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세계에서 가장 논리적인 문자”

유튜브 틱톡 알고리즘 타고 세계로

“언어학자들이 꿈꾸던 완벽한 문자”

‘국가홍보’ 아닌 ‘K-컬처’ 팬심 덕분

한글날 휘호대회에 참가한 외국인. (천지일보DB)
한글날 휘호대회에 참가한 외국인. (천지일보DB)

‘놀라운코리아’ 연재 기획은 유튜브에 공개된 외국인의 시선을 통해 우리가 미처 자각하지 못한 한국의 장점을 짚으며, 치안·의료·문화·생활 분야에서 한국의 현재와 미래를 조명한다.

[천지일보=송태복 기자] 한글이 ‘한국인의 문자’를 넘어 ‘세계인의 문자’로 진화하고 있다. 한글 붐의 출발점은 학교도, 정부 정책도 아니다. 바로 유튜브와 틱톡의 알고리즘이다. 10분짜리 영상 속 “한글은 세계에서 가장 논리적인 문자”라는 문장이 수백만번 재생되며, 전 세계에 ‘배우고 싶은 글자’로 확산하고 있다.

영국의 인기 크리에이터 톰 스콧(Tom Scott)은 영상에서 이렇게 말했다.

“한글은 세계에서 가장 체계적인 문자예요. 라틴 문자보다 소리를 훨씬 정확히 담아냅니다.”

그는 인도네시아 치아치아족이 한글을 표기 체계로 도입한 사례를 언급하며 “언어 없는 공동체가 문자를 가지게 된 건 놀라운 일”이라고 감탄했다.

그의 영상은 500만회 넘게 재생되며 ‘한글 전도사’ 역할을 했다.

미국 유튜버 더 미션 오브 랭귀지(The Mission of Language)는 “15분 만에 한글 읽기”라는 영상에서 “영어는 몇 년이 걸렸는데, 한글은 하루 만에 읽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건 글자가 아니라 수학 공식 같다”며 자신의 이름을 한글로 쓰는 장면을 직접 보여준다.

언어학 전문 채널 랭포커스(LangFocus)의 폴 주리아는 “한글은 언어학자들이 꿈꾸던 완벽한 문자”라며 “ㄱ은 혀뿌리, ㅁ은 입술의 닫힘. 이건 단순한 글자가 아니라, 소리의 지도를 그린 문자”라고 설명했다. 영상이 끝나자 시청자들은 댓글로 “이건 예술이자 과학”이라며 열광했다. 이처럼 유튜브의 호기심과 팬덤의 열정이 맞물리며 한글 붐은 가속화되고 있다.

◆ 유튜버들이 말한 한글의 매력

언어 크리에이터들이 공통으로 꼽는 한글의 장점은 세 가지다. 바로 규칙성, 확장성, 속도.

규칙성은 글자의 구조다. 초성·중성·종성이 일정한 격자 안에 들어가 있어 시각적으로 인식하기 쉽다. 폰트가 달라도 형태가 유지되기 때문에 초보자도 덜 겁먹는다. 확장성은 창조적이다. 새로운 소리가 필요하면 획을 하나 더 그어 표현할 수 있다. 그래서 “다른 언어에도 한글을 적용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가 꾸준히 등장한다. 속도는 학습의 즐거움이다. 자모만 익히면 모르는 단어도 ‘읽는 흉내’를 낼 수 있다. 철자와 발음의 불일치가 적은 덕분에 초보자도 빠르게 성취감을 느낀다.

유튜버 한국언니(Korean Unnie)가 “A, B, C보다 훨씬 논리적”이라며 설명한 “15분 만에 한글 읽기” 영상은 조회수 3천만회를 넘으며, 세계에서 가장 많이 본 한글 학습 영상이 됐다.

이후 수백 개의 짧은 튜토리얼 영상이 등장했고 “하루 만에 내 이름을 한글로 쓰기” 챌린지로까지 확산됐다. 한글은 그야말로 영상 친화적인 문자임이 증명된 셈이다.

배우기 쉽고, 설명하기도 쉽고, 시각적으로도 아름답다. 이 세 요소가 결합해 유튜브 속에서 폭발적으로 퍼지고 있다.

