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1950억원·수입 2260억원
김치 수출, 최대치 경신 전망
건강 트렌드·K-푸드 열풍 효과
‘금배추’에 중국산 의존도 커져
업계, 프리미엄·해외 전략 강화

[천지일보 광주=이미애 기자] 22일 오후 광주 동구 5.18 민주광장에서 열린 ‘2025 대한민국 김치대전’에서 시민들이 김치를 버무리고 있다. (제공: 광주광역시청)ⓒ천지일보 2025.11.23.
[천지일보 광주=이미애 기자] 22일 오후 광주 동구 5.18 민주광장에서 열린 ‘2025 대한민국 김치대전’에서 시민들이 김치를 버무리고 있다. (제공: 광주광역시청)ⓒ천지일보 2025.11.23.

[천지일보=정다준 기자] 올해 K-김치 수출이 사상 최대치를 경신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동시에 중국산 김치 수입이 역대 최고 수준으로 늘면서 무역적자가 확대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김장을 포기하는 ‘김포족’ 증가로 포장김치 시장이 커지는 반면 전체 김치 소비량은 줄어 업계가 구조적 한계에 직면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수출 호황과 내수 침체가 공존하는 상황에서 김치 기업들은 프리미엄 제품 경쟁력 강화와 글로벌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며 새로운 성장 전략을 모색하는 분위기다.

24일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올해 김치 누적 수출액은 지난달 기준 1억 3739만 달러(약 1950억원)로 전년 대비 2% 증가했다. 지난해 수출액 1억 6357만 달러는 역대 최고치이며, 올해는 이를 다시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 김치 수출액은 2017년(8139만 달러) 대비 두배 가까이 늘어 건강식품 트렌드와 K-푸드 열풍이 더해진 효과가 이어지고 있다.

수출 시장별로는 일본이 4755만 달러로 4.4% 증가하며 최대 시장을 지켰고, 미국은 3601만 달러로 감소했지만 여전히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캐나다·호주 등 신흥 시장도 꾸준히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수출이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내수는 중국산 김치 수입 확대라는 근본적 문제가 자리한다. 올해 김치 수입액은 1억 5946만 달러(약 2260억원)로 전년 대비 3.1% 증가했다. 대부분이 중국산이며 가격 경쟁력이 워낙 커 외식업체·가공식품 업체들이 대체재로 사용하면서 국산 김치 시장을 잠식하는 구조가 굳어지고 있다. 배추 가격이 지난해 이상기후로 급등해 ‘금배추’가 되면서 중국산 의존도가 더 커졌고 이로 인해 내수 기반이 약화되는 현상이 고착화된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김치 무역수지는 올해 2207만 달러 적자를 기록해 지난해보다 적자 폭이 약 10% 늘었다.

국내 소비 분위기 역시 산업에는 불리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에 따르면 올해 ‘직접 김장’ 의향은 62.3%로 줄었지만 상품 김치를 구매하겠다는 응답은 32.5%로 늘어 김포족 증가세가 뚜렷하다. 포장김치 시장은 2021년 5370억원에서 2023년 6560억원으로 22% 성장했지만 전체 김치 섭취량은 오히려 감소하고 있다. 특히 2030세대는 배달·외식·가정간편식(HMR) 중심 식생활에 익숙해 김치 섭취 빈도가 눈에 띄게 줄었다. 김치 소비가 줄어들면 원재료 수요도 감소해 배추 농가와 연관 산업까지 영향이 미친다는 점에서 산업 전반의 구조적 위축이 우려된다.

업계 실적 변화도 이러한 흐름을 반영한다. 대상 종가김치의 매출 성장률은 2021년 7%에서 2022년 11%, 2023년 13%로 증가세를 이어갔으나 지난해 7%로 낮아졌고 올해 1~10월 기준으로는 5%대에 그쳤다. 포장김치 수요는 늘지만 내수 전체 소비 감소가 발목을 잡는 구조다.

이에 업체들은 뚜렷한 차별화·고부가 전략을 통해 돌파구 마련에 나서고 있다. 프리미엄 김치를 중심으로 가격과 품질 경쟁을 강화하고, 지방 특산김치·장인 레시피·저염·비건·기능성 발효 등 새로운 콘셉트 제품을 앞세우고 있다. 젊은 세대의 기호 변화에 맞춰 매운맛 단계 조절, 편의성 강화 제품, 소용량·즉석 김치 제품 등도 확대하고 있다. 해외 시장에서는 현지 입맛을 고려한 제품을 출시하고 K-푸드 유통망과 협업하는 전략도 늘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는 샐러드 토핑용 김치, 김치 소스류 등 ‘퓨전 김치’ 제품을 강화하는 방식이다.

정부도 수출 중심 산업육성을 위한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제6회 ‘김치의 날’ 기념식에서 “김치산업을 미래 수출형 전략 산업으로 키우겠다”고 밝혔으며 식품 규격 표준화·해외 전시회 참가 지원·수출 위생 절차 간소화 등을 추진 중이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제보하기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