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럽 기독교인 차별혐오 감시 연례보고서
범죄 건수 작년보다 줄었지만 폭력성 강화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지난해 11월 스페인 질레트 소재 한 수도원에서 76세 가톨릭 수도사가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범인은 모로코 출신 26세 남성으로 "나는 예수 그리스도다"를 외치고 수도사를 살해하고 수도원 방마다 돌아다니며 7명을 다치게 했다. 그는 이러한 참극을 벌인 이유에 대해 “하나님의 이름으로 행동한 것뿐”이라고 진술했다.
같은 해 1월 터키 이스탄불 산타 마리아 교회는 일요일 미사를 드리던 중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조직 IS의 공격을 받았다. 총격범들은 기독교로 개종해 세례를 받으려 했다는 이유만으로 52세 남성을 총으로 쏴 살해했다.
비엔나에 본부를 둔 ‘유럽 내 기독교인에 대한 불관용 및 차별 감시기구(OIDAC Europe)’가 최근 발표한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유럽에서 기독교인에 대한 공격과 위협이 심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유럽 대륙 전역에서 기독교인을 대상으로 한 증오 범죄는 2211건으로 전년 대비 감소했으나 범죄의 성격은 더욱 폭력적으로 변했다. 기독교인 개인에 대한 물리적 공격은 2023년 232건에서 2024년 274건으로 증가했으며 교회 및 기독교 재산에 대한 방화 공격은 94건으로 전년도 수치에 거의 두 배에 달했다.
보고서는 프랑스, 영국, 독일, 스페인, 오스트리아에서 가장 많은 반기독교 증오 범죄가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특히 독일은 지난해 발생한 방화 공격의 1/3을 차지했다.
범죄 동기를 파악할 수 있는 사례에서는 급진적 이슬람주의가 가장 많았고 이어 극좌 이념, 기타 정치적 동기가 뒤를 이었다. 15건의 사건에서는 사탄주의적 상징이나 언급이 나타났다.
기구는 유럽 기독교 공동체가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다고 우려했다. 이들은 유럽연합이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반유대주의나 반이슬람 증오에 대응하는 조정관처럼 반기독교 증오를 억제하는 조정관을 임명할 것을 제안했다.
유럽 내 종교의 자유 보호 강화 필요성이 강하게 제기되는 한편 유럽의 기독교 인구는 계속 감소하고 있다.
미국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가 지난 6월에 발표한 ‘세계 종교 환경’ 보고서에 따르면 유럽의 기독교 인구는 2010년부터 2020년 사이 약 9%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10년 동안 5000만명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2010년에 5억 5300만명을 넘었던 기독교 인구는 2020년 기준 5억 500만명으로 조사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