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외’가 아닌 ‘관계’의 명상… “나는 나를 어떻게 마주하고 있는가”
[천지일보=이지예 기자] 세계 유일의 ‘핑거 스템핑(Finger Stamping)’ 기법으로 독창적인 예술세계를 구축해온 구구킴 작가의 제62회 개인전 ‘눈을 감고, 마음을 열다’ 특별기획전이 오는 6월 20일부터 서울 성수동 GG2 갤러리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촛불이 밝혀주는 고요한 공간 속에서 빛과 어둠, 침묵이 어우러지는 명상의 순간을 미학적으로 풀어낸 것이 특징이다. 전시 제목이자 모든 작품의 공통된 이름인 ‘눈을 감고, 마음을 열다’는, 관람자에게 “나는 나를 어떻게 마주하고 있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전시에 포함된 모든 회화는 ‘내면을 바라보는 명상의 경험’을 주제로, 각각이 독립된 작품인 동시에 하나의 묵언의 연속문장처럼 연결돼 있다.
구구킴 작가는 손끝으로 수십만 개의 점을 찍는 핑거 스템핑 기법을 통해 붓다의 얼굴과 말씀을 형상화했다. 그는 선 없이 점만으로 형태를 구성하며, 이러한 점의 집합은 시간과 집중, 침묵, 호흡이 축적된 흔적으로 기능한다.
전시장에는 은은한 촛불 조명, 물 흐르는 소리, 싱잉볼의 울림이 함께 어우러져 관람객이 자신의 내면과 조용히 마주할 수 있는 공간으로 구성됐다.

작품은 대부분 100호에서 1000호에 이르는 대형 크기로, 화면 가득 부처의 얼굴이 담겨 있다. 관람자는 마치 거인의 얼굴을 정면에서 마주하는 듯한 시각적 체험을 하게 된다.
작품을 구성하는 다양한 문양과 패턴은 부처의 이목구비나 옷의 주름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연꽃, 물결, 숨결, 바람, 생명 에너지 등을 상징적으로 재해석한 것으로, 언어를 초월한 감각적 반응과 직관적 소통을 유도한다.
구구킴 작가는 “작품이 단순한 시각적 압도감을 넘어서 관람자의 감정과 마음을 들여다보는 통로가 되길 바란다”며, “압도보다 안정, 경외보다 관계의 감정을 느꼈으면 한다”고 전시의 의미를 전했다.
이번 전시는 6월 20일부터 8월 21일까지 약 두 달간 진행, 무료관람이며 월요일은 휴무이다.
한편 구구킴 작가는 18세기 이전 중국과 한국의 손끝 회화, 근세 및 조선 후기 핑거 페인팅 작가들로부터 영감을 받아, 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독창적 기법인 ‘핑거 스템핑’을 창조했다. 그는 에세이스트이자 공간·패션 디자이너로도 활동 중이며 그의 작품은 예일대학교, 중국 롱창그룹, 미국 마마갤러리 등 세계 주요 기관에 소장돼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