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 직원 해고 복직 추진
식량보조프로그램도 재개

뇌관 된 오바마 케어 보조금
만료 전 투표하기로 했지만
하원 의장 확실히 약속 안 해

민주 6명 이탈, 균열 드러내
공화 대치 기간 비교적 단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정부 재개를 위한 자금 지원 법안에 서명한 것을 보여주고 있다. (출처: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정부 재개를 위한 자금 지원 법안에 서명한 것을 보여주고 있다. (출처: 뉴시스)

[천지일보=이솜 기자] 역대 최장기로 기록된 미국 연방정부의 셧다운(일부 기능 정지)이 12일(현지시간) 종료됐다.

공화당이 다수인 미 연방하원은 이날 저녁 본회의에 상원의 단기 지출법안(임시예산안) 수정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 222표, 반대 209표로 법안을 통과시켰다. 표결 후 2시간 만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 수정안에 서명하면서 셧다운은 43일째로 종료됐다.

지난 10일 상원에서 가결된 이번 합의안의 골자는 중단됐던 식량 지원 재개, 연방 공무원 임금 지급, 마비된 항공관제 시스템 복구다. 합의안은 정부 예산을 기존 수준으로 1월 30일까지 연장한다.

오래된 비난 공방에도 이번 셧다운에서 뚜렷한 승자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이날 공개된 로이터·입소스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50%는 공화당을, 47%는 민주당을 셧다운의 책임이 있다고 답했다.

이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하원에서 통과된 예산안 서명에 앞서 “정부가 다시는 셧다운을 겪어서는 안 된다”며 “이런 방식으로는 나라를 운영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오벌오피스에서 공화당 의원들과 현재 영향력 있는 경제 단체를 이끄는 전직 의원들에 둘러싸인 채 서명식을 진행했다.

이번 셧다운은 지난달 1일에 시작됐다. 상원 민주당 의원들이 오바마 케어 보조금(ACA) 연장을 포함하지 않은 예산안에 거부하면서 정부 업무는 계속해서 중단됐다.

상원에서 공화당 예산안에 대한 투표가 14차례나 실시됐으나 민주당 상원 의원 대부분이 ACA를 이유로 반대표를 던졌다.

결국 상원 협상에 따라 공화당은 민주당이 12월에 해당 보조금을 연장하는 법안에 대한 투표를 실시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마이크 존슨 하원 의장은 이에 대해 확실한 약속은 하지 않은 상황이다. 존슨 의장은 ACA에 대해 “납세자들의 돈을 빼앗는 것”이라며 “그 문제에 대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많다. 공화당은 많은 개혁을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보조금은 12월 말에 만료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 CNBC에 따르면 이번 합의안에는 연방정부 예산을 내년 1월 30일까지 연장하는 내용과 함께 농무부, 군사시설 건설, 의회 관련 부문에 대한 연간 예산을 포함한다. 또한 셧다운 기간 트럼프 행정부가 민주당에 압박을 가하기 위해 단행했던 연방 직원 해고 조치를 되돌리고 향후 감원 조치에 대한 유예 조항도 담았다.

더불어 4200만명에게 식품 지원을 제공하는 식량보조프로그램(SNAP) 예산도 포함됐다. 또한 초당적 예산 심사 절차를 마련하는 내용이 담겼으며 백악관이 단기지출법안(임시예산안·CR)에 의존해 정부 운영을 이어가는 것을 금지하는 조항도 포함됐다.

이번 대치 상황이 마무리되면서 항공관제사를 포함한 연방 직원들의 급여 지급이 보장되고 무급휴직자들 수십만명이 일터로 복귀하게 됐다.

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일몰 무렵의 링컨 기념관, 워싱턴 기념탑, 미국 국회의사당. (출처: 뉴시스)
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일몰 무렵의 링컨 기념관, 워싱턴 기념탑, 미국 국회의사당. (출처: 뉴시스)

이날 표결에서는 두 달 전 마지막 표결 때와 달리 더 많은 민주당 의원들이 공화당과 함께 정부 재가동에 표를 던졌다. 당시에는 메인주의 제러드 골든 의원만 찬성했으나 이번에는 그를 포함한 6명이 찬성했다.

찬성표를 던진 민주당 6명 중 한 명인 워싱턴주의 마리 글루센캠프 페레즈 하원의원은 성명을 통해 “폭등하는 건강보험료를 막기 위한 싸움은 굶주린 미국인들을 볼모로 잡는 방식으로는 이길 수 없다”며 이유를 밝혔다. 그는 SNAP에 의존하는 자신의 지인들을 언급하며 “내 친구들 중 누구도 애매한 워싱턴식 ‘메시지 승리’와 저녁 식사를 맞바꾸고 싶어 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 추한 광경이 이제 뒤로 지나가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반면 켄터키의 토머스 매시, 플로리다의 그렉 스튜브 하원의원 두 명이 당론에 반대해 반대표를 던졌다. 스튜브 의원은 상원이 마지막 순간에 조용히 추가한 조항 때문에 이 예산안에 반대했다고 밝혔다. 이는 연방 수사 과정에서 의원의 동의 없이 휴대전화 기록이 수집될 경우 상원의원이 최대 50만 달러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이다. 이 규정은 2020년 대선 결과 뒤집기 시도를 수사한 잭 스미스 특검 조사 과정에서 전화 기록이 확보된 공화당 상원의원 8명을 지원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민주당이 이번 셧다운에서 양보를 끌어내지 못한 데에는 과거 셧다운에서도 대치를 먼저 시작한 쪽이 큰 정치적 성과를 얻지 못했던 전례와 유사하다. 그러나 버지니아, 뉴저지, 뉴욕시장 등지에서 잇단 선거 승리를 거둔 지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일부 민주당 의원들이 타협하면서 당내 갈등을 다시 불러왔다. 진보 진영은 척 슈머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가 당 내부 단속에 실패했다며 비판을 쏟아냈다.

공화당은 이번 대치 기간 전반적으로 단단한 결속을 유지했다. 하원 자유의회는 이번 임시예산안이 “자유의회와 보수 지도부, 보수 메시지에 완전한 승리”라고 평가했다. 9월 임시예산안에 반대표를 던졌던 빅토리아 스파츠 의원(공화·인디애나)도 이번에는 찬성 의사를 명확히 했다.

셧다운 종료는 미국 경제에 크지 않지만 실제적인 상처를 남길 전망이다. 무급휴직 상태에서 일을 하지 못한 직원들에게 납세자 비용으로 보전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공화당 데이비드 슈바이커트 하원의원(애리조나주)은 이번 셧다운을 1990년대 인기 시트콤 ‘사인펠드’에 빗대며 “40일을 보내고도 아직 줄거리가 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48시간 정도면 끝날 줄 알았다. 다들 자기 몫의 분노 표출을 하고 나면 본업으로 돌아갈 줄 알았다”며 “이제는 분노가 곧 정책이 돼버린 현실이 무엇을 뜻하느냐”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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