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S 리튬이온 배터리 화재
“교체 시기 지났는데도 사용”
전원 차단 해명도 논란 발생
캐즘·IRA 보조금 종료에 더해
겹악재 마주한 업계 노심초사
政, ESS 보급 확대 계획 유지
◆노후 배터리 관리 도마 위
최근 초유의 전산시스템 마비를 일으킨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의 원인으로 노후 배터리 미교체가 지목된다. 화재는 UPS 리튬이온 배터리를 지하로 옮기던 중 발생했다. 해당 배터리는 LG에너지솔루션 셀을 기반으로 UPS 제조업체를 거쳐 지난 2014년 8월 국정자원에 납품됐다. 사용 연한 10년을 이미 넘겼으며 보증기간도 끝난 상태였다. UPS 배터리 작동방식은 ESS와 유사하다.
◆ESS 포기할 수 없는 K-배터리
국내 배터리 업계는 전기차 수요 둔화에 대응해 ESS를 새로운 돌파구로 삼아왔다. 오는 30일 IRA 개정으로 전기차 구매 보조금이 종료되면 판매 둔화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거기다 한미 관세 협상도 공전 중이라 전기차 판매 타격이 더욱 클 전망이다. 정부 또한 재생에너지 확대와 온실감스 감축 등을 고려해 ESS 확대 기조를 유지한다. ESS는 전기를 저장해 날씨에 따른 간헐성과 변동성 등 재생에너지의 단점을 보완해준다

[천지일보=이재빈 기자]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 화재로 정부 전산시스템에 장애가 생긴지 1주일째지만 복구율은 여전히 10%대에 머무르고 있다. 화재 원인 중 하나로는 사용 기한을 넘긴 리튬배터리가 지목되고 있다.
제품 자체의 결함은 아니지만 국내 배터리 업계에선 에너지저장장치(ESS)에 대한 안전 우려가 커지면서 관련 시장이 위축될 가능성에 고심하는 모습이다.
특히 최근 업계 핵심 사업인 전기차가 ‘캐즘(Chasm, 일시적 성장 둔화)’와 더불어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보조금 종료 등악재가 지속하고 있다. ESS가 이에 대한 대체 먹거리로 급부상한 상황이기 때문이 우려는 더욱 심화하고 있다.
◆국가 전산시스템 1주일째 복구율 10%
2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달 30일 기준 공무원 약 130명, 전산시스템 운영 및 유지관리 인력 570여명을 투입해 복구작업을 폈다. 다만 복구율은 10%대에 머물러 있다.
우선순위가 높은 1·2등급 시스템에선 절반이 넘게 복구됐다. 다만 전체 647개 중 약 2/3에 해당하는 3·4등급 시스템 복구는 상대적으로 후순위라 전체 복구율도 큰 상승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26일 국정자원 대전 본원 전산실에서 발생한 화재는 무정전전원장치(UPS)용 리튬이온 배터리를 지하로 옮기던 중 발생했다. 당시 작업자 13명이 옮기는 과정에서 전원이 차단된 배터리 1개에서 불이 난 것으로 확인됐다.
UPS는 건물 정전 시 일시적으로 전기를 공급하기 위해 설치하는 보조전원 장치로 용도만 다를 뿐 ESS와 구조나 작동방식은 동일하다.
문제가 된 배터리는 LG에너지솔루션 셀을 기반으로 UPS 제조업체를 거쳐 지난 2014년 8월 국정자원에 납품됐다. 사용 연한 10년을 이미 넘겼으며 보증기간도 끝난 상태였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정부가 대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 전산실에서 발생한 화재로 중단된 행정정보시스템 복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29일 오전 서울 시내의 한 지하철역에 이용이 중단됐던 무인민원발급기가 복구돼 있다. ⓒ천지일보 2025.09.29.](https://cdn.newscj.com/news/photo/202510/3324435_3403018_5021.jpg)
해당 모델은 과거 화재 이력이 없었고 지난 6월 정기 안전 점검에서도 별다른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다.
일각에선 전원 차단 없이 전선을 분리하다 단락(쇼트)이 발생했을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오지만 국정자원은 전원을 끊고 40분 뒤 불꽃이 튀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이 소방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배터리 전원은 최초 신고 2시간 42분 뒤인 오후 11시 2분에야 차단됐다.
앞서 대전경찰청 과학수사대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 관계자들은 지난달 30일 오전 10시께 국정자원 전산실에서 현장 감식을 시작했다. 경찰은 이날 3D 스캐너를 이용해 최초 발화원으로 추정되는 무정전·전원(UPS)용 리튬이온배터리가 있었던 내부 곳곳을 스캔하고 있다.
앞서 경찰은 최초 발화원으로 의심되는 리튬이온배터리 6개 중 안정화 작업이 끝난 3개를 국과수에 감식 의뢰했고 나머지 3개의 배터리도 이날 현장 감식 전 국과수로 옮겼다.

