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박준성 기자]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실시된 13일 서울 광진구 광남고등학교 고사장에서 수험생들이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천지일보 2025.11.13.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실시된 13일 서울 광진구 광남고등학교 고사장에서 수험생들이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천지일보 2025.11.13.

[천지일보=김민철 기자]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국어·수학·영어 모두 지난해보다 다소 어려워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킬러 문항’은 배제했지만 상위권·최상위권을 가려낼 변별력 있는 문항이 곳곳에 배치됐다는 분석이다.

13일 시행된 올해 수능에 대해 2026학년도 수능 출제위원장인 김창원 경인교육대학교 교수는 정부세종청사 브리핑에서 “공교육 과정에서 다루는 내용만으로 변별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적정 난이도 문항을 고르게 출제했다”면서 “사교육에서 문제 풀이 기술을 익히고 반복적으로 훈련한 학생에게 유리한 문항을 배제했다”고 밝혔다.

수능 출제본부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이른바 ‘킬러 문항’을 배제하고 고교 교육과정 수준 안에서 난도를 조절했다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상위권 체감난도는 지난해보다 높았을 것이라는 게 현장과 입시업계의 공통된 평가다.

EBS현장교사단 총괄을 맡은 한양대사대부고 윤윤구 교사는 “2026학년도 수능의 전체 난도는 작년 수능과 유사한 수준으로 평가했으나 최상위권 변별을 위한 문항들이 전년도 수능에 비해서 다소 어렵게 출제돼 수험생이 느끼는 체감 난이도는 2025학년도 수능과 비교해서 다소 어렵다고 느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윤 교사는 “전반적으로는 전년도 난이도와 전체적으로 유사한데 최상위권과 상위권을 변별하기 위한 문제들이 조금 더 디테일했다”고 덧붙였다.

작년 수능은 전 영역에서 킬러 문항을 줄이면서도 일정 수준의 변별력을 확보해 ‘물수능’도, ‘불수능’도 아니라는 평가를 받았다. 올해는 이 기조를 유지하면서 상위권을 가르는 문항의 난도를 조금 더 끌어올린 셈이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실시된 13일 서울 광진구 광남고등학교 고사장에서 수험생들이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천지일보 2025.11.13.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실시된 13일 서울 광진구 광남고등학교 고사장에서 수험생들이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천지일보 2025.11.13.

◆국어, 독서 난도 상승… “작년과 비슷하나 체감상 다소 어려워”

올해 국어 영역에서는 독서가 난도를 끌어올린 핵심으로 지목됐다. EBS 국어 대표강사인 충남 덕산고 한병훈 교사는 “독서의 난도가 올라갔지만 문학이나 선택과목의 난도는 낮아졌다”면서 “작년 수능이나 올해 9월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모의평가 사이에서 작년 수능에 약간 근접하고 유사한 난이도를 전체적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특히 열팽창 관련 개념 사이의 관계를 세밀하게 파악해야 하는 독서 12번 문항이 수험생들에게 상당히 까다로웠을 것으로 꼽힌다. 상위권 가운데서도 정답률 차이가 크게 벌어질 수 있는 문제라는 분석이다.

◆수학, 상위권 겨냥 문항 배치… 킬러 없이 변별력 확보

수학 영역은 전체적인 난도는 지난해와 비슷하되, 상위권을 가르는 문항들이 효율적으로 배치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EBS 수학 대표강사인 인천 하늘고 심주석 교사는 “수학은 전체적으로 작년 수능과 유사하지만, 상위권 변별력을 확보하기 위한 문항도 적절히 출제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특히 공통과목인 수학Ⅰ 22번과 수학Ⅱ 21번, 선택과목의 확률과 통계 30번, 미적분 30번, 기하 30번 등이 변별력을 가진 문항으로 지목됐다. 킬러 문항 대신 이들 문항에서 풀이 과정과 사고력의 차이가 점수로 드러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실시된 1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여자고등학교에서 시험을 마친 수험생들이 미소를 띄며 시험장 밖으로 나오고 있다.ⓒ천지일보 2025.11.13.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실시된 1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여자고등학교에서 시험을 마친 수험생들이 미소를 띄며 시험장 밖으로 나오고 있다.ⓒ천지일보 2025.11.13.

◆영어, 절대평가지만 여전히 ‘어려운 축’… 9월 모평 수준 예상

영어는 절대평가 체제지만 1등급 비율이 5% 안팎으로 머무는 ‘어려운 시험’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EBS 영어 대표강사인 대원외고 김예령 교사는 “영어는 내용이 지나치게 복잡하고 어려운 지문은 배제하면서도 선택지의 오답 매력도를 전반적으로 높여 변별력을 확보했다”며 “작년 수능보다는 다소 어렵고 9월 모의평가와는 비슷하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 9월 모의평가에서 영어 1등급(원점수 90점 이상) 비율은 4.50%로, 영어가 절대평가로 바뀐 이후 최저 수준이었다. 올해 본수능에서도 이와 비슷한 수준의 1등급 비율이 나올 것이란 관측이다.

이번 영어에서는 문장 삽입 문항인 39번과 빈칸 추론 34번이 까다로운 문제로 꼽혔다.

◆“국·수 다소 어렵게 출제… 표준점수 최고점 상승 가능성”

입시업계들도 올해 수능이 작년과 비슷하거나 다소 어려웠다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종로학원은 “국어, 수학 모두 변별력 있게 다소 어렵게 출제됐다”며 “지난해 수능과 비슷하거나 다소 어려웠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지난해 수준일 경우 상위권 변별력 확보까지 가능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의대 모집인원이 올해 1500여명 줄어들면서 상위권 반수생 유입이 감소했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응시집단의 학력 수준 자체가 하락하면서 당초 예상을 웃도는 수준의 표준점수 최고점 상승 등이 나타날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전망했다.

표준점수는 시험이 어려울수록 최고점이 올라가는 구조인 만큼, 난도가 작년보다 다소 높게 평가되는 국어·수학에서 최고점 상승이 나타날 가능성이 거론된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실시된 1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여자고등학교에서 시험을 마친 수험생들이 미소를 띄며 시험장 밖으로 나오고 있다.ⓒ천지일보 2025.11.13.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실시된 1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여자고등학교에서 시험을 마친 수험생들이 미소를 띄며 시험장 밖으로 나오고 있다.ⓒ천지일보 2025.11.13.

◆응시자 증가·의대 정원 축소… 최상위권 경쟁 더 치열

올해 수능 지원자는 55만 4174명으로 전년 대비 3만여명 이상 늘어 2019학년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출산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던 이른바 ‘황금돼지띠’ 2007년생이 고3이 되면서 재학생 비중이 크게 늘어난 영향이다.

반면 자연계 최상위권이 몰리는 의대 모집인원은 2026학년도에 3123명으로, 전년도보다 1400여명 줄어 증원 전 규모로 되돌아간다. 모집 규모는 줄었는데 상위권 수험생 풀은 늘면서 정시 최상위권 경쟁은 한층 거세질 전망이다.

주요 대학 자연계 학과들이 수능 최저 학력기준에서 사회탐구를 인정하면서, 이공계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이 과학 대신 사회탐구를 택하는 이른바 ‘사탐런’ 현상이 당락의 변수가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입시업체 유웨이는 “고3 수험생 증가와 의대 모집 인원 원점 회귀로 졸업생 지원자가 감소하면서 졸업생이 상대적으로 불리해지기 쉽다”며 “고3 수험생이 많아서 정시에서 이들이 비중을 늘리면 졸업생이 들어올 자리가 좀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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