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8월 1일부터 韓산 소비재에 일괄관세 부과
FTA 효과 무력화… 유통 수출기업 직접 타격
PB·편집숍·물류 도미노 우려… “구조 바꿔야”

[천지일보 밀양=양효선 기자] 10일 오후 삼양식품 밀양2공장에서 촬영한 대표 라면 제품군. 글로벌 시장에서 ‘불닭볶음면’을 필두로 ‘까르보 불닭’ ‘맵탱’ ‘탱글’ 등 매운맛과 재미를 조화시킨 K-푸드가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특히 밀양2공장은 불닭 시리즈의 전용 생산시설로, 삼양식품의 글로벌 수출을 견인하는 핵심 기지 역할을 맡는다. ⓒ천지일보 2025.06.11.
[천지일보 밀양=양효선 기자] 10일 오후 삼양식품 밀양2공장에서 촬영한 대표 라면 제품군. 글로벌 시장에서 ‘불닭볶음면’을 필두로 ‘까르보 불닭’ ‘맵탱’ ‘탱글’ 등 매운맛과 재미를 조화시킨 K-푸드가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특히 밀양2공장은 불닭 시리즈의 전용 생산시설로, 삼양식품의 글로벌 수출을 견인하는 핵심 기지 역할을 맡는다. ⓒ천지일보 2025.06.11.

[천지일보=양효선 기자] 미국이 오는 8월 1일부터 한국산 제품에 일괄적으로 15% 관세를 부과하기로 하면서 그간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유지되던 ‘무관세 유통 모델’이 사실상 무너졌다. 수출 비중이 높은 식품·뷰티 기업은 물론 이들과 연결된 유통 플랫폼, 물류, 편집숍까지 수익성과 가격 경쟁력 저하를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업계는 “관세율보다 더 큰 문제는 이것이 ‘예외 없는 고정 구조’로 작용하게 된다는 전례”라며 유통 구조 전체의 리디자인 없이는 대응이 어렵다고 경고하고 있다.

미국이 부과하는 15% 관세는 단순한 수치가 아니다. 협상 과정에서 한국은 자유무역협정 체결국임에도 불구하고 예외 없이 동일한 관세율을 적용받았다.

이로 인해 식품·화장품 등 주요 소비재 수출 기업은 물론 이들을 통해 미국시장에 진입하던 PB 브랜드, 플랫폼 입점 중소기업, B2B 유통사들까지 ‘동일한 조건에서 고정비를 감내해야 하는 구조’에 갇히게 됐다.

삼양식품은 미국 수출물량을 전량 국내에서 생산하고 있어 관세 영향을 직접 받는다. 불닭볶음면 시리즈의 가격 인상이 검토되고 있으며 대상도 LA 김치공장 라인 증설을 내부 검토 중이다.

하지만 이러한 대응은 기업 차원의 일시적 처방일 뿐이다. 한국에서 제품을 공급받던 미국 내 유통업체, 마트, 도매채널, 편집숍 등은 새로운 단가 구조에 맞춰 수입조건을 조정해야 하며 이는 소비자 판매가와 공급사 입점 구조 전반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관세 전가가 어려운 K-뷰티 인디 브랜드는 이번 조치로 생존 자체가 위협받는 상황이다.

이들은 아마존·이베이 등 플랫폼 기반의 초저단가 수출로 수익을 내왔지만 15% 관세가 부과되면 판매가 인상→노출 감소→매출 하락이라는 악순환이 불가피하다.

지난 16일 미국 라스베이거스 코스모프로프 현장에서 올리브영 부스를 방문한 미국 바이어들이 K뷰티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제공: CJ올리브영)
지난 16일 미국 라스베이거스 코스모프로프 현장에서 올리브영 부스를 방문한 미국 바이어들이 K뷰티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제공: CJ올리브영)

뷰티 편집숍, 유통 플랫폼, 물류 대행사들도 인디 브랜드의 위축이 이어지면 라인업 재편이나 브랜드 입점 축소를 검토할 수밖에 없다는 반응이다.

쿠팡, 무신사, 올리브영 등은 최근 뷰티·식품 PB를 앞세워 미국을 포함한 북미 시장에 진출하고 있으나, 관세 구조 고정화로 마진율 방어가 어려워진 상황이다.

상품당 관세가 15% 발생하면서 리셀러 납품가, 도매 계약 조건, 물류비까지 재산정이 불가피해졌다.

특히 기존의 ‘국내 생산·수출’ 중심 PB모델은 관세 부담으로 인해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미국 현지 직배송, D2C 전용 풀필먼트, 직구 대행 사업을 운영하는 유통 물류 스타트업들도 관세 인상분이 전가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1개 품목당 관세와 배송비, 현지 창고 체류일수 등이 합산되면 전체 비용 구조에서 관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10~20%포인트까지 상승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오른쪽)이 2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상무부 회의실에서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과 만나 한미 통상 현안과 산업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한 뒤 기념 촬영하고 있다. 최근 한미 관세 협상이 막바지에 접어든 가운데, 조선·반도체·농축산물 등 주요 분야가 협상 테이블에 올라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오른쪽)이 2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상무부 회의실에서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과 만나 한미 통상 현안과 산업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한 뒤 기념 촬영하고 있다. 최근 한미 관세 협상이 막바지에 접어든 가운데, 조선·반도체·농축산물 등 주요 분야가 협상 테이블에 올라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전문가들은 이번 관세 부과의 핵심은 “한국이 FTA 체결국임에도 동일 기준으로 일괄 관세를 적용받았다는 점”이라고 지적한다.

업계 전문가는 “무관세 기반 유통 전략은 사실상 종말을 맞았으며 유통기업도 이제 글로벌 통상 전략을 함께 고민해야 할 시기”라고 말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이번 협상은 협상 같지 않은 협상”이라며 “유통업계 역시 ‘소극적 피해자’가 아니라 ‘능동적 이해당사자’로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15% 상호관세는 한시적 변수나 단순 비용 인상이 아니다. 한국 유통산업이 관세라는 새로운 상수를 전제로 모든 전략을 다시 짜야 하는 시대로 접어들었다. 브랜드, 유통채널, 수익구조, 물류 체계, 글로벌 마케팅까지 이전과 같은 방식으로는 더 이상 버틸 수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유통업계는 ‘가격 싸움’이 아니라 ‘구조 싸움’에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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