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 깊은 브라질 조직 범죄
121명 사망… 무기·마약 확보
갱단 수뇌부 69명 전원 도주
“목표 없는 살상” 인권단체 비판
“주민 다수 이번 작전 지지해”

[천지일보=이솜 기자] 지난달 28일 새벽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파벨라(빈민가)가 전쟁터로 변했다. 무장 드론이 골목길 위를 선회했고 장갑차는 좁은 언덕길을 밀고 들어갔다. 군복 차림의 병사들과 경찰관들이 교전을 벌이는 동안 총성과 포연이 뒤섞였고 언덕 마을에는 시신이 흩어졌다.
브라질 당국은 이날 ‘작전명 콘테인먼트’를 개시했다. 경찰 약 2500명과 군인, 저격수가 투입돼 리우 북부의 콤플레소 다 펭야와 콤플레소 도 알레망 지역을 포위했다. 두 지역에는 약 11만명이 살며 수십년간 범죄조직 ‘코만두 베르멜류(Comando Vermelho, CV·붉은 사령부)’의 영향권 아래 놓여 있었다.
1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CNN 방송에 따르면 경찰은 이날 작전으로 무장 용의자 117명과 경찰관 4명이 사망했고, 99명이 체포됐다고 밝혔다. 압수된 무기는 118정, 그중 91정이 자동소총이었다. 폭발물 14개와 마약 약 1톤도 확보됐다. 그러나 체포자 중에는 조직의 상층 간부가 한 명도 없었다. 작전의 핵심 목표였던 갱단 수뇌부 69명은 전원 도주한 상태였다.
브라질 연방대법원에 제출된 경찰 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체포된 인원 가운데 기소 대상자 69명 중 실제 이름이 확인된 사람은 5명뿐이었다. 이들 모두 조직 내 중간급 인물로 상위 지휘부는 ‘완벽히 잠적’했다. 경찰이 투입한 병력과 희생 규모를 고려하면 ‘사상 최악의 사망자 수에도 작전은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식 사망자는 121명으로 집계됐지만 일부 인권단체와 언론은 “실제 희생자는 130명 이상”이라고 전했다.
리우 공공안전국 빅토르 두스 산투스 국장은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목표는 기소된 69명을 체포하는 것이었지만 28만명이 사는 파벨라에서 그들을 찾아내는 일은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사망자 중 19명은 전과가 없으나 현장 정황상 범죄행위에 가담했다는 점은 확실하다”고 덧붙였다.
반면 인권단체들은 이번 작전이 “목표 없는 살상”이었다고 비판한다. 인권단체 ‘글로벌 저스티스’의 다니엘라 피키노 부국장은 CNN에 “국가는 사형제를 운영하지 않지만 현장에서 젊은 흑인 빈곤층을 찾아내 기소하며 곧바로 처형한다”며 “이는 공공안전의 이름으로 자행된 사법 부재”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방식은 갱단을 무너뜨리지 못하고 폭력의 순환을 강화시킨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우파 진영은 이 같은 비판에 반박한다. 리우 출신의 우파 성향 하원의원 루이스 리마는 CNN에 “이것은 불가피하고 정당한 작전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브라질에서는 하루 106명이 살해된다. 폭력조직을 방치하면 피해자는 계속 늘어난다”며 “리우 시민 대부분은 작전을 지지한다”고 주장했다.
리마 의원은 “파벨라 주민들이야말로 가장 큰 피해자”라며 “상점은 매일 착취당하고, 여성은 강간당하며 아이들은 마약 운반책으로 이용된다. 이런 상황을 바꾸려면 국가가 총을 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교도소 거점 삼아 불법 경제 운영
실제로 파벨라의 현실은 국가 통제력이 사라진 ‘무법지대’에 가깝다. 브라질 공공안전포럼의 라파엘 알카디파니는 CNN에 “갱단이 누가 이 지역에 들어올 수 있는지를 결정한다”며 “인터넷 사업자도 그들에게 통행료를 내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가가 공동체를 버리면 갱단이 곧 정부가 된다”고 지적했다.
