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21개구, 전세가 2.8%↑
5개월 새 2억 오른 단지도

서울 용산구 남산에서 바라본 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 ⓒ천지일보 2025.07.23.
서울 용산구 남산에서 바라본 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 ⓒ천지일보 2025.07.23.

[천지일보=유영선 기자] 10.15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 시행 이후 규제지역으로 편입된 지역의 아파트 전셋값이 한달 만에 2% 이상 치솟은 것으로 나타났다. 매매 규제 강화로 ‘갭투자’가 사실상 차단되며 전세 매물이 빠르게 사라진 영향이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23일 부동산 중개·분석업체 집토스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데이터를 바탕으로 10.15 대책 시행 전후 전셋값 변동을 분석한 결과, 새롭게 규제지역·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서울 21개 구와 경기 12개 시·구의 전셋값은 각각 2.8%, 2.0% 상승했다.

이번 분석은 ‘삼중 규제(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토지거래허가구역)’가 동시에 적용되기 시작한 지난달 20일을 기준으로, 대책 시행 전 한달(9.20~10.19)과 시행 후 한달(10.20~11.19)의 전세 거래를 비교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비교는 동일 단지·동일 면적에서 두 기간 모두 거래가 발생한 아파트만 대상으로 이뤄졌다. 다만 1층 거래는 제외됐다.

앞서 집토스는 같은 기준으로 규제지역 편입 지역의 아파트값이 한 달간 1.2% 올랐다고 발표한 바 있다. 전셋값 상승률이 매매가격 상승률의 두 배가 넘는 셈이다. 전세 수요가 밀려드는 가운데 신규 전세 물건이 급격히 줄어든 탓에 임대차 시장이 단기간에 불안해졌다는 의미다.

실제 서울에서는 신고가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 종로구 숭인동 롯데캐슬천지인 전용 111.73㎡는 지난달 24일 7억 7250만원(3층)에 거래되며 해당 면적 신고가를 기록했다. 기존 세입자가 계약갱신요구권을 사용하면서 보증금이 2250만원 오른 것이다. 양천구 목동 부영3차 전용 95.99㎡ 역시 지난 7일 12억원(18층)에 새로 전세 계약이 체결됐다. 불과 5개월 전 최고가가 10억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2억원 급등이다.

전셋값 상승은 기존 규제지역에서도 이어졌다. 강남·서초·송파 등 강남권 3구와 용산구의 전셋값은 10.15 대책 발표 이후 2.7% 상승했다. 강남구 개포동 개포자이프레지던스 전용 102.58㎡는 지난달 26일 20억원에 계약되며 종전 최고가 대비 2억 5000만원 넘게 올랐다.

이재윤 집토스 대표는 “매매 시장을 겨냥한 고강도 규제가 오히려 전세시장 공급을 위축시키고 있다”며 “신규 전세 매물 품귀 현상이 지속될 경우 서울 주요 지역의 전세난은 장기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정부와 민간 시세 조사 기관들의 주간 통계가 서로 다른 흐름을 보이며 시장 혼선을 키우고 있다. 조사 방식과 발표 시점의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부동산R114는 이달 셋째 주(17~21일) 서울 아파트값이 0.05% 하락해 19주 만에 내림세로 전환됐다고 밝혔다.

반면 KB국민은행 통계에서는 같은 기간 0.23% 상승해 42주 연속 오름세가 이어졌지만 상승 폭은 5주 연속 둔화했다. 한국부동산원 주간 통계에서는 서울 아파트값이 0.20% 상승해 직전주(0.17%)보다 오름폭이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10.15 대책의 효과를 두고 평가가 갈리는 가운데, 규제에 따른 전세시장 압박이 더욱 부각되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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