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협상 결과물 팩트시트 발표
핵잠 승인 명시… 건조 본격화될 듯
고농축 쉽고 플루토늄 추출 가능성에
‘日수준 핵잠재력 토대 확보’ 일각 평가도

(서울=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1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기자회견장에서 한미 팩트시트 타결과 관련해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용범 정책실장, 이재명 대통령, 위성락 국가안보실장, 이규연 홍보소통수석. 2025.11.14
(서울=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1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기자회견장에서 한미 팩트시트 타결과 관련해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용범 정책실장, 이재명 대통령, 위성락 국가안보실장, 이규연 홍보소통수석. 2025.11.14

[천지일보=김성완 기자] 우리의 오랜 숙원인 ‘핵 추진 잠수함’ 확보가 현실화됐다. 또한 ‘우라늄 농축’과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의 권한에 대한 지지도 이끌어 냈다.

이는 한반도 안보 환경에서 전례가 없는 일이라 이정표가 될 가능성이 큰데, 우리의 안보 역량을 급격히 끌어올리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이번 핵잠 확보와 농축·재처리 권한 확대는 우리의 군사력 증강을 넘어 한반도 주변 동북아시아의 안보 지형에도 균형자적 역할로 작동할 수 있는 등 복합적인 파장을 일으킬 전망이다.

◆핵잠 건조 승인 문서화

한미 양국이 14일 동시에 발표한 ‘조인트 팩트시트’에는 미국이 한국의 핵 추진 잠수함 건조를 승인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미국은 “연료 조달과 기술 요건 마련을 위해 긴밀히 협력할 것”이란 점도 명시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한미 양국은 대한민국의 수십 년 숙원이자,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한 필수 전략자산인 핵추진 잠수함 건조를 추진하기로 함께 뜻을 모았다”고 직접 나와 밝혔다.

잠수함을 어디서 만들지는 적시되지 않았다. 극우 반대 세력들은 이를 콕 집어 건조지가 빠져 있다고 ‘반쪽자리’ 승인 운운하며 비판하지만 대통령실은 ‘국내’에서 건조하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실제 정상회담에서 건조 장소가 거론된 적이 있지만 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우리가 한국에서 건조한다”고 정리됐다면서 이후에는 “국내 건조를 전제로 논의가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이로써 핵 추진 잠수함 건조가 본격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핵잠 확보는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위협에 대응하는 ‘킬 체인(Kill Chain)’의 핵심 전력이다.

핵잠은 디젤 잠수함 대비 5배 이상 우수한 잠항 능력과 속도를 자랑하며, 해상에서의 작전 수행 능력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키는 전략 자산이다. 정부는 2030년대 중반 이후 배수량 5천 톤급 이상의 핵잠수함 4척 이상을 건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미국이 한국의 핵잠 건조를 승인한 건 북한과 중국의 해상 전력 증강에 맞서 동맹국과의 전략적 부담을 공유하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이 추구하는 동맹 현대화의 목표다. 그러나 팩트시트에는 ‘중국’이란 단어는 한번도 등장하지 않았다. 한중 관계를 감안한 우리 정부의 치열한 협상 결과가 반영됐다는 게 중론이다.

◆농축·재처리도 美지지

“우라늄 농축과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 권한 확대도 미국 정부의 지지를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고도 이재명 대통령은 전했다.

2035년까지 적용되는 현행 한미 원자력협정은 한국이 20% 이내의 우라늄 농축(저농축)이나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를 하려면 미국의 동의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핵무기를 만들지 못하도록 원천 차단한 것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농축은 발전용 핵연료를 만드는 과정이고, 재처리는 사용 후 연료를 재활용해 발전 효율을 높이고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의 부피를 줄이는 중요한 핵연료주기 과정이다. 이 권한이 확대될 경우 우리는 원자력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고 고준위 핵폐기물 처리 문제 해결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게 된다.

팩트시트에는 이와 관련한 ‘절차를 지지한다’는 내용도 담고 있어 향후 원자력 협정 개정 등 후속 절차도 진행될 것으로 관측된다. 양국은 농축·재처리 문제에 대해 큰 틀에서만 합의했기 때문에 후속 절차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위 실장도 “농축·재처리 문제를 해결하려면 미국과 후속 협의해 기존 협정을 조정해야 한다”며 “방향이 정해졌고 양측 동의가 있었기 때문에 후속 협의는 이를 어떻게 이행할지 쪽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미 간 포괄적 합의는 한미 동맹의 성격과 동북아 지역 안보 환경 전체를 재편하는 중요한 신호탄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의 위협에 대해 능동적인 대응 능력과 함께 동북아 지역 내 군사 균형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설명이다.

우리가 일본 수준의 핵 잠재력 확보 토대를 마련했다는 일각의 평가와도 같은 맥락이다. 고농축 단계는 훨씬 쉬울 수 있고 재처리 과정에서는 핵물질을 추출할 수 있기 때문인데, 이런 해석을 정부는 극도로 경계했다. 위 실장은 “대통령도, 어느 누구도 우리가 농축 재처리 권한을 갖는 것을 경제·산업적 목적 외에는 전혀 생각지 않는다”면서 “핵 잠재력과 연계하는 것을 철저히 배척한다”고 잘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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