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네소타 가톨릭학교서 참극
학생 2명 사망·17명 부상 당해
총기·탄창에 기독교 혐오 글귀
美 종교 증오범죄 발생 증가세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의 한 가톨릭 학교에서 개학 미사 중이던 교실을 향해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해 어린이 최소 2명이 숨지고 17명이 다치는 참극이 발생했다.
당국은 ‘기독교를 겨냥한 증오범죄(hate crime)’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총기난사범은 성전환자로 범행 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기독교, 유대인 등에 대한 증오를 표출한 정황이 드러났다.
27일(현지시간) CNN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미 연방수사국(FBI)은 “총격범은 생물학적 성은 남성이지만 자신을 여성이라고 주장하는 23세 트렌스젠더 로빈 웨스트먼”이라며 “그가 학교 건물 밖에서 성당 창문을 통해 소총을 무차별적으로 발사했다”고 확인했다. FBI는 “종교를 겨냥한 국내 테러이자 증오범죄로 규정하고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사건은 이날 오전 8시 30분께 발생했다. 사건이 발생한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의 ‘어넌시에이션 가톨릭 스쿨’ 내 성당에선 학교 개학 첫 주를 기념하는 단체 미사가 진행 중이었다. 웨스트먼은 성당 외벽으로 접근해 스테인드글라스를 통해 내부로 무차별 총격을 가했다. 이후 성당 안으로 들어가서까지 총기를 난사했다.
이 총격으로 미사에 참여하던 8세·10세 어린이 2명이 숨지고 6세에서 15세 사이 어린이 14명 포함 총 17명이 부상했다. 7명은 병원 도착 당시 위독한 것으로 전해졌다. 용의자 로빈 웨스트먼은 총격을 마친 후 건물 뒤쪽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채 발견됐다.
브라이언 오하라 미니애폴리스 경찰국장은 “웨스트먼은 최근 합법적으로 구입한 소총, 산탄총, 권총을 범행에 사용했다”며 “건물의 측면 출입문 일부에는 다른 사람들의 출입을 막기 위한 것으로 보이는 나무판자가 놓여 있었다”고 전했다.
성전환자였던 웨스트먼은 트럼프 대통령과 유대교, 기독교에 적대감을 드러냈던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웨스트먼이 범행에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소총과 탄창에 ‘아이들을 위해’ ‘너의 신은 어디에 있나’, ‘도널드 트럼프를 죽여라’ 등 문구가 휘갈겨 써진 것이 확인됐다.

또 그가 범행 직전 유튜브에 게시한 자신의 범행 예고 영상에서 예수가 그려진 사격 표적이 포착되는 등 특정 종교에 대한 증오범죄 정황도 포착됐다. 현재 영상은 삭제된 상태지만 수사관들이 범행 동기를 규명하기 위해 검토 중이다.
미니애폴리스 경찰은 웨스트먼의 범행 동기를 정확히 밝혀내진 못했다면서 웨스트먼에게 중대 전과는 없었으며 단독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미 언론은 이번 사건이 발생한 학교가 1923년에 설립돼 유치원(pre-K)부터 8학년까지 운영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2023~2024학년도에는 391명의 학생이 재학했으며 총격범 웨스트먼은 이 학교 출신 졸업생으로 확인됐다. 그의 모친도 과거 이 학교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교황 레오 14세는 총격 사건과 관련해 애도의 뜻을 담은 전보를 보내 “끔찍한 비극”이라며 “사망자와 부상자의 유족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 현장 의료진과 응급 대응자들 그리고 지역 가톨릭 공동체 전체를 위해서 기도한다”고 전했다.
세인트폴·미니애폴리스 대주교 베르나르드 에브다는 “학생, 교사, 성직자, 교구민들이 안전하다고 느껴야 할 교회에서 참사가 벌어진 것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면서 현재 대교구 직원들이 본당과 학교에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종교 증오범죄 갈수록 확산
미국 내 종교 증오범죄는 갈수록 늘고 있다. FBI 통계에 따르면 2024년 미국 전역에서 발생한 증오범죄는 1만 1679건에 달했으며 이 가운데 종교적 편향에 따른 범죄 비율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특히 전체 종교 기반 범죄의 69%는 유대인을 겨냥한 것으로 이는 관련 통계 집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종교 공동체를 겨냥한 폭력은 세계 곳곳에서 잇따르고 있다. 문제는 반기독주의·반유대주의 같은 극단적 증오 사상이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오스트레일리아 정부는 지난해 12월 멜버른의 아다스 이스라엘 시나고그(유대교 회당) 공격 배후에 이란 정부가 있는 것을 확인했다면서 이란과의 외교 관계를 전격 단절했다.
오스트레일리아 주재 이란 대사는 추방하고 이란 내 자국 대사관은 폐쇄 조처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호주가 외국 대사를 추방한 것은 처음이다.
앤서니 앨버니지 오스트레일리아 총리는 26일 캔버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란 정부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최소 2건의 반유대주의 방화 사건을 지휘했다는 신뢰할 만한 정보를 수집했다고 밝혔다.
오스트레일리아 정보기관(ASIO)은 지난해 10월 시드니의 코셔(유대교 율법을 준수하는 식재료) 식품업체 루이스 콘티넨털 키친 및 지난해 12월 멜버른의 시나고그(유대교 회당)에 대한 방화를 이란 정부가 지시했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두 공격에서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현지 경찰은 시드니 방화 건 용의자 한 명과 멜버른 방화 용의자 둘을 체포한 상태다.
앨버니지 총리는 회견에서 “오스트레일리아 영토에서 외국 정부가 기획한 이례적이고 위험한 공격 행위였다”며 “우리의 사회적 결속을 훼손하고 공동체 안에 불화를 심으려는 시도였다.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사건에 연루된 이란 혁명수비대는 테러조직으로 지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흐름은 호주만의 사례가 아니다. 영국과 스웨덴 역시 이미 자국 내에서 이란 연계 범죄조직이 폭력적 공격을 벌이고 있다고 경고했다. 영국은 2022년 이후 이란 연계 음모 20건을 사전에 차단했다고 발표했으며 최소 12개국이 이란 정보기관의 암살·납치·괴롭힘 작전이 급증하고 있다고 공동 규탄했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선 이번 총기난사 사건과 관련해 반기독주의 단체 개입 같은 정치적 동기와의 연관성도 조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