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올해 韓성장률 대폭 하향
멕시코·태국 이어 하락 폭 최대
팬데믹 후 최저·금융위기 수준
“재정 보강·통화 완화책 필요”
![[천지일보 부산=정다준 기자] 부산신항만 컨테이너부두에 컨테이너가 쌓여있는 모습. ⓒ천지일보 2024.08.29.](https://cdn.newscj.com/news/photo/202504/3261561_3323804_1828.jpg)
[천지일보=김현진 기자] 한국 경제가 글로벌 통상 전쟁의 직격탄을 맞을 거란 전망이 나오면서 ‘R(recession, 경기침체) 공포’에 휘말리고 있다. 미국의 전방위 관세 정책이 현실화되자 국제통화기금(IMF)은 한국의 올해 성장률을 1.0%까지 끌어내렸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와 비슷한 수준인데, 수출 의존도가 높고 미국·중국과의 교역량도 많은 우리 경제의 특성이 반영된 데 따른 영향으로 분석된다.
IMF는 22일(현지시각) 발표한 ‘4월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우리나라의 2025년 경제성장률을 1.0%로 하향 조정했다. 불과 석 달 전인 1월 보고서에서 제시한 2.0%보다 1.0%p나 낮아진 수치다. 내년 성장률도 2.1%에서 1.4%로 줄였다. IMF는 24일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리는 춘계총회를 앞두고 미국의 관세 조치 영향을 반영해 이번 전망을 내놨다.
IMF는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 역시 3.3%에서 2.8%로 낮췄고, 미국과 유럽 주요국, 중국과 인도 등 대부분 국가의 성장률을 일제히 하향 조정했다. 그러나 한국은 선진국 중에서도 하락 폭이 가장 컸다. 멕시코(1.4%→-0.3%), 태국(2.9%→1.8%)을 제외하면 전체 조사 대상 국가 중 세 번째로 가장 큰 낙폭이다. 한국의 수출 의존도와 대미·대중 교역 비중이 높은 구조가 반영된 데 따른 결과다.

특히 장기화되는 내수 침체에다 정치·사회적 불확실성까지 겹치면서, 한국 경제의 복원력은 더욱 약화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올해 들어 정부와 주요 국내외 기관이 제시한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는 계속 낮아지고 있다. 정부가 연초에 제시한 1.8% 전망은 이미 무게를 잃었고, 한국은행·OECD·ADB 등은 일제히 1.5% 수준으로 내렸다. 이달 들어서는 IMF의 전망처럼 1%대 초반으로 추락한 전망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경제성장률 1.0%는 한국 경제사에서 흔치 않은 숫자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정점을 찍은 2020년의 -0.7%를 제외하면,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의 0.8%에 버금가는 저성장이다. 2000년 이후 한국이 1.0% 이하의 성장률을 기록한 해는 이 두 차례뿐이다.
IMF가 이번 전망을 작성한 기준일은 미국이 상호관세 부과 방침을 공식화한 직후인 4월 4일이다. 한국이 10%의 기본 관세와 함께 25%의 상호관세, 품목별 개별관세까지 적용받는 상황을 가정해 분석한 결과다. 향후 통상 협상에서 관세 조치가 일부라도 철회되지 않는다면 우리 경제는 사실상 침체 국면에 근접할 것이라는 게 IMF 분석이다.
더욱이 미국과의 협상이 일부 진전된다고 하더라도 미·중 간 무역 갈등이 격화될 경우 한국 역시 거센 파장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대중 수출 비중이 높은 한국의 산업 구조상 미중 간 마찰은 고스란히 수출 둔화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한국은행 역시 우려를 감추지 않고 있다. 지난 20일 발표한 ‘올해 1분기 및 향후 성장 흐름 평가’ 보고서에서 한은은 1분기 성장률이 0.2%를 밑돌았을 가능성을 시사하며, 마이너스 전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 경우 한국 경제는 지난해 2분기부터 4개 분기 연속 0.1% 안팎의 저성장을 기록하게 된다. 사실상 경기침체의 전 단계에 진입한 셈이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최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당초 정부의 전망은 1% 중반대였지만 작년 4분기와 올해 1분기의 성장세가 나쁠 것으로 예상하기에 상당 폭의 하방 위험이 있다”며 “미국발 관세 충격이 있어 소비나 기업 심리가 많이 위축된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지난주 금통위 기자간담회에서 “전 세계적으로 미국 행정부의 관세 정책으로 인해 성장률이 크게 낮아지는 상황”이라며 “한국은 관세 효과를 고려하지 않더라도 1분기 정치적 불확실성이 생각보다 오래돼 성장 폭이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추가적인 재정 보강이나 통화 완화 정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 총재는 “12조원 추경 시 한 0.1%p 정도 경제를 올리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경기가 이렇게 나빠질 때 통화정책이나 재정정책 만으론 대응하긴 어려운 만큼 양쪽이 공조를 해 나가야 한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