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제일제당, 내수·바이오 부진
삼양·농심, 해외 수출 실적↑
롯데칠성, 구조 효율화 성과
매일·남양, 신제품 반등 조짐

[천지일보=양효선 기자] 올해 3분기 국내 식품업계에서는 수익성에서 뚜렷한 온도차가 나타났다. 매출은 대부분 전년 수준을 유지하거나 소폭 상승했지만, 수익성에서는 기업마다 희비가 갈렸다. 핵심은 ‘해외 시장 공략 역량’과 ‘비용 구조 체질’이었다. K-푸드 수출 확대를 발판 삼아 글로벌 전략 제품을 빠르게 확장한 기업들은 뚜렷한 실적 반등을 이뤘지만 내수 의존이 높은 기업들은 고물가와 환율, 원가 부담에 밀려 수익성이 뒷걸음질쳤다.
결국 이번 분기 실적을 가른 핵심 변수는 ‘해외에서 답을 찾은 기업’과 ‘사업 포트폴리오’에 있었다. 삼양식품은 ‘불닭’ 브랜드를 앞세워 3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또다시 갈아치웠고 농심 역시 해외 매출이 두 자릿수 증가하면서 기대치를 웃도는 이익 성장을 기록했다. 미국·중국 등 주요 수출 거점에서 브랜드 인지도와 판로를 동시에 확보한 것이 주효했다. 여기에 프리미엄 제품군 비중을 높이며 수익성 구조까지 개선하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다.
삼양식품은 3분기 매출 6320억원, 영업이익 1309억원으로 각각 44%, 50% 급증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특히 해외 매출이 5105억원으로 1년 전보다 50% 증가했고 전체 매출의 81%를 차지할 정도로 해외 의존도가 압도적이다. 미국법인은 매출이 59% 증가했고, 중국법인도 56% 늘었다. ‘불닭’ 브랜드의 전 세계적 흥행이 실적을 견인했으며 수출 비즈니스 고도화 전략이 뚜렷한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농심은 매출 8712억원, 영업이익 544억원을 기록하며 각각 2.4%, 44.6% 증가했다. 원가 안정과 고정비 부담 완화로 수익성이 대폭 개선됐고 영업이익은 시장 컨센서스를 20% 넘게 상회하며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해외 매출은 중국·일본·호주·베트남 등에서 고르게 성장하며 3172억원으로 9% 늘었다. 북미는 관세 인상에 따른 가격조정 여파로 주춤했으나, 9월 이후 수요 회복세가 뚜렷하다. 4분기부터는 콘텐츠 협업 제품 출시 효과가 본격 반영되며 실적 모멘텀을 강화할 전망이다. 증권가는 농심의 본격적인 턴어라운드를 예상하며 목표주가를 일제히 상향했다. 미국 판매 정상화와 케데헌 협업 확대, 내년 녹산 수출공장 가동 효과까지 더해지면서 4분기부터 수익성 개선 폭이 더 커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CJ제일제당은 매출 7조 439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0.3% 증가에 그쳤고, 영업이익은 3465억원으로 15.9% 감소했다. 식품 부문은 해외 성장세에도 불구하고 국내 실적 부진과 원가 상승 여파로 수익성 개선에 제약이 컸다. 바이오 부문은 글로벌 경쟁 심화로 트립토판·알지닌 같은 고수익 품목의 수익성이 하락했고 라이신 시황도 부진해 영업이익이 71.9% 급감했다. 사료 사업 부문(F&C) 역시 원재료 가격 하락의 직격탄을 맞으며 수익성이 위축됐다.
4분기 반등은 ‘K-푸드’ 중심의 글로벌 전략제품 확대에 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오뚜기 역시 매출은 9555억원(5.7%↑)으로 성장세를 유지했으나, 영업이익은 553억원으로 12.9% 감소했다. 환율 상승, 원재료 가격 부담, 경쟁 심화에 따른 판촉비 증가가 수익성 악화 요인으로 작용했다. 해외 매출은 999억원(7.2%↑)으로 선전했지만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7%에 그쳤다. 국내에서는 냉동만두, 냉장면 등 냉장·냉동 제품군이 성장세를 이어가며 방어선 역할을 했다.
롯데칠성음료는 매출 1조 792억원(1.3%↑), 영업이익 918억원(16.6%↑)으로 수익성 개선 흐름을 이어갔다. 다만 3분기 누적 내수 매출은 1조 8426억원으로 6.4% 감소했고 주력인 탄산음료 매출은 5.2%, 소주는 2.2% 줄어드는 등 내수 침체가 여전했다. 회사 측은 창사 이래 첫 희망퇴직 시행과 영업조직 통폐합 등으로 고정비 절감과 구조 효율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반면 해외 자회사 매출은 11.5% 늘었다. 두 자릿수 성장세를 기록했고 전체 매출 비중은 43.5%로 확대됐다. 회사는 올해 연간 매출과 영업이익을 각각 4조 300억원, 1850억원으로 전망하며 특히 해외 자회사 매출을 10% 이상 늘린다는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롯데칠성이 비용 효율화와 글로벌 시장 공략을 중심으로 수익성 개선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유업계도 반등 조짐이 뚜렷하다. 매일유업은 고부가치 제품군(분유·커피·건강기능식) 성장에 힘입어 매출 4716억원, 영업이익 199억원으로 각각 2.3%, 23.9% 증가했다. 다만 올해 누적 기준으로는 원가 부담이 여전히 발목을 잡았다. 누적 매출은 1조 3884억원으로 2.8% 증가했지만 누적 영업이익은 453억원으로 16% 감소했다. 잉여 원유 상황 악화로 흰우유 부문 손실이 확대된 데다 원부자재 가격 상승과 고환율이 비용 압력을 키웠기 때문이다.
남양유업도 매출은 소폭 감소했지만 신제품 효과와 채널 다변화 전략으로 5개 분기 연속 흑자를 이어갔다. 특히 단백질 음료, 기능성 발효유, 무가당 라인업 등 트렌드 대응 신제품이 내수 회복을 이끌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