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오후 서울 광진구 중곡동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에서 천주교주교회의 의장 김희중 대주교가 ‘한국 천주교 사제의 성폭력 사건에 대해 사죄하며’란 제목의 담화문을 발표한 뒤 허리숙여 사과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2018.2.28
28일 오후 서울 광진구 중곡동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에서 천주교주교회의 의장 김희중 대주교가 ‘한국 천주교 사제의 성폭력 사건에 대해 사죄하며’란 제목의 담화문을 발표한 뒤 허리숙여 사과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2018.2.28

수원교구 한모 신부 성폭력시도 고개 숙여 사과
“참담한 심정, 징계절차 진행… 재발방지 약속”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 김희중 대주교가 수원교구 소속 한모 신부의 여신도 성폭력 사건을 공개적으로 사과했다.

28일 오후 3시 서울 광진구 중곡동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김희중 대주교는 “이번 사건을 접하고 참담한 심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며 “성폭력 피해자와 그 가족은 물론 사제들에게 실망과 분노를 금치 못하는 모든 분께 진심으로 사죄드린다”고 90도로 허리를 숙였다.

김 대주교는 “독신의 고귀한 가치를 지키며 윤리의식과 헌신의 종교적 표지가 돼야 할 사제들의 성추문은 실망스럽고 부끄러운 일”며 “이는 천주교회가 안일하게 살아온 부끄러운 모습을 보여 준 것이다. 질책을 달게 받겠다”고 말했다.

이어 교황청 지침에 따라 사제의 성추문 징계 절차와 함께 진상 조사도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 대주교는 “사제들의 성범죄에 대한 제보의 사실 여부를 철저히 확인할 것”이며 “교회법과 사회법 규정에 따라 엄중하게 처벌할 것”이라고 밝혔다. 천주교 수원교구는 한모 신부의 성무(성직지가 행하는 모든 활동)를 곧바로 정지시키고 정직 처분을 내렸다.

그는 “한국 주교단은 사제 영성의 강화와 교육은 물론 사제 관리 제도의 보완과 개혁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해 대응책을 마련해 나갈 것”이라고도 밝혔다.

끝으로 김 대주교는 “저희 주교들과 사제들은 하느님께서 선사하신 고귀한 여성의 품위를 교회와 사회 안에서 온전히 존중한다”며 “특별히 사제의 성범죄로 고통받는 분들에게 최선의 도움을 드릴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겠다”고 약속했다.

정직 처분을 받은 한모 신부의 조치에 대해 솜방망이 처벌이 아니냐는 지적에 김 대주교는 “법적 절차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강도를 높일 수 있다. 하나의 과정으로 봐달라”고 해명했다.

오는 3월 5∼9일 국내 16개 교구 주교들이 참석하는 ‘한국천주교주교회 2018년 춘계정기총회’에서 이와 관련한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김희중 대주교의 사과문 발표 자리에는 한 신부가 소속한 수원교구 관계자들은 참석하지 않았다.

최근 수원교구 신도 김민경씨가 지상파 방송에 나와 지난 2011년 아프리카 남수단 선교 봉사활동 당시 한모 신부로부터 성폭행을 당할 뻔했던 사실을 폭로해 충격을 줬다.

앞서 26일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수원교구 한모 신부에 대한 내사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한 신부 사건과 관련해 피해 여성 신자가 진술한 범행 시점과 장소, 내용 등이 비교적 구체적이어서 수사 검토 대상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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