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삼 사진작가

낡은 카메라로 시작된 인연
찰칵 소리에 설렘이 깃들다
사진은 마음으로 찍는 예술
광주·전남을 담는 작업 세계
자연과 사람, 시선으로 연결
유년의 기억이 예술의 ‘뿌리’

최정삼 사진작가는 자연·지역의 일상을 사진과 회화로 재구성하며 감정을 나누는 예술의 힘을 믿고 창작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은 최 작가가 무등산 북봉을 촬영하는 모습. (제공: 최정삼 갤러리) ⓒ천지일보 2025.10.30.
최정삼 사진작가는 자연·지역의 일상을 사진과 회화로 재구성하며 감정을 나누는 예술의 힘을 믿고 창작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은 최 작가가 무등산 북봉을 촬영하는 모습. (제공: 최정삼 갤러리) ⓒ천지일보 2025.10.30.

[천지일보 담양=이미애 기자] “큰아버지께 선물 받은 필름 없는 낡은 카메라를 장난감처럼 들고 다니며 셔터를 누르던 순간의 설렘을 지금도 또렷하게 기억합니다.”

광주·전남 지역을 중심으로 사진, 다큐멘터리, 회화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활동하는 최정삼 사진작가는 “찰칵 소리만으로도 사진작가가 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며 유년 시절의 기억을 떠올렸다.

사진에 대한 흥미는 친구들에게 사진을 선물하며 기쁨을 나누던 경험으로 이어졌다. 그는 “사진을 통해 누군가와 감정을 공유할 수 있다는 사실이 무척 인상 깊었다”며 “그때 느꼈던 감동은 지금까지도 작업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최정삼 사진작가는 자연·지역의 일상을 사진과 회화로 재구성하며 감정을 나누는 예술의 힘을 믿고 창작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은 무등산 규봉암에서 바라보는 모후산. (제공: 최정삼 갤러리) ⓒ천지일보 2025.10.30.
최정삼 사진작가는 자연·지역의 일상을 사진과 회화로 재구성하며 감정을 나누는 예술의 힘을 믿고 창작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은 무등산 규봉암에서 바라보는 모후산. (제공: 최정삼 갤러리) ⓒ천지일보 2025.10.30.

전남 담양군 예술의 거리 ‘쓰담길’에 위치한 그의 작업실 ‘최정삼 갤러리’에는 타임랩스 영상과 사진, 회화 작품이 함께 전시돼 있다.  그는 사진 위에 붓질을 더하거나 장면을 캔버스에 옮기는 회화 작업도 병행하며 사진과 회화를 넘나드는 표현 방식으로 자연과 사람, 지역의 일상을 시각적으로 재구성하고 있다. “예술은 표현 방식이 다를 뿐 결국 마음을 전하는 일”이라는 그의 말처럼 장르를 넘나드는 시도는 표현의 폭을 넓히는 예술적 탐구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월출산의 사계절을 담은 다큐멘터리를 마무리했으며 현재는 담양 노점시장의 일상을기록 중이다. 그는 “사계절의 흐름을 타임랩스 기법으로 시각화하며 자연의 시간과 생명력을 담아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연의 변화 속에서 인간의 삶을 포착하는 그의 작업은 기록을 넘어 치유의 예술로 확장된다.

최정삼 사진작가는 자연·지역의 일상을 사진과 회화로 재구성하며 감정을 나누는 예술의 힘을 믿고 창작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은 무등산 북봉. (제공:  최정삼 갤러리) ⓒ천지일보 2025.10.30.
최정삼 사진작가는 자연·지역의 일상을 사진과 회화로 재구성하며 감정을 나누는 예술의 힘을 믿고 창작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은 무등산 북봉. (제공:  최정삼 갤러리) ⓒ천지일보 2025.10.30.

최 작가는 무등산과 월출산을 주요 작업 무대로 삼고 있다. 특히 무등산은 오랜 세월 곁에서 삶을 품어준 ‘어머니의 산’으로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무등산은 늘 제 곁에 있던 산이다. 계절과 빛에 따라 다른 얼굴을 보여주는 매력에 이끌려 한 장소를 50회 넘게 오르며 촬영했다”고 말했다.

그는 해발 1187m의 천왕봉과 주상절리의 독특한 지형을 소개하며 “산은 늘 그 자리에 있지만 그 안의 시간은 다르게 흐른다. 매일 떠오르는 빛과 계절의 순환 속에서 사람과 자연이 교감하는 순간을 담고 싶다”고 덧붙였다.

사진에 대한 철학도 분명하다. 최 작가는 “같은 풍경이라도 작가의 시선과 마음에 따라 전혀 다른 이미지로 담긴다. 사진은 시간과 감정을 되살리는 매개체이자 언어 없이도 소통하는 예술”이라고 강조했다.

최정삼 사진작가는 자연·지역의 일상을 사진과 회화로 재구성하며 감정을 나누는 예술의 힘을 믿고 창작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은 월출산 사자봉. (제공: 최정삼 갤러리) ⓒ천지일보 2025.10.30.
최정삼 사진작가는 자연·지역의 일상을 사진과 회화로 재구성하며 감정을 나누는 예술의 힘을 믿고 창작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은 월출산 사자봉. (제공: 최정삼 갤러리) ⓒ천지일보 2025.10.30.

