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27법난 기념관이 세워지는 조계사 인근 부지. 법난 기념관은 크게 2개동으로 세워질 예정인데 이 가운데 1동 예정지 3574㎡ 중 사유지가 75.5%, 서울시 땅이 7%이다. 2동 예정지 926㎡는 100% 사유지다. 사진은 1동 예정지의 모습. ⓒ천지일보(뉴스천지)

4년간 국가 예산 1513억원 지원
국내 다른 기념관 대비 최대 10배
“사업 재검토 또는 전액 삭감해야”

[천지일보=황시연·백지원 기자] 부진한 예산집행으로 예산결산특별위원회(예결위)의 지적을 받은 10.27법난 기념관 사업은 초기부터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2015년부터 2018년까지 기념관 건립을 위해 투입되는 1670억원 중 90%인 1513억원을 정부가 지원한 데 대해 특혜 논란과 종교편향 문제가 불거졌다.

국내 다른 기념관과 비교해도 너무 큰 예산인 데다 그 금액 절반이 조계사 인근 토지 매입에 사용되기 때문이다.

1500억여원이 넘는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사업이지만 예비 타당성 조사도 거치지 않았다. 보통 나라의 예산이 사용되는 경우 예비 타당성 조사를 거쳐 사업의 적정성을 검토한다. 하지만 법난기념관은 지난 2008년 제정된 ‘10.27법난 피해자 명예회복 등에 관한 법률(특별법)’에 따라 진행되는 사업이라는 이유로 여기서 제외됐다. 예산 사용에 대한 세부적 평가 없이 혈세 1500억여원이 나가게 되는 셈이다.

이처럼 많은 세금을 쏟아붓게 된 배경에는 기념관 위치의 영향이 크다. 기념관이 세워지는 조계사 일원은 서울 중심부에 있다. 이 때문에 토지 매입을 위한 용지보상비가 막대할 수밖에 없다. 전체 예산 1670억원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760억여원이 기념관 부지 매입에 배정됐다.

◆사업방식 두고 ‘특혜 논란’

사업 방식을 두고 특혜 논란도 일고 있다. 이번 사업은 조계종이 토지보상비로 받아 산 땅을 국가에 돌려주는 기부채납 방식을 취했다. 국고로 민간보조사업에 토지를 매입해주는 전례가 없는 탓에 나랏돈으로 사유지를 사서 다시 국가에 기부채납하는 편법을 취한 것이다.

기부 채납 방식이긴 하지만 엄청난 규모의 국민세금을 투자해 민간에 토지를 매입해준 전례가 없는 탓에 특혜 논란이 불거졌다.

이 같은 논란에 대해 10.27법난피해자명예회복심의위원회(위원회) 측은 과거 “단순한 종교단체 지원 사업이 아니라 특별법에 근거해 과거사 정리 차원에서 추진되는 사업으로 특정 종교에 대한 특혜지원이 아니다”고 반박한 바 있다.

또 부지매입으로 많은 돈이 들어가는 부분에 대해선 “사업의 특수성에 비추어 볼 때 부지매입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부지를 매입하려는 지역이 10.27법난의 상징적 공간이자 한국 불교의 중심적 위치이기 때문이라는 게 위원회 측의 설명이다.

한편 기독교계에서는 특정종교 시설을 위해 국고가 투입되는 점을 문제 삼아 종교편향 논란까지 제기했다.

◆올해 다른 종교시설 대비 최대 316배

위원회의 주장처럼 특정 종교가 아닌 과거사 관련 기념관이라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예산이 많다는 지적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기존 국내 다른 기념관과 비교하면 법난기념관에 책정된 예산액은 3~10배 수준으로 매우 많다.

2015년 한국개발연구원(KDI)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4년 건립된 거창사건 추모공원의 경우 사업비로 총 192억 8200만원이 투입됐고, 지난 1999년 건립된 민주항쟁기념관은 160억원, 동학농민혁명 기념공원은 국비 383억원이 책정됐다. 아울러 지난 2008년 세워진 제주 4.3평화공원도 국비 592억원이 투입됐다.

또 기념관 예산이 배정되는 문화체육관광부 종교문화시설 건립 관련 전체 예산 대비 차지하는 비중 역시 매우 높다.

예결위 심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독교·불교·천주교 등 종교문화시설 건립에 책정된 예산은 총 329억 5000만원이다. 이 가운데 법난기념관 건립 지원금으로 60.7%인 200억원이 책정됐다. 더구나 올해는 전체 예산 709억여원 가운데 632억 9200만원이 기념관 건립 지원에 배정됐다. 무려 90% 수준이다.

▲ 2016년 문체부 종교문화시설 건립 예산 비중. 총 709억원 7200만원 중 10.27법난 기념관에 배정된 예산이 89%에 달한다. 나머지 10여곳을 합한 금액이 11%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올해 다른 종교문화시설에 책정된 예산을 보면 천태종 전통문화유산 전승센터 15억원, 원불교 역사문화기념관 13억여원, 김수환 추기경 ‘사랑과 나눔’ 공원 11억 5000만원, 프란치스코 교황 성하 한국방문기념문화전시관 건립으로 10억원 등이 배정됐다.

이 외에도 마곡사 전통문화체험관 9억원, 순천선비문화체험관 건립 5억원, 전주 치명자성지 세계평화의 전당 5억원, 호국의 승군 기념관 건립 3억원, 배티 세계순례 성지 조성 2억 5000만원, 유교의 충청유교문화원 건립 2억원 등이 책정됐다.

다른 종교문화시설 대비 적게는 42배, 많게는 316배가량 많은 예산이 법난기념관 건립에 책정되면서 예산 대부분이 불교 관련 시설에 배정된 셈이 됐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연구위원은 “종교단체를 위한 국가사업이 아니라 종교단체가 사용하는 시설에 국가 세금으로 땅도 사고, 건물도 사서 이를 종교단체에 기부하는 형태인데 국가예산으로 1500억원 단위 규모를 기부하는 건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 연구위원은 또 “다른 종교 단체로 확산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천주교나 기독교나 불교계 천태종 등이 나름대로 명분을 내세워서 지원받아야 한다고 했을 때 막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업은) 처음부터 재검토가 이뤄지거나 전액 삭감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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