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조사 후 영장 신청 검토
이진숙 측 블로그에 영장 공개
야당 “정권폭주·공포정치”

[서울=뉴시스] 공직선거법·국가공무원법 위반 등 혐의로 체포된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2일 서울 영등포경찰서로 압송되고 있다. 2025.10.02.
[서울=뉴시스] 공직선거법·국가공무원법 위반 등 혐의로 체포된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2일 서울 영등포경찰서로 압송되고 있다. 2025.10.02.

[천지일보=김누리 기자]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체포된 뒤 3시간 동안 경찰의 조사를 받고 유치장에 입감됐다. 이 전 위원장 측은 부당한 체포라며 체포영장을 공개하고 법원 체포적부심사도 예고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 2일 오후 6시부터 약 3시간 동안 영등포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았다. 조사는 오후 9시경 종료됐다. 이후 이 전 위원장은 유치장으로 이동했다. 경찰은 3일 오전 10시부터 다시 조사를 이어갈 예정이다.

이 전 위원장 측 임무영 변호사는 조사 직후 취재진과 만나 “오늘은 시간이 짧아 혐의보다는 출석 요구가 실제 있었는지를 따졌다”며 “출석 협의가 있었는데도 불응했다고 한 것은 검사와 판사를 속인 허위 공문서”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내일 곧바로 체포적부심을 청구하겠다”며 “향후 조사에서는 범죄 성립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소명하겠다”고 강조했다. 임 변호사는 또 “내일 조사에서는 범죄가 성립하지 않는 점을 상세히 설명할 예정”이라며 “경찰이 구속영장을 신청하더라도 검찰이 합리적 판단을 내려 기각해주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임 변호사는 조사 후 개인 블로그를 통해 경찰의 체포영장도 공개했다.

영장에 따르면 이 전 위원장은 국가공무원법 및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이 전 위원장이 직무정지 상태였던 지난해 9∼10월 보수성향 유튜브 4곳에 출연해 정치적으로 편향된 발언을 한 혐의가 있다고 영장에 적었다.

이 전 위원장이 “보수 여전사 참 감사한 말씀… 가짜 좌파들과 싸우는 전사들이 필요하다” “민주당이나 좌파 집단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는 집단” 등 특정 정당을 반대하는 의견을 표명했다는 것이다.

경찰은 정무직 공무원으로서 직무와 관련해 또는 그 지위를 이용해 정치적 중립을 위반하는 발언을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국가공무원법(정치운동의 금지) 위반 혐의가 적용됐다.

또 대선·보궐선거를 앞둔 올해 3월∼4월 페이스북과 국회 발언을 통해 “민주당 의원들과 이재명 대표의(가) 직무유기 현행범” “민주당이 저를 탄핵시켰으니까요” 등 발언으로 민주당 후보자를 낙선하게 할 목적의 발언을 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도 있다고 밝혔다.

임 변호사는 블로그에서 “이 전 위원장이 면직된 날인 10월 1일 체포영장이 신청됐다”며 “영등포경찰서의 비열함이 두드러지게 느껴지는 행태”라고 지적했다.

또 경찰이 “담당 경찰이 ‘형식적으로 (출석요구서를) 보낸 것이니 신경 쓸 필요 없다’고 말했다”며 “체포영장 신청을 요건을 만들기 위한 의도적 행위 아니냐”고 강조했다.

경찰은 내일 오전 이 위원장에 대한 조사를 이어간 뒤 구속영장 신청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다. 다만, 이 전 위원장 측이 체포적부심사를 청구할 경우 심문이 먼저 열릴 것으로 보인다.

체포적부심사는 수사기관에 의한 피의자 체포가 적법한지, 체포의 계속이 필요한지 여부를 법원이 심사하는 제도다. 법원은 청구서가 접수되면 즉시 심문기일을 통지하고, 48시간 이내에 기일을 열어 심문해야 한다.

결정은 심문 절차가 종료된 때로부터 24시간 이내에 해야 한다.

이러한 가운데 이 전 위원장의 체포에 대해 정치권 안팎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같은 날 영등포경찰서 앞에서는 자유대한호국단과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가 기자회견을 열고 이 전 위원장의 석방을 촉구했다.

이들은 “정당한 불출석 사유가 있었는데도 경찰이 소환 불응으로 몰았다”며 “체포영장 집행은 과잉이며 정치적 의도가 짙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이재명 정권의 폭주” “전형적인 정치 수사” 등 거센 비난을 퍼붓는 한편 이 전 위원장의 체포 과정에 관여한 검사 등에 대해 고발한다는 방침이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진숙 체포, 이재명 정권의 폭주이자 권력 망나니칼춤”이라고 지적했다.

한동훈 전 대표도 페이스북에 “공안정권의 공포정치”라고 비난했으며, 주진우 의원은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사망 선언이자 인사권자만 바라본 ‘딸랑이 짓’”이라며 “중국 공안, 일제 순사보다 더 하다”고 힐난했다.

장동혁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금 국민들은 나라 전체가 미쳐 돌아가는 것을 지켜보고 있다”며 “이 전 위원장이 직무정지 때 유튜브에서 ‘방통위 기능 마비는 민주당 책임’이라고 발언한 것이 범죄사실이라고 하는데, 범죄에 해당하지도 않고 체포 요건에도 맞지 않다”고 비판했다.

그는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는데도 경찰은 출석 불응을 이유로 체포 영장을 신청하고 검찰이 청구하고 법원이 발부했다”며 “불출석 사유서가 첨부됐음에도 발부했다면 직권남용죄로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경고했다.

송언석 원내대표도 페이스북을 통해 “가족과 함께 명절을 준비하던 집에 경찰이 들이닥친 충격은 마치 ‘게슈타포식 기습’과 다름없었을 것”이라며 “추석 밥상에 '이진숙 체포'라는 소재를 올려 여론을 왜곡하려는 전형적인 정치 수사이자, 정권에 충성하기 위한 경찰의 아첨 수사”라고 비판했다.

개혁신당도 이날 논평을 통해 “잡으라는 물가는 안 잡고, 이진숙만 잡나”라며 “과거 단식을 이유로 대북송금 관련 검찰 출석을 하지 않으신 분은 현재 대통령직을 수행하고 계시다”고 날을 세웠다.

개혁신당은 또 “정당한 공적 의무를 수행한 이 전 위원장을 '출석 불응'으로 규정해 체포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은 오는 3일 이 전 위원장에 대한 체포 영장을 신청한 경찰, 청구한 검사, 영장을 발부한 판사를 고발한다는 계획이다.

경찰은 3일 오전 재조사 결과를 토대로 이 전 위원장에 대한 신병 처리 방향을 검토할 계획이다. 체포적부심 결과에 따라 이 전 위원장의 구속 여부와 향후 수사 방향이 결정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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