한글을 디자인 요소로 활용한 구찌 제품. (출처: 구찌 홈페이지)
한글을 디자인 요소로 활용한 구찌 제품. (출처: 구찌 홈페이지)

◆ 패션 거장의 한글 소비가 만든 새 문화

가장 먼저 한글을 국제 패션업계에 ‘데뷔’시킨 기업은 명품 브랜드 샤넬이다. 2015년 샤넬이 서울 패션쇼 런웨이에 ‘서울·코코·샤넬’ 한글 레터링을 내세운 뒤, 구찌, 랄프 로렌, 발렌시아가까지 한글을 활용한 디자인을 선보였다.

프랑스 명품 브랜드 샤넬의 수석 디자이너 칼 라거펠트는 당시 인터뷰에서 “한글은 가장 아름다운 문자다. 균형과 리듬이 완벽하다”고 말했다. 이후 ‘한글=트렌드’라는 인식이 세계 패션계에 자리 잡았다. 해외 소비자는 뜻을 몰라도 “그래픽으로 읽히는 아름다움”에 매력을 느낀다. K-팝 팬덤은 한글 해시태그를 맞춰 쓰고, 글로벌 게임 유저는 한글 닉네임을 선택한다. 브랜드는 한글 로고를 박은 제품을 “한국 한정판”으로 내놓으면 곧 매진된다.

문화로 시작된 한글 붐은 한국어능력시험(TOPIK) 열풍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응시자는 2021년 33만명에서 2025년 55만명을 돌파했다. 특히 해외 응시자는 4년 만에 4.4배 급증했다. 정부는 수요에 맞춰 시험 회차를 늘리고, 온라인 시험(IBT)을 확대하며 접근성을 개선하고 있다. TOPIK 관계자에 따르면 세계인들의 한국어 학습 동기의 절반은 순수한 팬심이며 좋아하는 가수를 더 깊이 이해하려고 배우고 있다.

결국 지금의 한글 붐은 ‘국가 홍보’가 아니라, K-컬처라는 거대한 파이프를 타고 세계인의 손끝으로 흘러간 결과다.

크리스티안 부르고스 씨가 벤가 라 알레그리아 출연해 한글의 우수성을 강조하고 있다. (출처: 세계 속 한국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코레터 유튜브 캡처)
크리스티안 부르고스 씨가 벤가 라 알레그리아 출연해 한글의 우수성을 강조하고 있다. (출처: 세계 속 한국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코레터 유튜브 캡처)

◆ 배우는 기쁨에서 함께 쓰는 문자로

‘비정상회담’ 등 한국어로 진행되는 외국인 프로그램을 통해 잘 알려진 멕시코인 크리스티안 부르고스 씨는, 최근 멕시코를 방문했을 때 현지 유명 방송사들이 그를 섭외하기 위해 경쟁을 벌일 정도로 큰 인기를 얻었다.

그는 한국의 ‘아침마당’과 같은 멕시코의 대표 아침 프로그램 ‘벤가 라 알레그리아(VENGA LA ALEGRÍA, 행복이 오길)’에 출연해 “세종대왕이 발명하신 한글은 읽고 쓰기에 매우 편리한 글자”라며 한글의 우수성을 강조했다. 진행자들은 부르고스 씨가 ‘한국에서 유명해진 멕시코인’이라는 점을 여러 차례 언급하며, 높아진 한국의 위상을 보여줬다.

한글은 600년 전, 세종대왕이 “누구나 쉽게 쓸 수 있도록” 만든 문자였다. 그 정신은 지금 유튜브, 틱톡, 그리고 전 세계 팬들의 노트 속에서 다시 살아나고 있다.

유튜버 톰 스콧의 말처럼, “한글은 과학이자 예술이며, 민주주의의 산물”이다. 한글은 이제 한국인의 문자를 넘어 세계가 함께 쓰는 플랫폼이 됐다. 배우기 쉽고, 보기 좋으며, 써보면 편한 문자이기에 사람들은 앞으로도 계속 사용할 것이다.

이제 한글은 더 이상 한국만의 글자가 아니다. 세계를 잇는 열린 언어, 그것이 바로 한글이다.

유퀴즈에 출현한 로스 킹 교수가 세계 유일 한국어 마을을 세운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출처: 디글 클래식 유튜브 캡처)
유퀴즈에 출현한 로스 킹 교수가 세계 유일 한국어 마을을 세운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출처: 디글 클래식 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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