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한 축제 트렌드의 특징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

최근 화제가 된 축제는 김밥과 라면 축제라고 할 수 있다. 지역에서 이만한 축제 결과를 만들어 내기는 쉽지 않았기 때문에 눈길을 끌 만했다. 

축제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소비가 신통치 않은 게 사실이다. 관광업계에 따르면 9월까지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할 때 2.6% 감소했다. 그런데 관광 방문자는 3.7%늘었다. 1인당 평균 소비액이 2019년과 비교했을 때 12.1%나 감소했다는 통계도 있고, 작년과 비교했을 때 1.2% 줄었다는 통계도 알려졌다. 물건을 구매하거나 유료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비율이 절반 이상 떨어졌다고도 한다. 무료 체험을 하거나 시식하는 코너 정도에만 몰린다.

이러한 현상을 여러 가지 측면에서 분석할 수 있다. 경제적인 상황이 좋지 않기 때문에 소비가 위축될 수 있다. 다른 한편 축제 현장의 물가 문제도 있다.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구입하지 않는 것을 생각할 수 있다. 이는 단지 가격이 비싼 것이 문제는 아니다. 바로 가성비가 문제이다. 그 정도 가격을 내고 만족도가 낮을 수 있기 때문이다. 비싸더라도 만족도가 크다면 능히 비용을 지출하는 것이 현재의 트렌드라고 할 수 있다. 영화관에 가지 않고 콘서트장에 가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영화관 입장권과 OTT 한 달 이용권이 비교되는 이유도 같다.

아울러 축제의 콘텐츠 문제도 연결된다. 전국 어디서나 비슷한 내용들이 겹치기 때문이다. 체험할 거리도 마찬가지다. 케이블카와 출렁다리는 대표적으로 중복된다. 일본이나 대만과 비교할 때 너무 많은 숫자이다. 이런 체험거리가 독보적이지 않다면 유료로 이용하지 않을 것이다. 대개 지역의 축제는 특산품에 따르는데 그 특산품이라는 게 한국 안에 있기 때문에 비슷할 수밖에 없다. 지역별로 특별한 점을 강조하지만 소비자에게는 와 닿지 않는다. 더구나 요즘에는 모바일 쇼핑 환경이 발달해 지역 현장에서 구매하는 것이 특별히 저렴하지도 않다. 애초에 저렴하게 많이 판매할 수 없는 한국 농업의 근본적인 한계도 존재한다.

사실 반드시 지역 축제라 해서 지역 특산품만 팔아야 하는 것도 아닐 것이다. 이를 잘 보여주는 것이 김천의 김밥축제와 구미의 라면축제였다. 두 축제는 특히 젊은 세대가 주목할 수 있는 특징이 있었다. 김천은 김밥과 아무런 관계가 없고 지명이 김밥 프랜차이즈와 비슷하다는 이유 때문에 기획됐다. 이미 성립된 브랜드 가치를 활용한 셈이다. ‘김밥 천국’은 김밥의 브랜드 가치를 형성했기 때문에 김천은 따로 홍보 마케팅비가 필요 없었다.

축제에 백만 인파를 동원해도 실효성이 없을 수 있다. 방문한 숫자와 실제 구매·소비하는 인원은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전에는 단순히 군중 효과만 부각하는 경향이 있었는데 이제는 실제 1인당 소비액을 중심으로 평가기준을 바꿀 수 있다. 김천 김밥축제의 경우 돈이 아깝지 않다고 했다. 전국의 김밥을 한자리에서 모두 먹을 수 있다면 김밥을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좋은 기회였다. 만약 김밥 몇 종류만 판다면 특화되지 못했을 것이다. 제주와 울릉도의 특산물을 활용한 50여종의 김밥을 먹을 수 있으니 차별됐다. 

구미의 라면축제는 김천의 김밥과 같고도 다르다. 김밥과 마찬가지로 라면은 분식집에서 빠질 수가 없다. 모든 젊은 세대가 좋아하는 음식이다. 구미는 김천과 같이 연고가 전혀 없는 것이 아니라 국내 최대의 라면 공장이 자리하고 있다. 다만 라면 공장이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특화된 라면이 나오는 것은 아니다. 바로 갓 튀겨낸 라면을 그 자리에서 구매할 수 있어 단숨에 50만개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했다. 같은 라면을 축제 아이템이라고 해도 차별성이 있을 수밖에 없다. 기업과 지역의 컬래버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더구나 김밥축제와 마찬가지로 매우 다양한 라면을 접할 수 있는 점도 특징이다. 라면 음식점 25곳 라면을 활용한 새로운 요리를 준비했는데, 꿀배 LA갈비짜장라면, 훈제삼겹생크림라면, 구미한우파불고기김치라면 등이 대표적이었다. 이름만 들어도 구미가 당길만했다.

김천 김밥축제나 구미 라면축제는 참여자, 방문자가 원하는 것을 우선에 뒀다. 둘의 공통점은 단지 지역에서 하고자 하는 바만 고집한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라면은 건강에 나쁘다는 인식이 있지만,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전 국민이 즐겨 먹는 음식이기 때문이다. 떡 축제보다는 빵 축제가 주목을 받는 것은 시대적 트렌드이기도 하지만 가성비의 니즈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친환경이거나 비건 축제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그 전체 사이즈를 파악하고 그에 콘텐츠와 재정적인 대응을 하면 된다. 

요컨대 어디서나 볼 수 있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은 보편성과 특수성의 개별적 특화가 중요하다. 사회적 의미와 가치도 중요하지만 방문자의 니즈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며, 실질적으로 소비 구매력을 보일 수 있는 아이템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즉 찐팬-코어 팬덤을 만들어낼 수 있는 실질적인 내용의 축제를 특화시키는 것이 지역 축제에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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