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이 24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사건 속행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이 24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사건 속행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지난 24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재판에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증인으로 출석한 가운데 여 전 사령관이 작성한 메모가 공개됐다. 해당 메모에는 ‘김현지, 강위원, 정진상, 이석기’라는 4명의 인물 이름이 적혀 있었다.

윤 전 대통령 측 변호인은 “김현지·강위원·정진상은 이재명 대통령 측근이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문제있다고 한 사람을 적어놓았다고 군검찰에서 말한 걸 인정하는가”라고 물었고 여 전 사령관은 “네”라고 답했다. 여 전 사령관이 법정에서 메모를 작성한 이유를 밝히진 않았으나 방첩사가 간첩이나 공작원을 파악하고 수사하는 기관이라는 점에서 이와 관련한 이유가 있는 게 아니냔 의혹이 제기된다.

메모에 기록된 인물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정치권에서 의미 있는 공통점이 발견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현지 ‘베일에 싸인 실세’ 의혹

김현지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이 지난 10월 21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해 있다. (출처: 연합뉴스)
김현지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이 지난 10월 21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해 있다. (출처: 연합뉴스)

김현지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의 경우 이재명 대통령의 핵심 측근으로 꼽히며, 성남시장 시절부터 함께 일해온 인물로 알려져 있다. 다만 김 실장을 둘러싼 논란은 적지 않다. 총무비서관 재직 당시 국정감사 출석 요구가 이어졌지만 이에 응하지 않아 ‘책임 회피’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 데 이어, 이후 직책이 국감 출석 대상이 아닌 제1부속실장으로 변경되면서 정치권에서 “국감 회피를 위한 포지션 조정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또 김 실장은 학력과 주요 경력, 정책 영향력 등에 대한 공식 정보가 제한적으로 공개돼 ‘베일에 싸인 인물’이라는 평가도 따라붙는다. 일부 야권은 김 실장이 대통령실 내 핵심 인사 라인과 인재 풀 운영 과정에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그림자 실세”라는 표현까지 사용하고 있다. 반면 여권에서는 이러한 주장에 대해 “근거 없는 정치적 공격”이라며 “사실상 낡은 색깔론 프레임에 불과하다”고 반박하고 있다.

이처럼 김 실장을 둘러싼 인물적 논란과 정치적 공방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이번 재판에서 그의 이름이 방첩사령관의 메모에 포함돼 공개된 점은 또 다른 해석과 파장을 낳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 측근 ‘강위원’

강위원 전남도 경제부지사. (출처: 전남도)
강위원 전남도 경제부지사. (출처: 전남도)

강위원 전남도 경제부지사는 과거 이재명 대통령과의 정치적 인연으로 주목받아온 인물이다. 강 부지사는 이재명 대통령이 경기도지사였던 시절 경기도농수산진흥원장을 지냈으며, 이 시기를 시작으로 두 사람의 행정·정치적 연결고리가 형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그는 2022년 대선에서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조직본부 부본부장과 호남특보단장 등을 맡아 캠프 실무 라인으로 참여하면서 사실상 ‘친명계 외곽 핵심 인사’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강 부지사의 전남도 경제부지사 임명 직후 여러 언론과 정치권에서는 “호남–중앙권력 연결 역할을 염두에 둔 정치적 임명”이라는 해석이 잇따랐다. 실제로 지역 언론에서는 강 부지사가 임명된 이후 대통령실 및 중앙부처와의 면담 일정이 빠르게 잡힌 점을 거론하며, 그가 ‘대통령-호남 지역정책 메신저’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는 관측을 보도했다.

일부 야권과 지역 정치권에서는 그가 ‘전문성 기반 인사’라기보다는 ‘친명 코드 인사’라는 지적을 제기하고 있으며, 임명 과정에서 조례 개정이 필요했다는 점도 논란을 키웠다.

◆대장동 사건 연루 ‘정진상’

정진상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이 지난 5월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대장동 배임 및 성남FC 뇌물수수 의혹 관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정진상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이 지난 5월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대장동 배임 및 성남FC 뇌물수수 의혹 관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정진상 전 더불어민주당 정무조정실장은 이재명 대통령 최측근으로 분류되며, 성남시 대장동 개발 의혹 사건과 관련해 기소된 바 있어 논란의 중심에 서 있었던 인물이다.

정 전 실장은 2022년 12월 뇌물수수 및 배임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된 바 있다. 검찰은 대장동 개발사업 과정에서 민간사업자들이 성남시에 돌아가야 할 이익금을 배분하고, 이 과정에서 정 전 실장이 민간사업자 선정에 개입하거나 지급 약속된 금품을 수수한 정황이 있다고 봤다.

특히 재판부는 1심 판결문에서 “정 전 실장과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민간사업자 내정 단계에 관여했다”고 판단했다.

정 전 실장은 보석 중임에도 지난 6월 한 달 동안 보석 조건을 두 차례 위반했고, 변호인을 통해 증인 접촉을 했음에도 이를 재판부에 신고하지 않아 과태료 처분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같은 행위는 재판부와 법조계 내부에서 ‘피고인의 태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국가보안법 위반 유죄 ‘이석기’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 ⓒ천지일보DB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 ⓒ천지일보DB

이석기 전 의원은 과거 ‘지하혁명조직(RO, Revolutionary Organization)’ 사건과 내란 선동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전직 통합진보당 의원이다. 그는 2022년 형기를 마치고 출소했으나 국내 정치권에서는 여전히 논쟁적 인물로 분류된다.

이 전 의원은 2013년 초부터 국가정보원(국정원)과 검찰이 내란음모·내란선동 및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제기한 중심 인물이다. 국정원은 그가 지하혁명조직을 이끌었고 대한민국 체제전복을 위한 폭력·비폭력 활동을 계획했다고 판단하며 수사했고 그를 기소했다. 1심과 2심에서 내란선동과 국가보안법 위반을 유죄로 인정했고, 2015년 1월 22일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내란선동과 국가보안법 위반 유죄 판단을 확정했다.

이러한 이 전 의원의 이름이 다시 공개적으로 언급된 것은 비상계엄, 내란 관련 쟁점이 재부상하고 있는 현 정치 상황과 맞물려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한편 윤 전 대통령 측은 법정에서 이 메모가 단순 참고 자료인지, 또는 특정 감시 대상 또는 판단 기록의 성격을 띠는지 집중적으로 확인했다.

변호인단은 “메모에 기록된 인물들이 이재명 대통령과 연관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여 전 사령관은 “작성 경위나 의미를 밝히기 어렵다”고 답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군 방첩기관 최고지휘관 출신 인사가 민간 정치인 이름을 적어놓은 사실 자체가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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