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흥, 외형적 성장에 그쳐” 진단
“물질 풍요 세속 성공만 몰두해”

교회 예배당. ⓒ천지일보DB
교회 예배당. ⓒ천지일보DB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교회가 잃은 것은 규모가 아니라 하나님이다.”

지난 한 세기 한국 개신교는 전 세계에서도 놀랄 만한 교세 성장을 보이며 세계 기독교계의 모델로 우뚝 섰었다. 성장 부진을 보이는 현재 재부흥기를 꿈꾸며 갖은 방안을 모색하곤 있으나 뾰족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새문안교회 이상학 목사는 최근 발행된 ‘기독교사상’ 종교개혁 특집호에서 한국교회의 성장동력이 더이상 작동하지 못하는 상태라고 진단했다. 그는 “성장주의 한계를 인정하고 교회가 영성 회복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목사에 따르면 한국교회 성장주의 뿌리는 20세기 초 성결교회의 부흥운동과 이용도·이성봉 목사의 신비주의적 부흥운동이 결합하면서 ‘교회 부흥=신앙 부흥=하나님 나라 확장’이라는 도그마에서 비롯됐다. 이른바 “부흥=하나님 나라”라는 등식이 이후 한국교회의 신앙 구조를 지배했다는 것이다.

산업화 시기의 경제성장 열풍은 이를 더욱 부추기는 역할을 했다. 이 목사는 “21세기 한국 사회의 정신적·도덕적 붕괴, 물질만능주의와 개인주의는 모두 경제성장 제일주의에서 비롯됐다”며 “교회 또한 그 논리에 편승해 세계 교회사에서 유례없는 외형 성장을 이뤘다”고 했다.

문제는 성장의 방향이었다. “모든 교회가 ‘규모의 신앙’을 외치며 교세 확장에 몰두했고 물질적 풍요와 세속적 성공을 곧 하나님의 은총으로 여기는 기복신앙이 성도들의 마음에 뿌리내렸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그 결과 교회는 갈수록 세속화되고 맘몬주의 현상이 고착화됐다. 맘몬주의는 물질만능주의와 배금주의 그리고 물신숭배 풍조를 일컫는다.

그는 “출석 교인 숫자와 재정 규모를 곧 교회의 성장이라고 보기에 교회는 사실상 기업처럼 운영되고 ‘거버넌스’라는 이름 아래 경영 원리가 신앙을 대체했다”면서 “심지어 교단장 선거가 금권으로 치러지는 것은 이미 상식이 됐고 교회 매매나 목사직 거래까지 벌어지는 등 교회 안에 맘몬주의 현실이 차고 넘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말씀의 종교라는 타이틀이 무색해진 것도 이때부터라고 이 목사는 설명했다. 목회자들의 설교가 변질됐다는 지적이다. 그는 “하나님과 그분의 나라를 선포하기보다 복과 성공을 약속하는 기복적 설교가 주류가 됐다”며 “죄와 회개를 촉구하기보다 현재의 삶을 지지하고 위로하는 데 그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근본이 무너진 상황에서 사역이 다양하다 할지라도 목회는 한계를 가질 수 밖에 없다.

이는 곧 사역이 왕성해도 교회에 생명력이 없다는 걸 의미한다. 그는 이를 “연료를 때며 분주하게 움직이지만 정작 나아가지 않는 배”에 비유했다. “성도가 소진되고 목회자의 영성이 바닥나면서 교회가 동력을 잃었다는 것”이다.

세상의 논리를 앞세운 교회 성장주의는 한계에 직면했다. 갈수록 교인이 이탈하는 등 장기화되고 있는 저성장 현실이 바로 이를 보여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내부에서도 반성의 기류가 생기고 있다. 

그는 대안으로 ‘영성(spirituality)의 회복’을 제시했다. “한국교회가 프로그램과 사역보다 먼저 하나님을 되찾아야 한다”며 “교리나 제도가 아니라 생명 자체를 회복하는 것이 진정한 부흥”이라고 강조했다.

이 목사는 “영성은 하나님과의 친밀한 관계 그 자체”라며 “이는 예수의 길이자 사도와 교부들의 길, 종교개혁이 회복하려 한 본래의 길이었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그는 “‘하나님을 하나님 되게 하라’는 루터의 외침은 결국 교회가 잃어버린 하나님에 대한 갈망의 표현이었다”며 “오늘 한국교회가 되찾아야 할 것도 바로 그 하나님”이라고 글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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