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동희 건축가
집짓기에서 가장 중요한 결정은 시공사 선택이다. 설계가 아무리 훌륭해도 이를 제대로 구현할 시공사가 없다면 도면은 종이 위의 그림에 불과하다. 많은 예비건축주가 가장 먼저 가격을 따지지만 단순히 저렴한 곳을 고르는 것은 위험하다. 부실시공의 단초가 될수도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경험과 전문성을 확인해야 한다. 내가 원하는 공법과 규모의 집을 지어본 실적이 있는지, 실제 준공된 집의 마감과 완성도가 어떤지 직접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 사진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므로 가능하다면 현장을 방문해 보는 것이 좋다.
또한 견적서를 확인할 때는 반드시 포함·불포함 항목을 구분해야 한다. 조경, 담장, 전기·가스 인입 등은 일반적으로 별도 공사비로 책정돼 추후 정산하는 경우가 많다. 계약 전 이 부분을 명확히 해두어야 불필요한 분쟁을 막을 수 있다.
아울러 건축가의 디자인 의도와 예비건축주의 요구사항을 시공사와 함께 미리 검토하고, 공사 특기 사항을 계약서에 명기하는 것이 안전하다. 작은 디테일 하나라도 계약 단계에서 확정해야 현장에서 불필요한 마찰을 줄일 수 있다.
긴 공사 기간 동안의 소통 능력 역시 집짓기의 만족도를 좌우한다. 진행 상황을 투명하게 공유하고 문제가 생겼을 때 책임감 있게 대응하는 태도가 중요하다. 상담 과정에서 보여지는 태도와 말투만으로도 신뢰도를 가늠할 수 있다.
집은 완공 후부터 진짜 평가가 시작된다. 따라서 사후 관리와 하자 보수 체계가 얼마나 갖추어져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보증 기간과 범위를 계약서에 명시하고, 하자 발생 시 신속히 대응할 수 있는지 점검하는 것이 안전하다.
결국 시공사 선택은 단순히 ‘업체 고르기’가 아니라 평생을 함께할 집을 만들어줄 동반자를 찾는 일이다. 최소 두세 곳 이상의 시공사를 비교하고, 건축가의 조언을 받아 종합적으로 판단한다면 실패 없는 집짓기에 한 발 다가갈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