◆“화재 위험 없는 배터리 없어”
리튬이온 배터리는 1991년 상용화된 이후 각종 정보통신 기기는 물론 로봇, 전기차, ESS 등 다양한 분야에서 가장 폭넓게 활용되는 이차전지다.
충전을 되풀이해도 이렇다 할 성능 감소 없이 쓸 수 있는 데다 과거 니켈계 배터리와 비교해 전압이 세 배 이상 커 고용량·고출력 제품에 안성맞춤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셀 내부에 다량의 에너지를 저장하고 있어 화재 또는 폭발 가능성이 없지 않다.
한편 당장 리튬이온 배터리를 대체할 현실적 방안은 없는 상황이다. 나트륨 배터리나 수소 배터리 등이 거론되지만 기술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시기상조라는 평가다. 나트륨 배터리는 이제 막 개발을 시작한 데다 수소 배터리도 아직 상용화 단계가 아니다. 당초 전기를 공급하는 역할이기 때문에 어떤 배터리여도 화재 위험이 전무할 수 없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배터리 업계에선 화재 원인 규명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도 배터리 자체 결함 여부에는 선을 긋고 있다. 당초 사용 기한을 넘긴 배터리였으며 배터리와 서버 간 거리도 설비 설치시기인 지난 2014년에는 법적 기준이 없었다는 설명이다.
관련 제도들은 지난 2023년 한국전기설비 규정, 전기설비 검사 기준, 전기안전관리법 시행규칙 등을 개정하면서 강화됐다. 2010년대 후반에 ESS 화재가 잇따르면서다.
충·방전을 반복하는 특성상 사용 기한을 초과한 배터리는 상대적으로 화재 위험이 커질 수밖에 없다. LG CNS는 지난해 6월 정기 검사에서 사용 연한 초과를 알리며 교체를 권고한 바 있다. 다만 국정자원은 지난 6월 정기 점검에서 이상이 없어 계속 사용했다는 입장이다.

◆ESS 개발 추진은 멈출 수 없다
업계에선 이번 화재가 자칫 배터리에 대한 부정적 인식 확산으로 이어져 ESS 시장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ESS는 현재 대부분 리튬이온 배터리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앞서 국내 배터리 업계는 전기차 수요 둔화에 대응해 ESS를 새로운 돌파구로 삼아왔다. 오는 30일 IRA 개정으로 전기차 구매 보조금이 종료되면 판매 둔화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거기다 한미 관세 협상도 공전 중이라 전기차 판매 타격이 더욱 클 전망이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최근 배터리 3사 모두 ESS 산업에서 순항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다만 이번 화재로 배터리 안전에 대한 불신이 확산할 경우 시장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밝혔다. 또 최근 출시된 ESS와 UPS의 경우 최신 안전 기준을 적용해 화재 우려가 적다는 설명이다.
정부도 ESS 확대 정책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제조사의 보증 기한이 지난 ESS나 무정전UPS를 교체할 경우에는 정부가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특히 필요할 경우 유관 부처와 협의해 최신 안전 기준이 적용되지 않았거나 제조사 보증 기한이 지난 배터리 시스템의 교체를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재생에너지 확대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ESS 보급을 늘리고 있다. 재생에너지는 날씨에 따른 간헐성이 단점이지만 ESS에 에너지를 저장하면 이를 효과적으로 보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오는 2038년까지 23GW 규모의 장주기 ESS가 필요하며 2029년까지 2.22GW 설치를 추진한다.
올해 상반기에는 1조원 규모의 1차 정부 주도 ESS 사업 입찰이 마무리됐고 연말 2차 입찰이 예정돼 있다.
특히 정부는 재생에너지 목표를 상향할 계획이어서 앞으로 ESS 설치 속도는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11차 계획에 따르면 정부의 오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설비 용량 목표는 78GW였다. 다만 최근 2035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수립을 위한 토론회에서 환경부는 2030년까지 설비 용량이 100GW는 돼야 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