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용 변리사
최근 협업 연구와 오픈 이노베이션, 기술 이전이 활발해지면서 공동발명과 특허권의 공동소유(patent co-ownership)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특허권의 이전과 공유는 단순한 권리 이동을 넘어 기업 전략 수립, 분쟁 예방, 기술 가치 평가 등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그만큼 기업과 연구기관은 신중한 법적·실무적 준비가 필요하다.
대한민국 특허법 제99조는 특허권 이전과 공동소유에 관한 기본 규정을 명확히 하고 있다. 이 조항은 공동소유 특허권의 경우 다른 공유자의 동의 없이는 지분을 양도하거나 질권을 설정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반면 별도의 합의가 없다면 각 공유자는 다른 공유자의 동의 없이 자유롭게 발명을 실시할 수 있다. 그러나 실시권(라이선스)을 설정하려면 독점이든 비독점이든 반드시 다른 공유자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한편 2016년에 도입된 특허법 제99조의2는 ‘이전청구권’을 규정해 공유자가 서로 합의하지 못하더라도 법원 절차를 통해 지분 이전을 청구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지분 이전이 최종적으로 등록되면 해당 지분과 관련된 권리는 새로운 권리자에게 그대로 승계된다. 이러한 제도는 공유자 간 갈등이 장기화되거나 조정이 어렵게 될 때 중요한 해결 수단이 된다.
이와 동시에 특허가 무체재산권이라는 특성에도 불구하고 공동소유 관계에서는 민법상 공유 원칙이 폭넓게 적용된다. 특히 공유물에 대한 분할청구권 역시 민법의 기본 구조에 따라 인정될 수 있으며 특허라고 해서 예외적으로 제외되는 것은 아니다.
우선 대법원 2012년 4월 16일 결정(2011마2412)은 공유자가 다른 공유자의 동의 없이 자신의 지분을 이전할 수 있는지에 대한 중요한 판단을 내렸다.
대법원은 민법의 ‘지분 이전의 자유’를 전제로 특허법에 별도의 제한이 없는 이상 이를 인정할 수 있다며 특허법이 공동소유를 다룸에 있어 민법을 전면 배제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또한 대법원 2014년 8월 20일 판결(2013다41578)은 공유 특허에 대해 공유물분할청구가 가능한지를 다루면서 민법상 원칙을 적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유지하되 특허의 무형성, 기술적 실시 가능성, 가치 보호와 같은 특수성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실질적인 해결책으로서 특허를 경매 방식으로 매각한 뒤 그 대금을 지분 비율에 따라 분배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이는 특허권을 물리적으로 쪼개어 분할하기 어렵다는 현실을 반영한 결정이다.
이 같은 판례들은 실무 현장에서 몇 가지 중요한 대비책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우선 공유자 중 한 명이 분할청구를 제기할 경우 특허 전체가 경매로 넘어가 제3자에게 매각될 위험이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기술의 실체를 보유한 기존 공유자 입장에서는 매우 큰 리스크가 될 수 있다.
또한 이러한 위험을 통제하기 위해서는 공동발명 단계에서부터 명확한 공유계약(initial agreement)을 체결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공유계약서에는 지분 구조와 기여도 산정 방식, 지분 이전 절차와 동의 요건, 분쟁이 발생했을 때 경매 청구를 제한할 수 있는지 여부, 실시권과 관련된 권리·책임, 라이선스 정책과 수익 배분 방식 등을 구체적으로 정리해야 한다. 더 나아가 경매 청구 방지 조항이나 우선매수권 조항 등을 포함하면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서 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
스타트업과 대학, 연구기관 등에서는 아직도 공동발명이 가져오는 법적·사업적 영향을 충분히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공동소유 특허는 협력의 결과이면서 동시에 갈등의 발생 가능성이 큰 구조이기 때문에 초기 단계에서부터 분쟁 가능성을 현실적으로 고려한 전략을 세워야 한다.
따라서 실무적으로는 공동발명에 착수하는 시점에 사전 계약 체계를 구축하고, 지분 구조를 투명하게 관리하며 실시 능력이 상대적으로 낮은 대학·공공 기관과 기술 실체를 활용하는 기업 간의 불균형을 보완할 수 있는 보상 구조, 우선매수권 모델 등을 정교하게 설계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준비는 향후 기술 이전, 사업화, 투자 유치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를 크게 줄여준다. 특히 공동소유 특허는 적정한 대비가 이루어질 때 비로소 분쟁의 원인이 아니라 협력과 혁신의 자산이 될 수 있으며 기술 경쟁력 확보와 사업화 성공에도 중요한 밑거름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