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에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는 것일까. 매일 전 세계의 날씨를 예측하기가 어렵다. 세계는 점점 따뜻해지고 장마, 홍수, 태풍, 폭설 등 단기적 기상 재해는 이제 이전과는 수준이 다르다. 지난 1년간에만 많은 나라에서 수많은 기상 기록이 경신됐다.
이런 극단 기후는 인명 피해를 만들고 시민들의 삶의 터전과 일을 잃게 만든다. 알아야 예방도 하는 법. 일상이 되고 있는 지구촌의 극한 날씨를 한 주간 정리했다.

스페인 2달간 1천명 이상 사망
프랑스 더위에 익사 사고 늘어
레바논·英, 최악의 가뭄 직면
생활용수·전력 공급도 차질
美동부 기습 폭우로 교통 마비
[천지일보=이솜 기자] 유럽 곳곳 폭염이 심각한 가운데 스페인에서는 두 달간 1천명 이상이 더위로 숨졌다. 프랑스에서는 폭염 속 익사 사망자가 거의 60%나 늘었다. 영국과 레바논은 역대 최악의 가뭄에 신음하고 있다. 미국 뉴저지주에서는 기습폭우로 2명이 사망했다. 다음은 일주일간 세계 주요 기후 재난들.
스페인 환경부는 15일(현지시간) 지난 두 달 동안 기록적인 폭염으로 총 1180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급격히 증가한 수치다.
환경부가 인용한 자료에 따르면 사망자 대부분은 65세 이상 노년층이며 이 중 절반 이상이 여성이다.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지역은 갈리시아, 라리오하, 아스투리아스, 칸타브리아 등 북부 지역으로 이들 지역은 전통적으로 여름철 기온이 더 낮았지만 최근 몇 년간 온도가 크게 상승했다.
서유럽의 다른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스페인은 최근 몇 주간 극심한 폭염에 시달려 왔으며 기온이 섭씨 40도를 넘는 경우도 잦았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환경부는 카를로스 3세 보건연구소 자료를 인용해 5월 16일부터 7월 13일 사이 폭염 관련 원인으로 사망한 사람이 총 1180명이라고 밝혔다. 이는 2024년 같은 기간의 114명과 비교해 큰 폭으로 증가한 수준이다. 특히 7월 첫째 주에 사망자가 급격히 증가했다. 지난 여름에도 폭염 관련 사망자는 2191명에 달했다.
환경부는 “이번 사태는 평균 기온의 전례 없는 상승과 폭염에 기인한 사망률의 유의미한 증가로 특징지어지는 예외적인 강도의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해당 기간 폭염으로 인한 ‘적색경보’는 총 76건 발령됐으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0건과 비교된다.
이번 스페인 정부의 발표는,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과 런던 위생열대의학대학원 과학자들이 지난 9일 발표한 신속 분석 결과와도 연결된다. 해당 분석은 지난 6월 22일부터 7월 2일까지 10일 동안 유럽 12개 도시에서 약 2300명이 폭염으로 사망했다고 밝혔다.
프랑스 보건 당국도 올해 6월 1일부터 7월 2일까지 익사로 인한 사망자가 100명을 넘었으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8% 증가한 수치라고 지난 11일 밝혔다. 당국은 이 같은 증가 원인으로 6월 말의 이례적인 고온 현상을 지목했다. 프랑스 공중보건청에 따르면 해당 기간 동안 프랑스 전역에서 발생한 익사 사고는 총 429건으로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5% 급증한 것이다.

한편 스페인은 최근 곳곳 폭풍과 홍수로도 고통을 받았다.
인디펜던트, 더 왓쳐스에 따르면 지난 11일부터 스페인 전역이 다나(DANA, 고도 고립 저기압)의 영향으로 기록적인 폭우와 홍수에 휩싸이며 병원 대피, 여름 캠프 구조, 도심 침수 등 대규모 피해가 발생했다.
11일 사라고사주 타라소나에서는 1시간 만에 100㎜의 폭우가 쏟아지며 도심 전역이 물에 잠겼고 수십 건의 침수 신고와 도로 폐쇄, 쓰러진 나무 등의 사고가 이어졌다. 타라소나에서는 30분간 85㎜의 비가 내려 1층 주택과 상가, 차고 등이 침수됐다.
이와 함께 부르고스 북부 산악 지역 라스 메린다데스에서는 폭우가 내려 여름 캠프에 참가 중이던 어린이들을 포함한 400명이 지반 포화로 어려움 속에 구조됐다.
팜플로나에서는 유명한 산 페르민 축제 일부가 중단됐으며 사라고사주 그리센에서는 시간당 130㎜의 폭우로 A-68 고속도로가 폐쇄됐다.
이후 13~14일에는 바르셀로나 남서부 카탈루냐 지역으로 폭우가 확산됐다. 이날 최소 155㎜의 비가 바르셀로나에 단 몇 시간 사이 쏟아졌으며 나바라 지역에도 97㎜의 강수량이 기록됐다. 이에 따라 스페인 전역 50개 주 중 절반 이상에 기상경보가 내려졌고 도로와 차량, 상가가 물에 잠기며 혼란이 가중됐다.
특히 바르셀로나 남서부 페네데스 지역의 병원에서는 벽 붕괴로 전기 공급이 끊기면서 환자 71명이 산 카밀, 벨비치, 이과라다, 산트 보이, 빌라데칸스 등 인근 병원으로 긴급 이송됐다. 쿠베예스 마을에서는 불어난 폭우에 휩쓸려 여성과 어린이가 실종되는 사고도 발생해 소방당국이 수색을 벌였다.
현지 시장 로사 몬세라트 포놀은 “쿠베예스에서 이런 장면은 처음 본다”고 말하며, 초당 200㎥의 물이 도심을 가로질렀다고 전했다. 당시 응급 전화만 1200건 이상 접수됐고 일부 지역에서는 여전히 단전 및 단수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이번 폭풍은 지난해 발렌시아에서 227명이 사망한 대홍수의 원인과 동일한 형태의 다나 기상 현상에 의한 것이다.

