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년간 ‘IT 판사’로 사법정보화 이끌어
2년 전 생성형 AI 접하고 난 뒤 ‘혁신’
2만 1567건 개인 AI 데이터 기록 보유
“법조계야말로 AI로 혁신 가능한 분야”
“백문불여일견, 직접 해보면 알게 된다”
“AI학습에 판결문 공개 → 사법 민주화”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법조계 대표적인 ‘IT 전문가’로 손꼽히는 강민구 전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현 법무법인 도울 대표 변호사)가 지난 21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사무실에서 본지와 인터뷰하며 사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5.07.23.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법조계 대표적인 ‘IT 전문가’로 손꼽히는 강민구 전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현 법무법인 도울 대표 변호사)가 지난 21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사무실에서 본지와 인터뷰하며 사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5.07.23.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AI가 거짓말을 한다, 환각 현상을 일으킨다, 잘못된 정보를 준다 등의 말로 비판하는 사람이 많죠. 하지만 저는 이렇게 말해주고 싶습니다. 우문우답, 현문현답. AI에게 허술하게 물으면 엉뚱한 답을, 정확하게 물으면 기막힌 답을 얻을 수 있습니다.”

법조계 대표적인 ‘IT 전문가’로 손꼽히는 강민구 전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67, 현 법무법인 도울 대표 변호사)는 지난 21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사무실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AI의 문제점과 활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받고 이같이 말했다.

36년간 판사로 활동하며 사법 정보화를 이끈 강 변호사는 1985년 컴퓨터를 처음 접한 뒤 줄곧 IT 기술을 법과 함께 연구하며 이른바 ‘IT 판사’로 불렸다. 실제로 그는 1990년대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포털과 데이터베이스 구축과 전자소송제도 마련에 기여했고, 2016년에는 사법정보화발전위원회 초대 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또한 강 변호사는 이러한 능력을 인정받아 대통령실 직속 국가AI위원회 법·제도분과위원장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화려한 이력보다 더 유니크한 건 그가 보유한 ‘특이한 기록’이다. 강 변호사는 자신의 에버노트(메모용 애플리케이션)에 무려 ‘2만 1567개’에 달하는 메모를 축적하며 개인 AI 데이터를 구축했다. 2014년 6월 6일부터 하루도 빠지지 않고 매일 5건씩 꼬박 11년째 기록해온 결과물이다. 10여년 전 자신의 기록을 0.1초 만에 찾을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AI를 활용해 새로운 생각을 도출하는 것도 가능하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법조계 대표적인 ‘IT 전문가’로 손꼽히는 강민구 전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현 법무법인 도울 대표 변호사)가 지난 21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사무실에서 본지와 인터뷰하며 AI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5.07.23.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법조계 대표적인 ‘IT 전문가’로 손꼽히는 강민구 전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현 법무법인 도울 대표 변호사)가 지난 21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사무실에서 본지와 인터뷰하며 AI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5.07.23.

강 변호사는 일반적으로 로펌에서 선배 변호사의 지시를 받아 법률 업무를 수행하는 초급 변호사를 뜻하는 ‘어쏘’가 10명쯤 필요한 일을 1명을 두고 한다고 했다. 생소한 사건을 접하더라도 그에겐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 이유는 AI가 1부터 100까지 강 변호사에게 맞춤형으로 답을 주기 때문이라고.

AI를 활용해 법조계 혁신을 주도하는 강 변호사. 그는 오픈 AI의 챗GPT(ChatGPT) 공개 이후 생성형 AI에 몰두하며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 있다. 그를 만나 AI 활용 경험과 법조계 개혁 비전을 들어봤다.

다음은 강민구 변호사와의 일문일답.

- AI에 관심 갖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미국시간으로 2022년 11월 30일 챗GPT가 공개된 날, 조카가 “세상을 뒤바꿀 괴물이 나왔다”며 나에게 알려줬다. 그때부터 AI를 추적하며 독학했고 2023년 1월 말부터 본격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법조계에 있으며 40년 넘게 컴퓨터와 IT에 몰두한 것이 AI에 빠져들게 한 원동력이다. 특히 사법 IT를 구축하며 법원의 문제점을 해결할 도구로 생성형 AI를 직감했다. 법조계야말로 AI로 혁신할 수 있는 분야라고 확신했다.

- AI를 어떻게 법조계에 적용했나.

AI는 법조 업무의 효율성을 극대화한다. 예를 들어 재개발 사건이 들어오면 AI에 “한국 재개발 절차를 단계별로 설명하고 판사가 체크해야 할 리스트를 작성해”라고 요청하면 즉시 결과물이 나온다. 판결문 작성, 판례 분석, 법률 문서 초안 작성 등에서 AI는 시간을 단축시켜 준다. 특히 무엇보다 질문의 정확성이 중요하다. “이중등기 배임죄 대법원 판례를 웹과 학술문서에 공개된 것만 설명하고 너가 임의로 판례 번호를 작성하지 마”라고 명확히 지시하면 오답(환각 현상)을 줄일 수 있다. AI는 한마디로 ‘우문우답, 현문현답’ 기계다. 질문이 명확해야 정확한 답이 나온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법조계 대표적인 ‘IT 전문가’로 손꼽히는 강민구 전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현 법무법인 도울 대표 변호사)가 지난 21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사무실에서 본지와 인터뷰하며 AI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5.07.23.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법조계 대표적인 ‘IT 전문가’로 손꼽히는 강민구 전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현 법무법인 도울 대표 변호사)가 지난 21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사무실에서 본지와 인터뷰하며 AI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5.07.23.

- AI 강연을 통해 어떤 점을 강조하나.

