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형 고증으로 되찾은 단청빛
일제 사진·습본 근거 정밀 복원
전통안료 동록 첫 현장 적용

국립박물관이 소장한 1937년 일제강점기 유리건판 사진·습본의 청평사 회전문 모습 (제공: 춘천시청) ⓒ천지일보 2025.11.18.
국립박물관이 소장한 1937년 일제강점기 유리건판 사진·습본의 청평사 회전문 모습 (제공: 춘천시청) ⓒ천지일보 2025.11.18.

[천지일보 춘천=김현진 기자] 세월의 흔적을 걷어내고 전통의 빛을 되찾은 국가 보물 ‘청평사 회전문’ 단청이 내달 시민 앞에 복원된 모습으로 공개된다.

춘천시는 2022년부터 국·도비 3억원을 투입해 추진한 청평사 회전문 전통단청 복원사업을 올해 연말까지 마무리하고 12월 중 시민 공개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이번 복원은 변형과 퇴락으로 훼손된 단청을 원형 고증과 전통 기법에 따라 재현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수차례 보수 과정에서 본래 문양과 다른 색이 덧입혀지거나 일부 문양이 어긋난 문제를 바로잡고 현대 아크릴 물감 층을 제거해 전통 단청 본래의 구조와 색감을 회복했다.

시는 단청 문양 고증을 위해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한 1937년 일제강점기 유리건판 사

을 확보해 현존하는 가장 이른 시기의 자료로 활용했다. 전문가 자문을 거쳐 단청의 원형과 시대적 양식을 세밀히 분석한 결과 기존 ‘6잎 연화문’이 아닌 격이 높은 ‘8잎 연화문’이 맞는 것으로 확인돼 이를 반영해 시공했다.

이번 복원에는 국가유산청 국립문화유산연구원이 개발한 전통 녹색안료 ‘동록(銅綠)’이 처음으로 현장에 적용돼 주목을 받는다. 연구원이 민간 기업에 제조 기술을 이전한 뒤 생산된 동록이 문화유산 복원 현장에서 쓰인 첫 사례로 향후 전통안료 복원의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으로 평가된다.

청평사 회전문 전통 단천에 동록 안료를 적용하는 모습 (제공: 춘천시청) ⓒ천지일보 2025.11.18.
청평사 회전문 전통 단천에 동록 안료를 적용하는 모습 (제공: 춘천시청) ⓒ천지일보 2025.11.18.

또 단청 제거 과정에서는 일제강점기 시기로 추정되는 문양이 새롭게 발견돼 복원 범위를 더 정확히 설정할 수 있었다. 시는 이를 토대로 조선 중기 보우선사가 중창한 청평사의 사격을 되찾을 수 있도록 단청의 색감·문양·기법을 최대한 원형에 가깝게 회복했다.

시 관계자는 “이번 복원은 단순 보수가 아니라 학술적 고증과 전통기법 재현을 통해 국가유산의 진정성과 완전성을 회복한 모범 사례”라며 “향후 일제강점기 사진자료에 남아 있는 현판 복원도 추진해 국가유산의 가치를 지속적으로 보존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청평사 회전문은 조선 중기 사찰 건축과 단청 문화를 보여주는 대표적 문화유산으로 인정받아 1963년 1월 21일 보물로 지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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