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지난해 전 세계에서 보급된 성경이 1억 5000만부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성경이 손에 쥐어지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말씀을 이해하고 삶에 적용하도록 돕는 교육과 훈련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한성서공회는 5일 세계성서공회연합회(UBS)의 ‘2024 세계 성서 반포 현황 보고서’를 인용해 “지난해 전 세계에 2250만부 이상의 성경이 보급됐다”고 밝혔다. 여기에 신약, 단편 성서, 어린이용 성서를 포함하면 총 1억 5000만부를 넘어선다.
UBS 더크 게버스 총무는 “형태와 매체를 불문하고 모든 성경은 진리와 위로, 변화를 찾는 사람들에게 중요한 연결점”이라며 “2024년 통계는 성경이 얼마나 광범위하게 전해졌는지를 보여주는 동시에 그 사명이 여전히 긴급함을 드러낸다”고 말했다.
보고서에서는 지난해 라이베리아와 캄보디아에서 진행한 성경 보급 사례도 소개됐다.
라이베리아성서공회는 ‘청소년을 위한 성경–그리스도를 위한 새로운 국가 건설’ 프로젝트를 통해 수도 몬로비아와 인근 지역 청소년 5000명에게 성경을 보급하고 있다. 인구 480만명 중 65%가 청소년인 라이베리아는 범죄, 약물 남용, 착취 등 사회문제가 심각하다. 대한성서공회는 이 프로젝트에 사용되는 4980부를 기증했다.
캄보디아성서공회는 문자교실, 무료 성경 보급, 번역 사역을 활발히 진행 중이다. 농촌 지역 문해율이 낮은 현실 속에서 포이펫 지역 사무소는 평일 1시간씩 3개월간 오디오 성경을 들으며 글을 배우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매년 5000~6000명이 이 과정을 통해 문해력을 갖추는 것을 목표로 한다.
대한성서공회는 지난해 캄보디아에 1000부를 기증했다. 성경을 전달받은 한 현지 목사는 “주변 10개 지역 교회에 나누겠다”며 “이 성경이 오지 지역에도 지속적으로 전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성경 보급은 전 세계에서 활발히 이어지고 있지만 그 말씀이 생활 속에서 이해되고 실천되도록 하는 일은 여전히 교회의 중요한 과제로 남아 있다.
국내에서는 개신교 여론조사기관 목회데이터연구소(목데연) 조사에서 40~50대 교인 72%가 ‘영적 갈급함’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 33년간 신앙생활을 이어온 세대임에도 말씀에 대한 목마름이 여전하다는 의미다. 지난해 전국 성인 교인 2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영적 갈급함 비율은 65%에 달했다.
해외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포착된다. 미국 기독교 여론조사기관 바나그룹 조사에 따르면 미국 10대의 77%가 예수님에 대해 배우고 싶어 하지만 실제 교회 출석률은 낮았다. 종교적 소속감은 줄어들었지만 신앙과 성경에 대한 호기심은 여전히 크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성경을 보급하는 것과 함께 체계적이고 현실적인 신앙 교육이 필수라고 입을 모은다. 목데연은 국내 상황에 대해 “영성 수련회, 성경·기독교 서적 스터디 그룹 등을 통해 갈급함을 채워야 한다”고 제안했다. 바나그룹도 해외 사례를 두고 “교회 지도자들이 청소년이 자유롭게 질문하고 성경에서 답을 찾도록 이끄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대한성서공회 관계자는 “성경 보급은 출발점일 뿐”이라며 “말씀을 읽고 이해하고 나누도록 돕는 것이야말로 교회가 감당해야 할 진짜 사명”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