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지도부 부정청탁 의혹 발단
“사실상 권력유착 상징적 무대”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국가조찬기도회 폐지를 요구해온 개신교계의 목소리가 다시 거세지고 있다. 그동안 꾸준히 제기돼 온 폐지론이 최근 역대 지도부의 부정 청탁 연루 사실이 드러나면서 강한 반발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제56회 국가조찬기도회 제11대 회장을 지낸 서희건설 회장 이봉관 장로는 김건희 여사에게 고가의 명품 목걸이를 건네고 사위 인사를 청탁한 혐의로 특검 수사를 받고 있다. 부회장 이배용 전 국가교육위원장 역시 김 여사에게 ‘금거북이’ 등 고가 선물을 전달한 정황이 확인돼 압수수색을 받는 등 수사 대상에 오른 상태다.
이 같은 의혹이 불거지자 국가조찬기도회가 정권과 종교권력 사이의 부정 청탁 창구로 이용돼 온 것 아니냐는 비판 여론이 확산했다. 개신교 진보 진영에서는 “사실상 권력 유착의 상징적 무대”라는 성토가 잇따르고 있다.
교회개혁실천연대(개혁연대)·기독교윤리실천운동(기윤실)·한국기독청년협의회 등 개혁 성향 교계 단체들은 9일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에서 ‘국가조찬기도회 폐지 촉구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강하게 문제를 제기했다.
이날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공동성명을 통해 “최근 드러난 뇌물·청탁 사건과 역사적·헌법적 문제로 국가조찬기도회의 존재 이유는 완전히 상실됐다”고 밝혔다. 이어 “국가조찬기도회는 신앙을 권력의 도구로 전락시켰고 교회의 신뢰를 무너뜨리며 민주주의를 훼손해 왔다”며 “한국 교회는 더 이상 이러한 위선과 부패를 방치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개혁연대 박득훈 고문은 “국가조찬기도회는 한국 민주주의 역사에서 불의한 권력과 야합해 기득권을 유지해 온 오래된 행사”라며 “정권 성향에 따라 열렬히 지지하거나 때로는 예언자 행세를 하며 거리를 두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민주, 평화, 자유, 하나님 나라와 기도라는 고귀한 언어들이 오염돼 왔다”며 “그 단어를 사용하는 자들이 불의한 권력자의 편에 설 수는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국가조찬기도회는 반드시, 그리고 당장 폐지돼야 한다”고촉구했다 .
기윤실 이명진 간사도 “정치권은 더 이상 국가조찬기도회에 참석하지 말아야 한다”며 “대형교회 표를 의식한 요식행위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정치와 교회의 유착 고리를 끊는 출발점은 국가조찬기도회 폐지”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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