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측 “휴전 협정 위반” 주장
이스라엘 공격에 26명 사망
이軍 “하마스가 먼저 공격해”
하마스 인질 유해 인도 연기
이스라엘, 가자 남북 분할 추진
영토 나누는 인프라 구축 나서
![[예루살렘=AP/뉴시스]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9월2일 예루살렘에서 기자회견 중 가자지구 지도를 가리키며 2005년 이스라엘군이 철수한 후 하마스가 어떻게 이 지역에 무기를 들여왔는지 설명하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휴전에 따라 지난주 철수했던 경계선인 이른바 '황색선'을 물리적으로 표시할 것이라고 이스라엘 카츠 국방장관이 17일 밝혔다.](https://cdn.newscj.com/news/photo/202510/3333474_3414554_2421.jpg)
[천지일보=이솜 기자]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무장단체 하마스가 휴전협정을 위반했다고 주장하며 28일(현지시간) 공습을 감행해 20여명이 숨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달 초 중재한 휴전 합의가 다시 한번 흔들리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가자지구 보건당국은 이번 공습으로 최소 26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5명은 가자 중부 부레이지 난민캠프의 한 주택에서, 4명은 가자시티 사브라 지구의 한 건물에서, 5명은 칸 유니스의 한 차량에서 숨졌다. 목격자들은 이스라엘 전투기의 공격이 29일 새벽까지 가자지구 전역에서 이어졌다고 전했다.
이스라엘군은 즉각적인 논평을 내놓지 않았지만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실은 “그가 즉각적이고 강력한 공격을 명령했다”고 밝혔다. 성명은 구체적인 이유를 밝히지 않았다. 한 이스라엘 군 관계자는 하마스가 이스라엘 통제 지역 내에서 군을 공격해 휴전협정을 위반했다고 로이터에 말했다. 그는 “이는 또 다른 명백한 휴전 위반”이라고 했다.
미국이 중재한 휴전협정은 2023년 10월 7일 하마스 주도의 공격으로 촉발된 2년간의 전쟁을 끝내고 지난 10일부터 발효됐다. 이스라엘은 이번 공습에 앞서 미국 측에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은 서로가 휴전협정을 어겼다고 비난하고 있다.
하마스의 무장조직 알카삼 여단은 27일로 예정됐던 실종 인질 시신의 인도를 연기하겠다고 밝혔다. 그 이유로 이 단체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휴전협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알카삼 여단은 텔레그램 메시지를 통해 “이스라엘이 가자 내 공격을 확대할 경우 이는 시신 수색 및 수습 작업을 방해하고 이스라엘 병사들의 시신 인도 절차를 지연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가자시티 공습은 지난 24일에도 이어졌는데 이스라엘은 이때 “이스라엘군 공격을 계획하던 인물을 겨냥한 정밀 타격”이었다고 주장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28일에 하마스가 인질 시신 인도 과정에서 잘못된 유해를 넘겼다며 휴전협정을 위반했다고도 비난했다. 이에 하마스는 네타냐후 총리가 이스라엘의 의무 이행에서 벗어나기 위한 구실을 찾고 있다고 반박했다.
하마스는 아직 수습되지 않은 모든 인질의 시신을 넘기기로 합의했지만 폐허 속에서 시신을 찾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대부분 인질 시신의 위치를 알고 있다고 주장한다.

◆무기 안 내려놓으려는 하마스
CNN에 따르면 이스라엘 군 관계자는 이날 하마스가 가자지구 내 휴전선을 표시한 임시 ‘노란색 선(Yellow Line)’ 동쪽에서 이스라엘군을 공격했다고 전했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스라엘군이 이 선을 따라 진지를 구축하며 방어 시설을 강화하고 영토를 사실상 두 구역으로 나누는 인프라를 세우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선은 이달 초 휴전이 발효된 이후 이스라엘이 통제하는 지역과 하마스가 지배하는 지역을 가르는 경계로 트럼프 행정부의 평화안에 따라 가자지구를 사실상 남북으로 양분한다. WSJ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이 경계선을 따라 기존 전초기지를 유지하며 새로운 거점을 세우고 있다. 철조망과 모래 둑으로 둘러싸인 병력과 전차가 배치돼 있다.
이스라엘군은 노란색 페인트로 칠한 콘크리트 블록을 설치해 경계선을 공식 표식화하려 하지만 현재까지 전체의 10~20% 정도만 완료된 상태라고 군 관계자들은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평화안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국제 평화유지군이 배치되고 하마스가 무장 해제된 이후에야 가자지구 국경 쪽으로 더 철수해야 한다. 그러나 하마스는 무기를 내려놓기를 거부하며 이 지역의 통제권을 강화하고 있다.
이 같은 충돌은 하마스가 ‘전후 가자 체제’ 협상에서 영향력을 유지하려 한다는 분석과 맞닿아 있다. 이스라엘군 관계자들은 이 노란색 선이 향후 상당 기간 방어선으로 남을 가능성을 대비하고 있다고 WSJ에 말했다.
하마스가 계속 무장 해제를 거부할 경우,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스라엘이 통제하는 지역부터 재건을 시작하는 계획을 추진할 예정이다. 이는 하마스가 항복할 때까지 팔레스타인 주민들에게 ‘보다 안전한 대체 거주지’를 제공하기 위한 조치라고 JD 밴스 부통령과 재러드 쿠슈너는 지난주 이스라엘에서 밝혔다.
이스라엘 안보 전문가이자 싱크탱크 마인드 이스라엘의 부대표인 아브너 골로브는 “노란색 선은 하마스를 대체할 내부 대안을 구축할 중요한 기회를 제공한다”며 “나쁜 선택지들 속에서 창의적 해결책이 필요하다. 이번 합의의 가장 큰 성과 중 하나”라고 WSJ에 평가했다.
휴전 발효 이후에도 하마스 전투원들은 이 선을 따라 여러 차례 이스라엘군을 공격했다. 한 사례에서는 노란색 선 너머 깊숙한 곳에 숨어 있던 하마스 대원이 수개월간 이스라엘이 완전히 장악했던 남부 가자 지역에서 병사 2명을 살해했다.
이스라엘군은 여전히 하마스 대원 수백명이 이스라엘 통제 지역 내 터널에 숨어 있으며 지휘관들과 연락을 주고받고 있다고 평가한다. 군은 하마스가 남긴 폭발물 제거 작업을 계속 진행 중이다.
하마스는 가자지구 내 약 1만 5천명의 무장 대원을 보유하고 있으며 지휘 체계도 대부분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이스라엘군은 파악한다.
이스라엘 병력은 이 선 근처로 접근한 팔레스타인 민간인들을 향해 경고 없이 발포하기도 했다. 한 사례에서는 정지 명령을 무시한 차량에 발포해 가자지구 당국 발표 기준 민간인 11명이 사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