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립 73주년 기념사… “행백리자반구십 자세로 한화의 100년 준비”
조선·방산 성공경험 강조… “‘안전’ 최우선이라는 확고한 기준 세워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제공: 한화그룹) ⓒ천지일보 2025.01.23.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제공: 한화그룹) ⓒ천지일보 2025.01.23.

[천지일보=김정필 기자]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9일 그룹 창립 73주년을 맞아 “이제 목표는 글로벌 선두”라며 “국가대표 기업이라는 책임감을 갖고 각 분야의 선두가 돼야 한다”고 밝혔다.

김승연 회장은 창립기념일인 이날 직원들에게 배포한 기념사에서 이같이 밝혔다.

김 회장은 한화그룹이 100년, 200년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국가 대표기업이라는 책임감 아래 각 분야 선두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를 위해선 냉철한 국제정세 판단, 신속한 네트워크 구축, 대담한 현지 진출이 관건”이라며 “조선, 방산 분야 성공 경험 및 노하우를 한화그룹 전체로 확산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화그룹은 한화오션을 중심으로 미국 필리조선소를 인수해 한미 조선 사업 협력의 핵심으로 자리 잡게 했고, 방산 분야에서는 유럽, 호주, 중동 등에 현지 법인을 설립해 수출 확대 기반을 다진 바 있다.

김 회장은 방산, 조선, 에너지, 기계 등의 분야에서 원천기술 확보가 후발주자에서 선도자로 올라가는 첩경(지름길)이라며 인공지능(AI) 방산의 무인기 센서나 추진 동력, 첨단 항공 엔진, 초고효율 신재생에너지 분야의 원천기술 확보를 거듭 강조했다.

장교동 한화빌딩 전경. (제공: 한화) ⓒ천지일보DB
장교동 한화빌딩 전경. (제공: 한화) ⓒ천지일보DB

그는 “73년 전 사업보국(事業報國)의 신념으로 창립된 한화그룹이 이제 시가총액 100조원 기업으로 우뚝 섰다”며 임직원들의 노고를 격려했다. 한화그룹의 시총은 지난달 30일 기준 127조 700억원으로 올 초에 비해 3배 가까이 상승했다.

김 회장은 신중한 판단과 과감한 행동의 균형이 사업 성공의 요체라고 강조했다. 그는 “안주하는 습성을 완전히 버려야 한다”며 “달라진 위상과 평가에 젖어 관행을 답습하는 순간이 바로 위기의 시작”이라고 경고했다.

또 중국 전국시대 역사서 전국책 진책편의 ‘행백리자반구십(行百里者半九十)’라는 구절을 인용해 “백리 가는 길에 구십리를 절반으로 아는 자세로 한화의 100년, 200년을 준비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행백리자반구십은 인생이나 일에서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을 담고 있다.

마지막으로 김 회장은 안전의 중요성을 거론했다.

그는 “인식이 바뀌어야 행동이 따라간다”며 “안전이 최우선이라는 확고한 기준을 세워 안전설비와 공정을 끊임없이 개선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한화가 한화 가족 모두의 꿈을 키우고 실현하는 보금자리가 되길 바란다”며 “임직원 모두가 한화의 현재이자 미래이고, 주인”이라고 덧붙였다.

 

다음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그룹 창립 73주년 기념사 전문.

한화가족 여러분! 반갑습니다. 그룹 창립을 처음 함께 기념하게 된 새 한화가족 여러분, 환영합니다. 

1952년, 한화는 전쟁의 폐허를 딛고 잘 사는 나라를 향한 희망의 첫 발을 내디뎠습니다. 그 뜨거웠던 사업보국의 신념을 바탕으로 이제 우리는 국가 간 협상의 중추 역할을 하는 시총 100조 기업으로 우뚝 서게 되었습니다.

한화가족 여러분. 우리를 둘러싼 국내외 모든 환경이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 신중한 판단과 과감한 행동, 두 가지가 함께 필요한 시기입니다. 그 좋은 본보기가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조명을 받은 미국 필리조선소 인수입니다. 신중함과 과단성의 균형이 사업 성공의 요체입니다.

동시에 안주하고 향유하는 습성을 완전히 버려야 합니다. 우리의 가장 큰 적은 변화가 두려워 편안함에 갇혀버린 자신일 수 있습니다. 달라진 위상과 평가에 젖어 관행을 답습하는 순간이 바로 위기의 시작입니다. 아직 갈 길이 멉니다. ‘행백리자반구십(行百里者半九十)’, 백리 가는 길에 구십리를 절반으로 아는 자세로 한화의 100년, 200년을 준비해야 합니다.

한화가족 여러분. 우리의 목표는 이제 글로벌 선두입니다.

우리는 북미, 유럽, 중동 등 세계 각지에서 방산, 조선, 에너지, 금융, 기계 분야 대형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국가대표 기업이라는 책임감을 갖고 각 분야의 선두가 돼야 합니다. 

냉철한 국제정세 판단과 신속한 네트워크 구축, 그리고 대담한 현지 진출이 관건입니다. 방산, 조선 분야의 성과가 바로 좋은 사례입니다. 그 경험과 노하우를 그룹 전체로 확산시켜야 합니다.

그리고 세계 최고 수준의 원천기술을 개발해야 합니다. 

방산, 조선, 에너지, 기계 등 우리 한화가 세계 각지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분야의 키 플레이어들은 하나같이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후발 주자가 선도자로 올라서는 첩경은 새로운 원천기술을 확보하는 것입니다. AI 방산의 무인기 센서나 추진 동력, 첨단 항공엔진, 초고효율 신재생에너지 등 핵심 사업 분야의 원천기술로 시장에서 압도적 지위를 차지해야지만 미래가 보장됩니다. 

한화의 기술이 인류의 내일을 만든다는 자부심으로 기술 개발에 전념해 주기 바랍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과 헌신이 있어야 원천기술에 다다를 수 있습니다. 굴하지 않는 개척정신으로 새로운 길을 만듭시다.

또 무엇보다 안전이 중요합니다.

저는 지난 대산공장 현장경영에서 안전은 그 어떤 기술이나 전략보다 앞서는 가장 본질적인 경쟁력이자, 지속성장을 가능케하는 힘이라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안전은 우리 모두를 위한 핵심 과제이자 시대적 가치입니다.

인식이 바뀌어야 행동이 따라갑니다. 임직원 모두 안전이 최우선이라는 확고한 기준을 세웁시다. 안전설비와 공정을 끊임없이 개선해 나갑시다.

한화가족 여러분!

얼마 전 한화생명 볼파크에서 젊은 한화가족들과 함께 이글스를 응원했습니다. 저는 이들의 눈빛에서 뜨거운 꿈과 도전정신, 열정을 느꼈습니다. 이들이 한화의 기둥으로 성장하는 그 날까지 우리 한화가 한화가족 모두의 꿈을 키우고 실현시키는 보금자리가 되길 바랍니다. 

여러분 모두가 한화의 현재이자 미래이고, 주인입니다. 자랑스러운 한화를 함께 만들어 나갑시다. 감사합니다. 

2025년 10월 9일

한화그룹 회장 김승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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