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대입개혁안 본격 가동
AI평가체제 공정성 제고
지역시범확산 성과 가속

ⓒ천지일보 2025.11.26.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천지일보 2025.11.26.

[천지일보 경기=김정자 기자] 경기도교육청이 AI 기반 서·논술형 평가를 중심으로 미래 대학입시 개혁을 본격 추진하고 있다.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은 서·논술형 평가 확대와 인공지능(AI) 평가시스템 ‘하이러닝’을 미래 대입체제 전환의 핵심 도구로 소개하며 “AI 평가는 학생 성장을 돕고 입시 중심 교육을 본질 회복의 길로 이끌기 위한 노력”이라고 강조했다.

임 교육감은 “AI 서·논술형 평가 활용 사례를 토대로 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대입 개편을 빠르게 결론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경기도교육청은 ▲미래 대학입시 개혁안 추진 ▲논술형 평가 확대 ▲AI 채점 시스템 운영 ▲교원 역량 강화 등을 축으로 교육대전환을 준비하고 있다.

◆미래대입체제 개편 청사진

경기도교육청은 올해 1월 ‘교육 본질 회복을 위한 미래 대학입시 개혁안’을 발표한 뒤 수능·학생부·전형 방식 등 입시 전반의 재구조화 방향을 연구해왔다. 단기적으로는 현행 수능 체제를 유지하되 시험 시기를 9월로 앞당기고 일부 과목에 서·논술형 평가 도입을 제안했다. 이는 암기형 평가 중심의 구조에서 벗어나 학생의 사고력·문해력·표현력을 반영하겠다는 취지다.

장기 개편안은 더 구조적인 변화를 담는다. 수능을 수능Ⅰ(공통과목)·수능Ⅱ(선택과목)로 이원화해 기초 학업성취와 고급 사고력을 단계별로 평가하는 방식이다. 고교 단계에서 기초 역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심화 과목은 학생 선택에 따라 고차 사고력을 평가하도록 구성했다.

또 공정성과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 AI 기반 평가를 단계적으로 도입하고, 전문 평가단을 구성해 교사·대학·전문가가 함께 평가체제를 설계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도교육청은 교육부·국가교육위원회·대학과 협의를 거쳐 이 연구 결과를 2030년대 초반 대입 개혁에 반영한다는 목표다.

◆학생부기록체제 혁신 시동

학생부는 ‘역량 중심 자동 기록 체제’로의 전환이 제안됐다. 교사가 나이스(NICE)에 평가계획을 입력하면 수업 중 학생의 성취 수준을 체크하는 과정이 곧바로 학생부 ‘세부능력특기사항’과 연동되도록 하는 구조다.

기존에는 교사가 수업 후 개별적으로 기록을 작성해야 해 누락·편차·부담이 컸다. 새 체계는 공정성·일관성을 높이면서도 교사의 기록 업무를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대입전형에서도 수시·정시 통합 전형체계가 검토되고 있다. 내신·학생부·수능을 종합 평가하고 고3 2학기 성적까지 반영해 교육과정이 왜곡되지 않도록 하는 방향이다. 고교 3학년 후반부가 입시 준비 시간이 아닌 ‘진짜 수업 시간’이 되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25일 경기 화성시 봉담고등학교 1학년 8반에서 교사가 하이러닝 AI 서·논술형 평가 시스템을 활용한 한국사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5.11.26.
25일 경기 화성시 봉담고등학교 1학년 8반에서 교사가 하이러닝 AI 서·논술형 평가 시스템을 활용한 한국사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5.11.26.

◆논술확산으로 평가혁신 구축

경기도교육청은 결과 중심에서 과정 중심 평가로 전환하기 위해 논술형 평가를 적극 확대하고 있다. 학생이 스스로 사고 과정을 구성하고 글로 표현하는 능력을 강화하는 것이 목적이다.

이를 위해 도교육청은 ‘경기 논술형 평가도구’ 10종을 개발했다. 문제 상황 제시–자료 탐색–논리 구성–표현–성찰의 흐름을 따라 학생의 사고력을 체계적으로 확장하도록 설계된 평가도구다.

학교당 1명 이상을 ‘논술형 평가 핵심교원’으로 양성해 각 학교에서 평가혁신을 이끄는 중심 역할을 맡기고 있다. 교사들이 공동으로 문항을 개발·검토하면서 학교 내 평가전문성도 높아지고 있다.

◆하이러닝시스템 현장 확산

‘하이러닝 AI 서·논술형 평가시스템’은 채점 일관성과 평가공정성을 높이는 핵심 도구다. 시스템은 ▲교과 성취기준 기반 AI 채점 ▲학생 손글씨 답안의 AI 텍스트 변환 ▲채점·피드백의 전 과정 자동화 등 기능을 갖췄다.

학생 답안을 디지털로 변환한 뒤 평가요소에 따라 AI가 점수·잘한 점·보완점 등을 제시하면, 교사는 이를 검토·보완해 최종 피드백을 제공한다. 채점 업무가 큰 폭으로 줄어들면서 교사는 수업 설계와 개별지도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할 수 있게 됐다.

AI 채점 결과는 교사 채점과 높은 일치율을 보였으며 교사·학생 모두 공정성·효율성 향상에 긍정적 반응을 보인 것으로 조사됐다.

◆화성오산 시범운영 성과 가속

하이러닝 시스템 확산에는 화성오산교육지원청이 중심 역할을 맡고 있다. 이솔초·기안중·봉담고를 포함해 도내 17개 시범운영연구회 학교가 참여하며 실제 수업과 평가에 AI 시스템을 적용하고 있다.

각 학교는 성과 사례를 정리해 공유하고, 교육지원청은 실습형 연수·맞춤형 컨설팅 등을 지원해 시스템 활용도를 높이고 있다. 특히 ‘2025 화성오산 AI 서·논술형 평가 콘퍼런스’를 통해 교사 간 협력 기반을 강화하고 현장의 공감대를 넓혔다.

AI·논술형 평가 정착을 위한 교원 연수도 대규모로 확대되고 있다. 주요 연수는 ▲논술형 핵심교원 양성 730명 ▲AI 리더교사 양성 173명 ▲AI 실습형 평가교사 4500명 등이다.

11월 기준 도교육청이 주관한 연수에는 8900여명의 교사가 참여했다. 도교육청은 “AI는 평가를 돕는 도구이며 최종 교육적 판단은 교사에게 있다”며 “역량 기반 평가가 교실에서 작동하도록 교원 전문성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수업을 진행한 교사는 “AI 평가를 적용하면서 채점의 명확성과 일관성이 높아지고 루브릭 설정도 한층 체계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다만 AI가 제공하는 피드백이 다소 단편적이어서 향후 티칭형 피드백으로 보완할 필요가 있다”며 “AI 도입으로 채점 시간이 크게 줄어들어 2차 피드백까지 가능해지면서 학생 개별 성장 지원도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AI 기반 학습 활동에 참여한 한 학생은 “교과서를 글로만 볼 때보다 이미지와 함께 설명을 접하니 훨씬 쉽게 이해됐다”며 “이번 활동이 수업 경험에도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다만 “AI 이미지 생성 프롬프트는 난이도가 높아 익숙하지 않은 학생에게는 여전히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전했다.

경기도교육청은 서·논술형 평가와 AI 기반 평가체제가 학교 현장에 안착되면 미래 대학입시 개혁의 실질적 기반이 마련될 것으로 보고 있다. 향후 수능·학생부·전형 개편 논의와 병행해 공교육 정상화와 학생 성장 중심 교육의 전환을 더욱 가속할 계획이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제보하기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