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낮췄지만 실익은 ‘불분명’
실체 안 보이는 대미 투자 펀드
미국 몫은 90%, 한국은 구경만
“완전 개방” vs “소고기 제외”

한국과 미국의 관세 협상이 타결된 31일 경기도 평택항에 세워져 있는 수입차 뒤로 컨테이너가 쌓여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국이 미국에 3500억 달러(약 487조원)를 투자하는 등의 조건으로 한국에 대한 상호관세를 기존 25%에서 15%로 낮추기로 했다고 30일(현지시간) 밝혔다. 한국산 자동차에 대한 미국의 관세도 15%로 낮아진다. (출처: 연합뉴스)
한국과 미국의 관세 협상이 타결된 31일 경기도 평택항에 세워져 있는 수입차 뒤로 컨테이너가 쌓여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국이 미국에 3500억 달러(약 487조원)를 투자하는 등의 조건으로 한국에 대한 상호관세를 기존 25%에서 15%로 낮추기로 했다고 30일(현지시간) 밝혔다. 한국산 자동차에 대한 미국의 관세도 15%로 낮아진다. (출처: 연합뉴스)

[천지일보=유영선 기자] 한국과 미국이 상호관세를 기존 25%에서 15%로 낮추는 데 합의했지만, 겉보기 성과와 달리 협상 실속은 미국에 지나치게 쏠려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농산물 시장 개방 여부와 대미 투자 펀드 수익 구조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논란을 증폭시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30일(현지시간) 트루스소셜을 통해 “한국이 미국에 자동차, 트럭, 농산물 시장을 완전히 개방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한국 대통령실은 31일 “쌀과 소고기 등 민감 품목은 추가 개방하지 않았다”며 즉각 반박했다. 하지만 품목의 구체적 리스트는 공개되지 않았고, 협정문도 비공개 상태여서 해석과 해명의 간극은 좁혀지지 않고 있다.

또한 가장 큰 논란은 3500억 달러(약 488조원)에 이르는 대미 투자 펀드 수익 배분 문제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해당 펀드에서 발생하는 이익의 90%를 미국이 가져간다”고 밝혀 파장이 확산됐다. 정부는 이를 부인하며 “그 정도로 일이 진행되지 않았다”고 해명했지만, 펀드 구조 자체가 불투명하다는 점에서 국민적 의구심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한국 정부는 “아직 펀드 구조가 확정되지 않았고, 일본처럼 출자 비율과 위험분담에 따라 수익이 나뉠 것”이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일본은 투자 주체가 민간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데 비해 한국은 어떤 기업 또는 공공기관이 얼마를 출자하고 어떻게 운영할지조차 밝히지 않았다. 정부의 설명은 반복적이나 실질적 근거는 부족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에너지 부문에서도 부담은 적지 않다. 한국은 앞으로 3년 반 동안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 등 에너지 자원을 1000억 달러(약 140조원)어치 수입하기로 했다. 이는 러시아산 에너지 의존도를 줄인다는 취지지만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변동성과 가격 불안정성을 감안할 때 ‘고정 대량 구매’는 재정적 부담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크다.

자동차 및 부품 등 한국 주력 수출 품목에도 기존 25%에서 15%로 관세가 조정됐다. 하지만 이는 일본·EU와 마찬가지로 인상된 수준이기 때문에 관세 부담이 완화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새로운 기준선’이 높아진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특히 국내 자동차 업계는 “이전보다 납품 단가가 올라갈 경우 미국 시장에서의 경쟁력 저하가 불가피하다”고 우려하고 있다.

한국과 미국의 관세 협상이 타결된 31일 경기도 평택항에 철강 제품이 쌓여 있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국이 미국에 3500억 달러(약 487조원)를 투자하는 등의 조건으로 한국에 대한 상호관세를 기존 25%에서 15%로 낮추기로 했다고 30일(현지시간) 밝혔다. 한국산 자동차에 대한 미국의 관세도 15%로 낮아진다.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품목관세는 50%가 유지된다.
한국과 미국의 관세 협상이 타결된 31일 경기도 평택항에 철강 제품이 쌓여 있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국이 미국에 3500억 달러(약 487조원)를 투자하는 등의 조건으로 한국에 대한 상호관세를 기존 25%에서 15%로 낮추기로 했다고 30일(현지시간) 밝혔다. 한국산 자동차에 대한 미국의 관세도 15%로 낮아진다.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품목관세는 50%가 유지된다.

철강, 알루미늄 등 주요 수출 품목은 이번 협상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도 아쉬운 대목이다. 정부는 협상 내용 전반이 일본 사례를 반영한 것이라며 형평성을 강조했지만, ‘형식적 균형’ 아래 ‘실질적 불균형’을 떠안은 것 아니냐는 평가가 계속된다. 구윤철 경제부총리는 “우리와 일본의 경제 규모를 감안한 수준의 합의”라고 밝혔지만, 실제 수익 회수 가능성이나 산업별 효과는 아직 분석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박상규 시사평론가는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농산물 시장을 완전히 개방했다’고 했지만, 한국 대통령실은 ‘쌀과 소고기는 추가 개방이 없다’고 정반대 입장을 내놨다”며 “이 둘이 같은 말이라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내 민심을 의식한 해명이 반복되고 있지만, 여전히 협상 핵심 내용은 베일에 가려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펀드는 국민 세금이 아닌 기업 돈으로 조달되는데, 수익의 90%를 미국이 가져간다면 불공정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정부는 ‘일본도 동일한 조건’이라고 해명하지만, 한국은 일본보다 경제 규모도 작고 부담 비율도 더 크다”며 형평성 문제를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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