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대’ 125조 2000억 투자… 미래 신산업·전기차·R&D 전방위 강화
AI 데이터센터·로봇 공장·1GW 수전해 플랜트 등 미래 인프라 대거 구축
1차 협력사 대미 관세 전액 지원… 국내 자동차 공급망 안정화 추진

[천지일보=이재빈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2030년까지 향후 5년간 국내에 125조 2000억원을 투입하는 초대형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직전 5년보다 36조원가량 늘어난 규모로, 그룹 역사상 최대 투자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전략적 투자를 통해 AI·로봇·수소 등 미래 혁신 산업을 국내에 집중하고, 전기차 생산 경쟁력과 공급망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올해 1차 협력사가 부담해야 할 대미 관세 전액을 그룹이 떠안으며 협력 생태계 보호에 나서겠다는 점도 강조됐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결정이 단순한 설비 확충이 아니라 “미래 성장동력의 국내 구축”을 위한 것이라고 16일 밝혔다. 글로벌 모빌리티 기술 경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대한민국을 미래 혁신 허브로 자리매김시키고 국가 경제 활력을 높이기 위한 장기 전략이라는 의미다.
투자 구성은 ▲AI·SDV·전동화·로보틱스 중심의 미래 신사업 분야에 50조 5000억원 ▲글로벌 기술 경쟁력 강화를 위한 R&D에 38조 5000억원 ▲생산 설비·제조 효율 개선을 위한 경상 투자에 36조 2000억원이 배정됐다. 현대차그룹은 이 가운데에서도 AI·로봇 산업 육성과 수소 기반 그린 에너지 생태계 조성에 비중을 두고 산업 구조 전환을 가속한다는 계획이다.
AI·로봇 분야 투자는 고성능 AI 데이터센터 구축과 로봇 산업 전주기 밸류체인 형성에 집중된다. 현대차그룹은 자율주행·스마트팩토리·로봇에 필요한 대규모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도록 PB(페타바이트)급 저장·학습이 가능한 AI 데이터센터 건립을 추진한다. 로봇 행동 데이터를 산업 투입 이전 단계에서 검증하는 ‘피지컬 AI 애플리케이션 센터’도 설립해 로봇의 완성도, 안전성, 신뢰성을 사전에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여기에 로봇 완성품 공장과 파운드리(제조 위탁) 공장까지 마련해 직접 로봇을 생산할 뿐 아니라 중소 기업의 로봇 제품 위탁 생산까지 맡을 수 있도록 생태계를 확장한다. 기존 자동차 부품 협력사들이 로봇 부품 분야로 진출할 수 있도록 R&D도 지원해 부품 국산화율을 높이고 고부가가치 산업으로의 전환을 유도한다.
그린 에너지 생태계 전환도 중요한 축이다. 현대차그룹은 재생에너지가 풍부한 서남권에 1GW 규모의 PEM(고분자 전해질막) 수전해 플랜트를 조성해 그린수소 생산 능력을 확보한다. 인근에는 수소 출하센터와 충전 인프라도 구축해 지역 수소 생태계를 통합적으로 키운다. 동시에 PEM 수전해기와 수소연료전지 부품 제조시설도 신설해, 국산 기술 경쟁력을 강화하며 수소 산업을 글로벌 수출 분야로 육성한다.
이를 토대로 정부·지자체와 협력해 AI·수소·V2X 기술을 결합한 ‘수소 AI 신도시’ 조성도 검토할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지역 생산 인프라 투자도 병행한다. 울산 EV 전용 공장이 내년에 준공되고, 2027년 가동을 목표로 한 울산 수소연료전지 신공장도 건설 중이다. 기아는 경기 화성에 PBV 기반 전기차 전용 공장을 세우고 있으며, 현대제철은 당진제철소에 LNG 자가발전소를 구축해 전력 자립도 향상에 나선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충전 인프라를 전국으로 확대해 전기차 충전 사각지대 해소에 집중한다.
R&D 투자 역시 모빌리티 경쟁력 고도화의 핵심으로 꼽힌다. 현대차그룹은 엔드 투 엔드(E2E) 딥러닝 기반의 아트리아(Atria) AI 자율주행 기술을 중심으로 SDV(소프트웨어 정의 차량) 전환을 가속한다. 2026년 하반기 공개될 ‘SDV 페이스카(시험차)’는 중앙집중형 전기전자 아키텍처를 적용해 향후 양산차 확대 적용의 기반이 된다.
전기차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900km 이상 주행 가능한 EREV 등 파워트레인 다변화를 추진하고, 배터리 설계 및 안전성 강화에 집중해 배터리 기술 내재화도 강화한다. 수소 영역에서는 차세대 연료전지 시스템 양산, 수소버스·수소트럭 개발, 수소 생산·저장·운송·활용 등 밸류체인 전 주기를 아우르는 생태계를 완성해 수소 사회 전환 속도를 높인다.
경상투자는 국내 생산 설비 효율화, 제조 공정 혁신, 고객 서비스 거점 확충 등에 쓰인다. 서울 삼성동에 들어설 글로벌 비즈니스 콤플렉스(GBC) 역시 인허가가 완료되는 대로 본격 건설에 돌입할 예정으로, 완공 후 대규모 경제 효과가 기대된다.
협력사 지원도 강화된다. 현대차그룹은 현대차·기아 1차 협력사가 2025년에 부담한 대미 관세를 소급해 전액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더 나아가 직접 거래가 없는 2·3차 협력사까지 포함해 약 5000곳의 중소 협력사에 원자재 구매·운영자금·이자 상환·해외 판로 개척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해 공급망 안정화와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나선다.
현대차그룹은 완성차 수출도 대폭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2024년 218만대였던 수출 물량을 2030년 247만대로 늘리고, 전동화 차량 수출은 같은 기간 69만대에서 176만대로 2.5배 이상 확대한다. 국내 전기차 전용 공장도 ‘글로벌 마더팩토리’로 육성해 한국이 전동화 생산·수출의 중심지 역할을 하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역대 최대 규모의 중장기 투자와 지속적인 혁신을 통해 국가 경제 활력 제고에 기여하겠다”며 “협력사 관세 지원과 상생 프로그램 확대를 통해 국내 자동차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도 힘쓰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