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러시아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대이란 제재 복원 표결 결과를 강하게 비판하며 한국까지 겨냥하고 나섰다. 러시아 외무부는 이번 조치가 “이란 핵 프로그램을 둘러싼 긴장을 더욱 고조시킬 뿐”이라고 주장했다.
◆러시아, 한국 비판… “도발적이고 불법적”
러시아 외무부는 20일(현지시간) 성명에서 “러시아는 포괄적공동행동계획(JCPOA, 이란 핵합의)에 참여한 유럽 국가들과 그들의 영향을 받은 유엔 안보리 의장국인 한국의 행동이 도발적이고 불법적이라는 점을 여러 차례 지적해왔다”고 밝혔다. 이어 “이 같은 행동은 외교와 무관하며 긴장을 더 높일 뿐”이라고 비난했다.
특히 외무부는 한국이 안보리 의장국 자격으로 결의안을 제출하고도 정작 표결에서 기권한 점을 문제 삼았다. 성명은 “한국의 기권은 자국 제안의 법적·절차적 무의미성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라며 “유럽의 ‘스냅백’ 주장도 실패했음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꼬집었다.
◆제재 복원 절차와 한국의 역할
안보리는 전날 대이란 제재 완화를 유지하는 결의안을 표결에 부쳤으나 부결됐다. 이에 따라 새로운 합의가 도출되지 않는 한 이달 28일부터 유엔의 대이란 제재가 복원된다.
표결에서 러시아·중국·파키스탄·알제리 등 4개국은 찬성표를 던졌으나, 미국·영국·프랑스 등 9개국은 반대표를 던졌다. 한국과 가이아나는 기권했다.
문제가 된 결의안은 한국이 제출한 것이었다. 안보리 의장국으로서 스냅백 절차 발동 이후 열흘 이내에 결의안을 제출해야 한다는 규정에 따른 형식적 조치였다. 제안 내용은 ‘대이란 제재 완화 유지’였지만, 실제로는 절차상 부결을 전제로 한 형식적 안건이었다.
◆스냅백 절차 발동 배경
스냅백 절차는 영국·프랑스·독일이 지난달 28일, 이란이 합의를 중대하게 위반했다고 안보리에 통보하면서 시작됐다. 이란은 최근 7년간 합의에서 정한 수준을 넘어 우라늄을 농축해왔다.
2015년 체결된 이란 핵합의는 이란이 핵 프로그램 일부를 중단하는 대신 유엔 제재를 완화하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2018년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합의를 일방적으로 파기하면서 사실상 효력을 잃었다.
◆러시아-이란 밀착 심화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국제사회 제재에 직면하자 이란과 군사·외교적 협력을 강화해왔다. 이번 안보리 표결에서도 러시아는 제재 완화 유지에 찬성하며 이란을 두둔했다.
이번 사안과 관련해 이란 핵 프로그램을 둘러싼 국제사회의 갈등이 다시 격화되는 동시에 안보리 의장국으로서 한국의 역할이 의도치 않게 외교적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됐음을 보여준다는 관측이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