작년 한 해 동안 49회 유료 강연과 15회 무상 강연을 했다. 대통령실, 헌법재판소, 대법원, 전국 법원, 로펌 등에서 강연을 했다. 강연은 청중에 맞춰 맞춤형으로 진행한다. 예를 들어 이화여대 산부인과 의사 모임에서는 AI에 “신생아 출산 감소로 어려움을 겪는 산부인과 의원의 생존 대책 10가지를 알려줘”라고 질문한 뒤 그 답변을 즉석에서 뽑아내 공유했다. 대통령실 비서관 대상 강연에서는 “AI 시대의 업무 자세와 비전”을 주제로 2000자 분량의 자료를 AI로 작성해 전달했다. 강연 중 나오는 청중의 질문은 나에게 학습의 계기가 된다. 질문에 답하며 부족한 부분을 깨닫고 다음 강연에서 보완한다.

- AI 활용 사례로 기억에 남는 것은.

80세 연수원 동기 반장의 자서전을 AI로 작성한 프로젝트가 기억난다. 그의 아들이 부모님의 이야기를 녹음해 AI로 텍스트화하고 이를 3000자 감동적 수필로 변환하도록 요청했다. AI는 오탈자와 사투리까지 보정해 완벽한 자서전을 완성했다. 이만한 효도 프로젝트가 없다. 이는 AI가 단순히 법률 업무를 넘어 삶의 기록까지 담아낼 수 있음을 보여준다. 또 다른 사례는 나의 36년 판사 경력을 AI로 연대기별로 정리한 것이다. 구글 제미나이 프로 딥리서치로 요청했더니 논문, 칼럼, 인터뷰를 종합해 토씨 하나 틀리지 않은 완벽한 타임라인을 작성해 줬다.

- AI로 변호사 업무를 어떻게 혁신했나.

나는 24시간 고객과 소통하며 사건을 관리한다. AI를 활용해 단톡방에서 초 단위로 질의응답을 처리한다. 이는 36년 법관 경험과 AI의 결합으로 가능하다. 다른 변호사들은 사무원이나 사무장을 통해 소통하지만 나는 직접 응대하며 고객 감동을 준다. 내가 맡은 사건의 3분의 1은 기존 고객 추천, 3분의 1은 강연 수강자, 3분의 1은 진행 중인 사건을 의뢰하려는 다른 변호사다. 한 번 서비스를 경험한 고객이 주변 사건을 몰고 오면서 일종의 ‘눈사람 효과’가 난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AI는 내 업무 속도를 5~10년차 변호사 10명 분량으로 높여준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법조계 대표적인 ‘IT 전문가’로 손꼽히는 강민구 전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현 법무법인 도울 대표 변호사)가 지난 21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사무실에서 본지와 인터뷰하며 AI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손에 든 휴대전화 화면에 강 변호사가 애용하는 AI 9총사의 모습이 보인다. ⓒ천지일보 2025.07.23.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법조계 대표적인 ‘IT 전문가’로 손꼽히는 강민구 전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현 법무법인 도울 대표 변호사)가 지난 21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사무실에서 본지와 인터뷰하며 AI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손에 든 휴대전화 화면에 강 변호사가 애용하는 AI 9총사의 모습이 보인다. ⓒ천지일보 2025.07.23.

- AI 기본법 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할 당시 무엇을 강조했나.

AI 기본법은 너무 급하게 제정돼 미흡한 점이 있다. 특히 규제 부분을 개정해야 한다. 나는 2025년 1월 1일 시행을 앞두고 유예기간 동안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다듬고 싶었다. 우리나라는 미국식으로 더 유연하고 혁신 친화적인 법으로 AI 기본법을 개정해야 한다. AI 업계도 이를 공감하고 있다.

AI를 잘 쓰지 않는 사람도 있다.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AI를 두려워하거나 오답변 때문에 외면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질문 근육’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제대로 답변을 얻으려면 정확한 질문을 해야 한다. 또 다른 이유로는 월 2만~6만원의 AI 구독료를 아까워하는 점이다. 하지만 사실 전혀 아까워할 필요가 없다. 이는 생산성을 수십 배 높이는 투자다. 예컨대 월 2만~6만원을 투자해서 200만~600만원을 벌 수 있다고 하면 그래도 AI 구독료가 아까울까.

- 법조계 개혁을 위해 판결문 공개가 왜 중요한가.

AI는 법조계의 자동차 ‘엔진’이고 판결문 공개는 그 ‘연료’다. 현재 판결문은 개인정보보호법 등으로 제한돼 ‘백설공주’처럼 잠들어 있다. 모든 판결문을 실시간 공개하면 판사, 검사, 변호사의 실력이 투명하게 드러나 ‘사법 민주화’가 이뤄진다. 누가 제대로 된 판결을 하는지 일반인들도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AI 판결문 작성 도우미를 도입하면 현재 일주일에 3건 쓰는 판결문이 5~10건으로 늘어나 재판 지연 문제도 해결된다. 이는 등기 전산화로 급행료가 사라진 것처럼 사법 시스템의 변화로 재판 지연과 비효율을 없애는 방법이 될 것이다.

- AI를 망설이는 법조인들에게 조언한다면.

백문불여일견이다. 편견과 선입견을 버리고 직접 써보라. AI는 홋카이도 여행 일정부터 자서전 작성까지 삶의 모든 영역을 혁신한다. 그리고 ‘생각(질문) 근육’을 키우기 위해 다양한 독서 글쓰기, 고수와의 대화를 하길 권한다. 나는 에버노트에 2만 1567개 메모를 축적하며 개인 AI를 구축했다. AI는 단순 도구가 아니라 법조계를 넘어 삶을 바꾸는 혁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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