다.

김 목사에 대한 성폭력 의혹이 제기되자 교회개혁협의회 법무팀은 설문 조사(지난해 11월)를 벌였다. 응답자 중 5.9%는 성추행과 성폭행을 당한 장소가 ‘교회’라고 답했다. ‘누구에게 피해를 당했냐’는 질문에 응답자 13명은 담임감독인 김기동 목사를 꼽았다.

교회개혁협의회(회장 장학정 장로)는 지난 7일 서울 상암동 상암문화광장 앞에서 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집회를 가졌다. 이들은 미투 운동에 대한 지지와 폭로자들의 2차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위드 유(With You)’를 선언했다. 교개협은 한국여신학자협의회 산하 기독교여성상담소와 함께 피해자들의 치유와 회복을 돕고 있다.

교개협 윤준호 교수는 김기동 목사를 향해 “피해자들에 대한 진정한 사과 없이 ‘하나님께 용서받았다’는 말로 피해자들에게 두 번 상처를 주지 말라”고 비판하며 “김 목사의 성범죄를 비롯한 각종 불법행위가 불분명한 이유로 불기소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우려했다. 또한 “지난해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 후 피해자들에 가해진 2차 피해가 심각한 수준이다”며 “(방송에 나와 피해사실을 알린) 이진혜씨를 비롯해 용기를 내준 성도들의 보호와 위로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교개협 측 한 신도는 “김 목사의 성폭력 피해자 중 한 명은 당시 여고생인 미성년자라, 충격을 받았다”며 “또 (김 목사는) 한 달 사례비를 수천만원을 받아 생활했다. 신도들은 해마다 헌신하며 열심히 신앙생활을 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목사는 개인재산을 엄청나게 축적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서울성락교회 김기동 목사. (출처: 서울성락교회 홈페이지) 2018.3.8
서울성락교회 김기동 목사. (출처: 서울성락교회 홈페이지) 2018.3.8

김기동 목사 측은 모든 의혹을 부정하고 있다. 피해자들의 성폭력 주장에 대해선 “전혀 사실무근이며, 오히려 협박을 받고 있다”고 반박했다. 또 교개협에 대해 “성락교회 내에서 허가 없이 설립된 불법 단체다. 집회 역시 확인되지 않은 사실들로 의혹만 무성하게 퍼뜨리는 부당한 집회”라고 말했다.

김 목사 측은 “모든 강제추행 사건은 무혐의(증거불충분) 불기소처분됐다. 재정비리 형사 건도 무혐의·불기소로 결정됐다”면서 “김 목사에 대한 X파일은 허위 사실이고, 교회 재산 탈취를 위한 거래 목적의 협박수단”이란 주장을 펴고 있다.

교개협은 김기동 감독직무 집행정지가처분(항고), 감독지위 부존재 확인소송 등 교회 측과 법정 다툼 중이다. 법원의 판결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편 교개협은 오는 21~23일, 25일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신길본당에서 개혁 1주년 예배와 ‘동행’ 기념 사진전을 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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