최근 열린 개인전 ‘무등산 이야기’에서는 수십년간의 기록을 공개했다. 무등산 일출을 담은 사진을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으로 꼽으며 “새벽 이전에 산을 오르며 촬영한 일출은 집념의 결과였다”고 말했다. 멧돼지의 공격, 악천후 속 설악산 촬영, 물때를 놓쳐 수영으로 귀환한 섬 촬영 등 고된 순간들도 “지금은 모두 소중한 추억”이라고 했다. 특히 별빛을 따라 촬영한 사진이 방송국 심의에 회부될 정도로 ‘UFO 사진’으로 오해받았던 일화는 그에게도 유쾌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창작 과정에서 겪은 슬럼프에 대해서는 “사진은 결국 나 자신과의 싸움이며 창작의 고비는 내면과 마주하는 과정이었고 자연 속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대화가 큰 위로가 됐다”고 털어놨다.

이러한 경험은 ‘아침 걸음’이라는 포토일기로 이어졌고 그는 “이 일기를 10년 넘게 써오며 감정을 정리하고 다시 의지를 다지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아침 걸음’은 자신과의 대화를 담은 일기로 그에게 사진은 마음을 걷는 행위이며 그 길 위에서 다시 앞으로 나아갈 힘을 얻는 수단이다.

최정삼 사진작가는 자연·지역의 일상을 사진과 회화로 재구성하며 감정을 나누는 예술의 힘을 믿고 창작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은 월출산 광암터의 겨울. (제공: 최정삼 갤러리) ⓒ천지일보 2025.10.30.
최정삼 사진작가는 자연·지역의 일상을 사진과 회화로 재구성하며 감정을 나누는 예술의 힘을 믿고 창작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은 월출산 광암터의 겨울. (제공: 최정삼 갤러리) ⓒ천지일보 2025.10.30.

그는 AI 기반 이미지 기술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최 작가는 “빠른 결과 확인은 장점이지만 과도한 보정과 이미지 왜곡으로 딥페이크, 저작권 침해 등 윤리적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사진은 작가의 시선이 담긴 진짜 기록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디지털 장비를 선호하지만 그 선택 역시 사진의 본질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어떤 마음으로 셔터를 누르느냐가 사진의 깊이를 결정한다. 기술보다 중요한 것은 사진을 대하는 태도”라고 했다.

작업 철학에 대해서도 그는 단호했다. 최 작가는 “현장에서의 몰입과 관찰력이 사진의 깊이를 좌우한다. 최신 기술이나 고가의 장비에 의존하기보다 피사체와의 교감을 중시한다. 실제로 12시간에 걸친 장노출 촬영이나 타임랩스 기법 등 고난도의 작업에서도 장비보다 현장에 집중하는 태도를 유지한다”고 말했다

젊은 사진가들에게는 자연을 바라보는 태도를 강조한다. 그는 “산에 가면 산만 보지 말고 나무, 돌, 바람의 숨결까지 깊이 있게 봐야 한다. 셔터막이 닳도록 많이 찍어보는 경험이 결국 자기만의 시선을 만들어 준다”고 조언했다.

최정삼 사진작가는 자연·지역의 일상을 사진과 회화로 재구성하며 감정을 나누는 예술의 힘을 믿고 창작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은 최정삼 작가가 자신의 갤러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모습. (최정삼 갤러리) ⓒ천지일보 2025.10.30.
최정삼 사진작가는 자연·지역의 일상을 사진과 회화로 재구성하며 감정을 나누는 예술의 힘을 믿고 창작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은 최정삼 작가가 자신의 갤러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모습. (제공: 최정삼 갤러리) ⓒ천지일보 2025.10.30.

낡은 건물이나 사라진 풍경을 담은 사진으로 지역민들에게 위로를 전해온 그는 “그 시절을 떠올리며 반가워하시는 분들을 보면 사진의 힘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광주의 특산물인 무등산 수박을 주제로 한 다큐멘터리 작업도 계획하고 있다. 최 작가는 “씨를 뿌리고 수확하는 전 과정을 통해 생명의 순환과 자연의 질서를 시각적으로 기록하고 싶다. 농작물의 성장 과정 속에서 인간의 노동과 자연의 리듬을 함께 포착하려고 한다”고 작품 구상의 배경을 설명했다.

현재 그는 한국사진작가협회와 문화북구예술인연합회 회원으로 활동 중이며 지역민을 위한 공공 교육 프로그램도 준비하고 있다. 촬영을 떠날 때는 초콜릿, 물, 여벌 옷, 예비 배터리를 챙기는 습관이 있으며 사진 외의 취미로는 골프를 즐긴다.

최정삼 작가의 사진은 자연을 향한 존중과 인간의 삶에 대한 애정을 바탕으로 한다. 풍경을 단순히 기록하는 것을 넘어 그 안에 담긴 시간과 감정을 시각적으로 풀어내는 데 집중한다. 작가의 시선과 감정은 사진 속에 고스란히 녹아들며 이를 바라보는 이들에게도 깊은 울림을 전한다.

최정삼 사진작가는 자연·지역의 일상을 사진과 회화로 재구성하며 감정을 나누는 예술의 힘을 믿고 창작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은 무등산 입석대의 겨울. (제공: 최정삼 갤러리) ⓒ천지일보 2025.10.30.
최정삼 사진작가는 자연·지역의 일상을 사진과 회화로 재구성하며 감정을 나누는 예술의 힘을 믿고 창작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은 무등산 입석대의 겨울. (제공: 최정삼 갤러리) ⓒ천지일보 2025.10.30.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제보하기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