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영국의 한 성공회 계열 유아·초등학교가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 OST를 ‘기독교 정신에 맞지 않는다’며 금지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20일(현지 시각) 크리스천 뉴스 등에 따르면 영국 남부 도싯주에 있는 성공회 산하 리리퍼트 초등학교는 최근 학생들에게 해당 영화의 OST를 학교 내에서 부르지 말아 달라고 요청했다. 영화 속 ‘악마(demons)’ 묘사가 신앙적으로 불편하다는 일부 학부모의 제안이 계기가 됐다는 것이다.
학교 측은 “일부 가정에서 악마 표현을 신앙적 가치와 배치되는 행위로 받아들였다”며 금지 조치의 배경을 설명했다.
문제가 된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한국 신화를 모티브로 한 K-팝 그룹이 초자연적 존재와 대치하는 내용을 담은 작품이다.
공개 이후 누적 시청 2억 3000만회를 넘기며 올해 넷플릭스 최고 흥행작 중 하나로 꼽힌다.
OST 역시 글로벌 차트에 오르며 영국 초등생들 사이에서 빠르게 퍼졌다.
하지만 학교의 결정이 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BBC는 한 무신론자 학부모의 익명 인터뷰를 전하며 “단순한 애니메이션이며 아이들 자존감 형성에도 도움이 된다”며 “학교가 외부 압력에 흔들린 것 같다. 솔직히 우스운 일”이라고 반박했다고 보도했다.
논란이 커지자 로이드 앨링턴 교감은 “학부모 의견이 엇갈리는 상황”이라며 “학교는 가정의 선택을 존중하는 동시에 학생들의 다양한 신앙적 배경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일부 기독교 가정에서는 악귀 언급이 불편할 수 있다”며 “서로 다른 신념을 이해하고 친구의 선택을 존중하는 방식을 배우게 하는 것이 학교의 역할”이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안을 두고 ‘다문화·다신앙 환경에서 종교 기반 학교가 콘텐츠 수용 기준을 어디까지 설정할 것인가’라는 오래된 논제가 다시 떠올랐다는 분석이 나온다. 학생 취향과 가정의 신앙적 신념이 충돌하는 가운데 학교가 어떤 균형점을 선택하느냐가 이번 논쟁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