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차 세계유산위원회서 잇따라 등재
한국 17번째, 북한 3번째 세계유산

[천지일보=장수경 기자] 남한의 ‘반구천 암각화’와 북한의 ‘금강산’이 하루 간격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 목록에 등재됐다. 문화와 자연, 서로 다른 경로를 따라온 두 장소는 이제 인류가 함께 지켜야 할 가치라는 이름 아래 하나로 연결됐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이란
지난 12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47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울산의 ‘반구천 암각화’가 세계유산으로 등재됐다. 13일에는 북한 금강산도 세계유산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남과 북의 유산이 같은 회의에서 연이어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일은 보기 드문 사례다. 한반도의 문화와 자연이 국제사회에서 동시에 주목받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유네스코(UNESCO)는 제2차 세계대전 직후인 1945년, 교육·과학·문화 분야의 국제 협력을 통해 세계 평화와 인류 발전에 기여하고자 설립됐다. 전쟁으로 훼손된 인류의 정신적 기반을 복원하고 문화 다양성을 존중하며 보편적 가치를 지키는 일을 수행해왔다.
유네스코가 운영하는 세계유산 제도는 전 인류가 함께 보존해야 할 장소를 지정해 보호하는 국제 협약이다.
세계유산은 성격에 따라 인류의 역사와 예술이 담긴 ‘문화유산’, 지질학적·생태학적 가치가 있는 ‘자연유산’. 두 요소를 함께 지닌 ‘복합유산’으로 구분된다.
‘세계유산에 등재된다’는 것은 단순한 등록을 넘어, 전 인류가 그 가치를 인정하고 보존의 책임을 나눈다는 국제적 합의를 뜻한다. 이는 해당 유산이 특정 국가의 소유를 넘어 ‘인류 전체의 기억’으로 기록된다는 의미다.

◆선사인의 기록 ‘반구천 암각화’
한국의 17번째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반구천의 암각화’는 한반도 선사문화의 정수로 평가받는다. 울산 울주군 반구천(대곡천) 일대에 위치하며, 국보 제285호인 ‘울주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와 ‘울주 천전리 명문과 암각화’를 포함한다.
세계유산위원회는 “탁월한 관찰력을 바탕으로 그려진 사실적인 그림과 독특한 구도는 선사시대 한반도인의 예술성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특히 고래와 고래잡이 장면을 묘사한 드문 주제는 약 6천 년에 걸쳐 이어진 선사 암각화 전통을 증명하는 독보적인 사례로 주목받았다. 이는 당시 동남부 연안 지역 사람들의 삶과 문화 발전상을 집약해 보여주는 유산으로도 평가된다.
반구천 암각화는 1960년대 후반 사연댐이 건설된 이후 해마다 수몰과 노출이 반복되며 훼손 우려가 지속돼 왔다. 이에 따라 세계유산위원회는 이번 등재와 함께 댐 공사 현황 보고, 암각화센터의 운영 개선, 주요 개발계획의 사전 보고 등을 한국 정부에 권고했다. 이번 등재가 암각화 보존 대책 마련의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등재는 2010년 잠정목록에 오른 지 15년만의 결실이다. 이로써 한국은 세계유산 17건을 보유하게 됐다. 현재 우리나라의 유네스코 세계유산은 석굴암과 불국사, 종묘, 창덕궁, 수원화성, 조선왕릉, 반구천 암각화 등을 포함한 문화유산 15건과 자연유산 2건(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 한국의 갯벌)이다.

◆천하제일 명산 ‘금강산’
북한의 세 번째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금강산’은 사계절마다 다른 풍경을 보여주는 절경으로 오랜 세월 ‘천하제일 명산’으로 불려왔다. 이번에 등재된 유산의 정식 명칭은 ‘금강산’으로, 자연미와 불교 신앙이 어우러진 문화경관으로 평가받았다.
금강산은 백두산과 함께 한반도를 대표하는 산으로 고대부터 명산으로 알려졌으며 한국 불교문화의 성지로도 손꼽힌다.
유산위원회“사실적인 그림과 독특한 구도는 한반도 선사인의 예술성과 창의성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고래와 고래잡이를 묘사한 독특한 주제는 약 6천년에 걸쳐 이어진 암각화 전통을 증명하는 사례로, 동남부 연안 지역 선사문화의 발전상을 집약해 보여주는 유산으로 평가받았다.
금강산은 등재 신청 약 4년만에 세계유산 목록에 올랐다. 유네스코에 따르면 북한은 2021년 금강산 등재 신청서를 제출했으나, 코로나19로 인해 당시에는 평가가 이뤄지지 못했고 올해 심사 대상에 포함됐다.
이번 등재로 금강산은 북한의 세 번째 유네스코 세계유산이 됐다. 앞서 북한은 ‘고구려 고분군(2004년)’과 ‘개성역사유적지구(2013년)’를 세계유산으로 등재한 바 있다.
남과 북의 문화유산이 같은 세계유산 무대에 함께 오른 이번 등재는 분단을 넘어선 문화의 공통된 가치를 다시 한번 확인시켜준 사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