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가인 박건웅씨가 독립운동가 양우조·최선화 부부와 딸 제시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 ‘제시이야기’를 들고 사진을 찍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3.1
만화가인 박건웅씨가 독립운동가 양우조·최선화 부부와 딸 제시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 ‘제시이야기’를 들고 사진을 찍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3.1

인터뷰 역사 만화가 박건웅씨 

독립운동가 육아일기 ‘제시이야기’로 이들의 평범한 삶 담아
환국 때까지 양우조·최선화 부부와 딸 제시 이야기 담겨

“평범한 개개인이 독립운동에 참여한 역사 잊지 말아야
3.1절 맞아 역사 떠올려야 역사적 장소도 지켜내야 해”

[천지일보=장수경 기자] 민족의 독립의식을 고취시킨 ‘3.1운동’. 1919년 3월 1일을 시작으로 일제의 강압적 탄압에 저항하고 나라를 되찾기 위한 움직임이 이어졌다. 3.1운동 직후 노령과 서울, 상하이에 임시정부가 조직됐다. 이를 통해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 독립운동의 조직적인 활동이 시작됐다. 중국 상하이 임시정부는 항저우(1932), 전장(1935), 창사(1937), 광저우와 류저우(1938), 치장(1939), 충칭(중경, 1940) 등지로 청사를 옮기며 독립운동을 전개했다.

독립운동을 위해 목숨 바친 사람들은 어떤 특별한 직책을 가진 이가 아니었다. 누군가에게는 아버지이자 남편이고, 또 아내이기도 한 그저 평범한 사람이었다.

중국 상하이 임시정부를 중심으로 활동했던 독립운동가 양우조·최선화부부도 마찬가지였다. ‘제시’라는 딸을 둔 부모로서 아이와 함께 독립운동의 여정을 함께 했다.

이 같은 이야기를 만화 ‘제시이야기’로 그려낸 박건웅(46) 작가는 “평범해서 더 특별하다”고 말했다. ‘제시이야기’는 1938년 중국 창사에서 시작돼 광복 후 환국할 때까지 8년간 이어진 일기다. 양우조, 최선화 부부의 성장과 가족사를 중심으로 한 육아 기록이지만 당시 임시정부 가족들의 생활상과 독립운동가의 인간애, 해방의 감격을 녹여내고 있다.

중일전쟁이 발발한 1937년 12월, 양우조·최선화 부부가 창사에 도착한 후 이듬해에 제시는 태어났다. 아이가 자랐을 때 조국이 세계 속에서 당당하게 제 몫을 하길 바라는 마음과 아이가 여러 나라 사람들 사이에서 한국인으로서 활약하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하기 위해 제시라고 이름 지었다.

중경임시정부청사 앞에서 귀국을 앞두고 찍은 임시정부요인들과 한국독립당원들 (출처: 만화가 박건웅씨)ⓒ천지일보(뉴스천지) 2018.3.1
중경임시정부청사 앞에서 귀국을 앞두고 찍은 임시정부요인들과 한국독립당원들 (출처: 만화가 박건웅씨)ⓒ천지일보(뉴스천지) 2018.3.1

박 작가는 “당시에는 가족을 고향에 두고 독립운동에 뛰어든 인물도 있고, 아이를 데리고 여정을 떠나는 분도 있었다”며 “양우조·최선화 부부는 제시를 안고 피난의 여정을 떠나는데, 그 과정을 보면 자식은 하나의 생명이 아니라 조국과도 같은 의미로 보인다”고 말했다.

당시 임시정부 안에서 아이는 귀했다. 독립운동 중 아이를 낳고 기르는 것은 매우 신중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공습의 위험 속에서도 제시는 무럭무럭 잘 자라고 있었다. 그런 제시를 독립운동가인 김구 선생도 좋아했다.

한편으로는 양우조·최선화 부부는 제시에게 미안해했다. 박 작가는 “시대적으로 전쟁이 계속 이어졌다. 어른들은 아이에게 더 좋은 환경을 만들어줘야 함에도 그러지 못해 죄책감 내지는 책임감을 가졌던 듯하다”고 말했다. 친구를 사귀고 즐거워야 할 때인데, 제시는 태어나자마자 처음 보고 느낀 게 전쟁과 피난이었다. 날마다 폭탄 소리도 들어야 했다.

박 작가는 “부모는 아이에게 고향 산천의 새소리, 바닷소리, 소복소복 속삭이는 정다운 이야기를 들려줘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얼마나 안타까워했을까”라며 아쉬움을 표현했다. 작품은 수많은 역경을 겪고 광복을 맞아 환국하는 것으로 마무리 된다.

박 작가는 광복을 맞이할 수 있도록 계기가 된 독립운동의 시작인 3.1운동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힘줘 말했다.

박건웅 작가가 제시이야기를 펼쳐보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3.1
박건웅 작가가 제시이야기를 펼쳐보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3.1

그는 “기억하기 위해 싸운다는 말도 있는데, 사람들은 어느 순간 3.1운동 등 잊지 말아야 할 역사적인 날을 잊어 버린다”며 “독립운동사도 그렇고 지금 우리나라를 지키기 위해 힘써온 분들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슴 아픈 사건 또한 모두 우리 역사이기에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강물이 흐르듯 역사는 지금도 계속 흐르고 있으며, 앞으로의 역사를 위해 오늘날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작가는 “상하이 임시정부를 중국은 문화재로 보호할 정도로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의 역사적 장소를 지키는 데 소홀히 하고 있다”며 “훗날을 위해 친일청산도 우리가 풀어나가야 할 과제”라고 언급했다.

이어 “3.1절을 맞아 독립운동을 떠올리고 앞으로도 역사를 잘 지켜나가야 한다”라며 “어느 특별한 사람이 아닌 개개인이 하나 돼 함께 역사를 지키는 것이다. 그래야 진정한 광복과 평화를 맞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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