◆레바논 최대 저수지 말라붙어
지중해 지역이 기록적인 가뭄에 시달리면서 레바논과 영국 모두 심각한 물 부족 사태에 직면하고 있다. 레바논은 국가 최대 저수지의 물이 바닥을 드러냈고 영국은 일부 지역에서 생활용수 제한 조치를 시행했다.
레바논 리타니강 수자원청에 따르면 올해 우기 동안 리타니강 최대 저수지인 카라운 호수로 유입된 물의 양은 고작 4500만㎥로, 연평균 3억 5000만㎥에 크게 못 미쳤다. 지난해 유입량도 2억 3000만㎥에 달했지만 올해는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현재 호수에 남아 있는 약 6100만㎥의 물조차 심각한 수질 오염으로 인해 사용할 수 없는 상태다.
리타니강 수자원청장 사미 알라위에는 “1989~1991년 사이에도 가뭄이 있었지만 올해가 가장 극심하다”며 “레바논 전역의 수계가 물 부족 위기에 처했다”고 로이터에 말했다. 드론 영상에는 호숫가가 급격히 후퇴하며 갈라진 땅과 말라죽은 식물이 드러난 모습이 포착됐다.
이에 리타니 수계에 연계된 수력 발전소는 모두 가동을 중단했고 레바논 국영전력공사(EDL)는 전력 공급 시간을 일부 지역에서 하루 20시간에서 10시간으로 절반으로 줄였다. 관개용 전기 공급도 불안정해지면서 농민들은 관개 시간을 제한적으로 운영해야 하는 어려움에 직면했다.
베카 계곡의 카라운 마을 인근에서 농사를 짓는 사파 이사는 “이런 극심한 가뭄은 처음”이라며 “예전에는 눈이 1m씩 쌓였지만 이제는 10년 동안 눈을 보지 못했다”고 전했다. 에너지부는 향후 10일 이내에 전국적인 절수 캠페인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영국에서도 유례없는 가뭄과 고온이 이어지면서 템스워터는 오는 22일부터 잉글랜드 남부 일부 지역에서 호스 사용 금지령을 내렸다. 옥스퍼드셔, 윌트셔, 글로스터셔, 버크셔 등에 거주하는 주민은 차량 세차, 정원 물주기, 수영장 물 채우기, 창문 세척 등에 호스를 사용할 수 없게 된다.
템스워터 전략수자원 책임자 네빌 먼캐스터는 “계속되는 건조한 날씨로 상황이 나아질 것으로 기대할 수 없어 지금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밝혔다. 영국 정부는 지난달 여름철 물 부족에 대비해 수자원 보호 조치를 강화하겠다고 발표했으며 현재 잉글랜드의 저수지 저장률은 77%로 계절 평균인 93%에 크게 못 미치고 있다.
영국 요크셔워터와 사우스이스트워터 역시 이달 초 유사한 금지령을 발표했다. 과학자들은 기후 변화로 인해 유럽 전역에서 가뭄과 건조한 여름이 더 자주, 더 극단적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This is New York.
— SilencedSirs◼️ (@SilentlySirs) July 15, 2025
But no one will mock the USA — it’s a $25 trillion economy. pic.twitter.com/AJrkvik7hn
◆지하철 침수된 뉴욕 “이것이 새 현실”
미 동부 뉴저지 일대에 지난 14~15일 기습 폭우가 쏟아지면서 갑자기 불어난 물길에 차량이 휩쓸려 차에 타고 있던 2명이 사망했다.
이번 집중호우로 인해 지역 내 공항, 고속도로, 철도망 전반에서 광범위한 교통 혼란이 발생했다.
뉴욕 맨해튼 센트럴파크에서는 한 시간 동안 약 50㎜가 넘는 비가 내려 역사상 두 번째로 많은 60분 강우량을 기록했다고 에릭 아담스 뉴욕시장이 밝혔다.
지난 14일 저녁에는 맨해튼 웨스트사이드의 한 역에서 물기둥이 치솟는 등 여러 지하철역이 침수된 영상이 확인됐다.
당국은 짧은 시간에 쏟아진 폭우로 인해 지하철 시스템이 감당할 수 없는 상황에 처했다고 전했다. 아담스 시장은 “이 정도의 비는 본 적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필 머피 뉴저지 주지사는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플레인필드에서 차량이 급류에 휩쓸리며 2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머피 주지사에 따르면 희생자들은 침수된 차량 안에서 발견됐다.
머피 주지사는 일부 지역에서는 2시간 반도 안 되는 시간에 약 15.25㎝의 비가 내렸으며 어떤 곳은 이번에 처음으로 침수를 겪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극단적 기상현상의 빈도와 강도가 증가하는 원인으로 기후변화를 꼽으며 “이것이 새로운 현실”이라고 말했다.
뉴욕 북쪽의 웨스트체스터 카운티에서는 차량 침수와 고속도로 폐쇄로 인해 당국이 수차례 물에 빠진 사람들을 구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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