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은정의 ‘동궐도 이야기’. 창경궁 부분을 모사함과 동시에 궁 마당과 거리에 인물을 넣고 역할을 삽입, 자신만의 이야기를 창작해냈다. (자료제공: 문화재청)

수난의 기억, 전통회화로 위로

잊고 지낸 역사, 되살리다

[천지일보=김예슬 기자] 조선왕궁으로서의 존엄성을 잃어야 했던 창경궁. 1909년 일제는 창경궁 안의 건물들을 헐어냈다. 그 자리에 동물원과 식물원을 설치하고 일반에 공개했다. 궁의 이름도 창경원으로 격하했다.

옛것을 계승하고 이어가야 할 젊은 전통 미술인들은 이러한 애달픈 사연이 깃든 창경궁을 어떻게 바라볼까.

젊은 예비 전통회화 작가들이 풀어내는 ‘궁 이야기’가 돌아왔다. 문화재청 한국전통문화대학교는 ‘5대 궁 이야기(宮 프로젝트)’ 세 번째 시간으로 창경궁의 역사와 현대적 조명을 다룬다. 전통에 바탕을 둔 작가들의 창작 작업과 회화 기법으로 만들어진 작품들은 살아있는 전통의 전승과 계승을 보여준다.

‘창경궁을 보듬다’라는 주제로 개최되는 이번 전시회는 슬픈 역사를 가진 창경궁을 현대의 젊은 전통회화 작가들이 위로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창경궁의 역사를 올바로 복원하기 위한 기술적 작업과 예술로서의 창조, 감정에 이르기까지 작가들이 다양한 각도에서 연구‧분석하고 고민한 흔적이 작품에 녹아있다.

먼저 전시회는 ‘정신적 포용’을 말하고 있다. 궁궐이 주는 역사적 아픔을 예술로 복원하고자 했다. ‘선택적 주의’라는 주제 속 작품 또한 눈여겨봐야 한다. 모사와 복원의 대상으로서 창경궁을 그려냈다. 허우연의 ‘기축진찬도’는 명정전 진찬도를 모사했다. 손실된 부분은 조선시대 궁중행사도 ‘기축진찬도’ 채색 안료 분석 자료를 통해 고증과 연구를 병행, 기존의 유물을 디지털프린팅 한 후 보채해 손맛을 살렸다.

전시회의 또 다른 큰 주제는 작가의 지속적인 통찰과정을 거쳐 창조되는 창작물을 주제로 한 ‘예술적 영감’이다. 권지은의 ‘남객(南客) Ⅰ, Ⅱ’이란 작품은 일제에 의해 폄하된 창경궁의 비운을 공작으로 표현했다. 동물원의 창살 안에 갇혀 유희의 대상으로 전락한 공작. 작품에서 공작은 새 중에 가장 화려하고 아름답다는 것을 제외하면 슬프기 그지없다.

마지막 주제는 ‘창조적 재현’이다. 단순한 모방에 그치지 않았다는 점이 특징이다. 전시회 관계자는 “궁 프로젝트의 작품들은 모두 사실 아닌 것이 없고 사실 그대로인 것도 없다”고 말했다. 이다은의 ‘나례 스티커’는 연산군 대에 창경궁 명정전에서 많이 행해진 나례희를 배경으로 ‘스티커’ 방식의 작품을 선보인다. 나례희는 새해를 맞이하는 밤의 연회다. 김은정의 ‘동궐도 이야기’는 국보 제249-2호 동궐도(東闕圖) 중 창경궁 부분을 모사함과 동시에 궁 마당과 거리에 인물을 넣고 역할을 삽입, 자신만의 이야기를 창작해냈다.

이 작품들은 2일부터 오는 14일까지 국립고궁박물관 기획전시실에 전시한다. 누구나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첫날인 2일 오후 3시엔 잡귀를 쫓고 평온을 기원하는 처용무(중요무형문화재 제39호) 공연을 김용목 이수자의 춤사위로 감상할 수 있다.

‘5대 궁 이야기(宮 프로젝트)’는 창덕궁‧덕수궁‧창경궁에 이어 다음 해엔 경복궁에 대한 이야기로 꾸며진다. 궁 프로젝트는 우리가 잊고 지내는 5대 궁에 대한 성찰과 관심을 환기시키고 전통회화의 깊이를 일반 대중에게 친숙하게 소개하는 기획전시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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