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 전과자 종교기관 취업 막는 법률개정안 발의… 교계는 ‘환영’
![[천지일보 인천=김미정 기자] 세계여성인권위원회(위원장 이서연) 인천지부(지부장 김명희)가 UN제정 ‘세계여성폭력추방의날’을 맞아 지난 2018년 12월 2일 인천새소망교회 인근에서 ‘여성인권 유린하는 한기총 탈퇴 촉구 궐기대회’를 열고 ‘신의 이름으로 저지르는 성추행 OUT' 종교게 ’그루밍 성범죄 철폐‘ 등 손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천지일보 2018.12.2](https://cdn.newscj.com/news/photo/202511/3340965_3423809_587.jpg)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성범죄 성직자가 다시 종교기관에 발을 들이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이 여당에서 발의됐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김준혁 의원은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의 내용을 고쳐 성범죄자 취업제한 대상 기관에 교회·성당·사찰 등 종교시설을 포함, 성범죄 전력이 있는 성직자가 다시 종교시설에 취업하는 것을 막는 내용의 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김 의원은 개정안 발의 이유로 “과거에 종교시설의 성직자가 신도를 상대로 성폭행을 저지른 혐의로 형을 선고받고, 복역 후 출소해 최근 또다시 종교시설에서 성범죄를 저지른 사례가 있어 성직자의 성범죄에 대한 사회의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교시설은 성범죄자 취업제한 대상인 아동·청소년 관련기관 등에 포함되지 않아 성범죄자가 취업할 경우 아동·청소년대상 성범죄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 개정안 발의는 지난 2023년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 공개로 불거진 기독교복음선교회(JMS)를 둘러싼 성범죄 논란이 바탕이 됐다. 프로그램을 통해 신도들의 성범죄 피해 증언이 잇따라 공개되면서 사회적 공분이 일었고, 성범죄를 저지른 종교인을 강력히 처벌해야 한다는 여론이 확산했다.
특히 개신교계는 그동안 유명 목회자부터 평범한 목회자에 이르기까지 성범죄 사건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면서 사회적 비판을 받아온 만큼 ‘성범죄 종교인 엄단’ 요구에 더욱 적극적인 모습이다.
실제로 개신교 목회자 성범죄 문제는 각종 통계에서도 이미 수차례 지적돼왔다. 한국여신학자협의회 부설 기독교여성상담소 자료에 따르면 1998년 7월부터 2000년 10월까지 2년 4개월 동안 접수된 성폭력 상담 77건 중 51건(66%)이 교회 내에서 발생했다. 이 가운데 5건을 제외한 90%가 목회자에 의한 성폭력이었으며 유형은 강간 24건, 성추행 20건, 성희롱 등 기타 2건이었다.
보다 최근 통계에서도 같은 경향이 확인된다. 기독교여성상담소가 2018년에 발간한 ‘교회 성폭력 예방 지침서’는 경찰청 범죄자료를 인용해 2010년부터 2016년 11월까지 성범죄로 검거된 전문직 종사자 5261명 가운데 종교인이 681명으로 가장 많았다고 밝혔다. 성범죄를 가장 많이 저지른 전문직군 1위는 ‘목회자’로 나타났다.
개신교 시민단체 교회개혁실천연대(개혁연대)가 2015년 개최한 ‘교회 성폭력 현실과 과제’ 포럼에서 조중신 한국성폭력위기센터장이 제시한 1993~2012년 종교인 성범죄 검찰청 통계에서도 성범죄를 가장 많이 저지른 전문직 직업군 1위가 목회자였다. 종교별 성범죄 역시 개신교 신자가 2170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처럼 끊임없이 터져나오는 개신교 목회자 성범죄 사건의 근본적 배경은 교단 및 교회 내부의 조직적인 은폐·축소, 솜방망이 징계 및 처벌 등이 분석된다. 가부장적 권력이 강한 교회에서 목회 신격화와 이로 인한 ‘봐주기’ 관행이 더 강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성범죄로 떠난 목회자가 다시 같은 교회로 돌아오거나 다른 교회에서 목회를 이어가는 일이 비일비재해왔다.
교계에서는 이번 개정안이 목회자 성범죄를 근절하는 데 일정 부분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고 있다.
개혁연대는 최근 논평을 내고 ‘성범죄 전과 성직자 종교기관 재취업 제한법’ 발의에 “상식을 바로 세우기 위한 합당한 조치”라고 환영했다.
개혁연대는 “개신교 목회자들 중에도 신도들을 성적으로 착취하고 농락하는 범죄자가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유죄 판결 후에도 버젓이 교회로 복귀해 동일 범죄를 반복하는 사례가 많았다”며 “공무원, 교사, 택배기사, 가사 도우미까지 성범죄 전과가 있으면 동일 업종 취업이 제한되는 상황에 윤리적 모범이 돼야 할 성직자가 다시 돌아와 같은 범죄를 저지르는 현실은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또 “일부 성직자들의 만행은 종교의 자유라는 가치를 방패로 삼아 성범죄를 묵인해온 교단의 위선과 무능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비극”이라며 “이번 개정안은 아동·청소년을 포함한 취약한 신도들을 보호하고 종교의 이름으로 행해지는 성범죄의 뿌리를 뽑기 위한 가장 기초적이며 필수적인 조치”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국회는 이 법안을 신속히 통과시켜 상식이 통하는 사회, 더 이상 종교 권력이 성범죄의 피난처가 될 수 없는 사회를 만드는 데 주저함이 없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