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간의 추석명절 연휴가 끝났다. 많은 귀성객들이 고향 또는 부모님이 계신 곳을 다녀오면서 교통체증 등으로 고생했지만 그래도 마음 한구석엔 가족과 함께 명절을 보냈다는 넉넉함이 남아 있을 것이다. 매년 추석을 지낸 후 언론이나 여론에서는 으레 정치인들의 행보에 관해 자세히 보도하고 있는데 올해도 예외가 아니었다. 특히 대선이 있기 전 해의 추석에 누가 대선 주자로서 국민들에게 인기가 많은가가 다음 대선 영향력을 미치는 바로미터가 된다고 하여 여야 잠룡들의 일거수일투족에 대한 관심사를 쏟아내고 있다.
오랜만에 가족친지들이 추석밥상에 모였다 해도 세상만사가 순조롭고 마음이 편해야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눌 수가 있다. 올 추석에는 경제적 어려움이 지속되는 가운데 지난 9일, 북한의 5차 핵실험으로 사회분위기가 뒤숭숭한데다 경북 경주에서는 역대 최고 5.8 강도의 지진이 발생했다. 그 이후 350회가 넘는 여진이 발생하다보니 올 추석에는 대선 주자, 정치테마에 관한 화제보다는 북한 핵실험 이후의 안보 걱정, 지진발생에 따른 국민안전처의 늦장 대응 등 민생 문제에 격정이 주류를 이뤘다. 한가로이 정치이야기를 할 계제가 아니었음은 분명했다.
국민안전처의 경주지진 피해 잠정 결과에서 ‘부상자 22명, 재산피해 1035건’에서 나타나듯이 역대 최고 강도의 지진이었지만 진앙지가 지하 15㎞ 부근에서 발생됐음은 그나마 다행한 일이다. 하지만 이번 지진발생에서 보여준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은 국민들의 분노를 자아내게 했다. 지진발생 후 국민홍보 늦장 통지도 말썽을 일으켰지만 국민안전처의 지진관련 예산이 10억원에 불과하다는 사실에서 지진 무방비상태라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경주지진 발생에 대응한 정부의 재난대비는 곳곳에서 허점을 드러냈고, 정부의 재난관리 신뢰도는 땅에 떨어졌다. 국민 불안이 없도록 정부는 늑장 대응 등 실정을 반성하고, 여러 가지 문제점에 대해 철저히 분석해 앞으로 발생 개연성이 더욱 높아진 대형지진에 대비해 실제적이고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 대책에는 건축물 내진 설계 의무와 함께 지진발생 빈도수가 높은 동해안에 집중된 원자력발전소의 안정성 문제와 신설 원전에 대한 재론도 포함돼야 할 것이다. 이번 경주지진을 통해 ‘대한민국이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다’는 사실이 증명됐다. 북핵, 지진 등 이런 근심 저런 걱정으로 정치 화제가 뒷전으로 밀린 올 추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