CV의 뿌리는 1979년 리우 앞바다의 칸디두 멘데스 교도소로 거슬러 올라간다. 군사독재 시절, 좌파 정치범들과 일반 범죄자들이 한 감방에 수감되면서 상호 보호를 위한 동맹이 형성됐고 그것이 곧 브라질 조직범죄의 기원이 됐다. 이후 이들은 코카인 밀매와 무기 거래를 통해 세력을 확장했다. CV는 1985년까지 리우 마약 판매 거점의 70%를 장악했고 이후 도시 전역에서 다른 세력과 영토 분쟁을 시작했다. 상파울루 주 검찰 소속 범죄전문 검사 마르시우 세르지오 크리스티누에 따르면 CV는 브라질에서 가장 오래된 파벌이지만 가장 큰 규모는 아니다.
현재 이 조직의 최대 경쟁자는 ‘프리메이루 코만두 다 카피탈(PCC, 제1수도사령부)’이다. 1993년 상파울루 교도소에서 결성된 PCC는 볼리비아·파라과이 국경을 중심으로 코카인 공급망을 장악했다. 볼리비아는 PCC에만 판매하기로 했고 PCC는 유럽·아프리카로 향하는 운송과 판매를 맡았다.
반면 CV는 볼리비아를 통한 공급망이 막히자 새로운 경로로 눈을 돌렸다. 이들은 페루를 거점으로 한 코카인 거래망을 구축했고 거래 대부분을 브라질 국내에서 처리하는 구조로 전환했다. 특히 아마존 강과 그 지류를 따라 이어지는 북부 수로망을 장악하며, 브라질 내륙을 관통하는 주요 운송로를 사실상 독점하게 됐다. 이런 경로를 둘러싼 경쟁으로 인해 CV와 PCC 사이에 적대 관계가 시작됐다.
두 조직의 충돌은 북부 교도소와 항로, 강줄기를 중심으로 수차례 학살을 낳았다. 브라질 공공안전포럼의 2025년 보고서에 따르면 이 두 조직은 2022년 불법 금·연료·담배 거래를 통해 1468억 헤알(약 270억 달러)을 벌어들였다. 코카인 거래 수익의 10배다. 이들은 건설사·운송사·암호화폐 시장에 투자해 세탁한 자금을 합법적으로 위장하고 있다.

문제는 이들 조직이 여전히 교도소 안에서 명령을 내리고 있다는 점이다. 크리스티누 검사는 CNN에 “갱단 수뇌부는 여전히 암호화된 앱과 편지를 통해 지시를 내린다”며 “정보의 흐름은 절대 끊기지 않는다”고 밝혔다. 정부는 고위범을 격리 수용하지만 완전한 차단은 불가능하다.
결국 브라질의 범죄조직은 단순한 ‘마약 카르텔’이 아니다. 교도소를 본부로 삼고 정당과 기업, 불법 경제를 동시에 움직이는 ‘지하 국가’에 가깝다.
리우 시민단체 활동가 타이나 메데이루스는 “폭력을 막기 위해 피를 흘리지만, 그 ‘선(善)’은 한 번도 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거리마다 소총을 든 이들이 서 있고 주민들은 두려움 속에 산다”며 “국가가 떠난 자리에 조직이 질서를 대신 세운다”고 덧붙였다.
리우 주정부는 이번 작전 이후 추가 작전을 예고했다. 그러나 시민사회는 여전히 양분돼 있다. 인권단체는 “국가가 폭력으로 폭력을 막으려 한다”고 비판하지만 보수 진영은 “더 이상 물러서면 국가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맞선다.
지난 7일 여론조사기관 아틀라스인텔이 발표한 전국 조사에 따르면 브라질인의 55%가 이번 경찰 작전을 지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희생자 가족들은 경찰이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번 작전으로 사망한 갱단원의 어머니 타우아 브리투는 로이터에 “경찰에게는 내 아들을 체포할 권리가 있었다. 하지만 죽일 권리는 없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