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 하락, 성장률 하방 압력
노동시장 구조적 문제 투영

고령화.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고령화.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김누리 기자] 저성장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고령층 노동 수요 확대 등 노동시장 개선이 필요하다는 국책연구기관의 분셕이 나왔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3일 ‘KDI 현안분석: 인구 요인이 소비성향에 미치는 영향과 시사점’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KDI가 지난 2004년부터 2024년까지 인구 요인과 소비성향을 분석한 결과 이 기간 연평균 민간소비 증가율이 3.0%로, 국내총생산(GDP) 성장률(4.1%)을 밑돌았다. 처분가능소득 대비 소비지출 비율을 의미하는 평균소비성향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민간소비 증가율과 GDP 성장률이 같아야 한다.

최근 20년간 기대수명이 6.5세 오르는 등 가파른 증가세를 보인 가운데 우리나라 평균 소비성향은 3.6%p 하락했다. 이 중 기대수명 증가(6.5세)로 인한 영향이 3.1%p에 달했다.

KDI는 기대수명이 1년 늘어날 때 소비성향은 0.48%p 하락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은퇴연령에 비해 기대여명이 빠르게 증가할 경우 퇴직 후 여생이 길어지면서 노후 대비 저축 동기가 강화돼 소비성향이 낮아지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초고령층으로 갈수록 소비성향은 다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생애 전반에 걸쳐 일정한 소비 수준을 유지하려는 경향 때문에 소득이 낮은 노년기에 상대적으로 높은 소비성향이 나타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는 당분간 소비성향이 하락세를 보이다가 초고령층 인구 비중이 빠르게 늘어나는 2030년대 중반 이후에는 반등할 것으로 추정된다.

KDI는 이 같은 고령화에 따른 평균소비성향의 하락이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구조적인 문제에 기인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기대수명 증가에도 생애주직장 퇴직 연령에는 큰 변화가 없어 퇴직 후 상대적으로 소득이 낮고 불안정한 일자리에 종사하게 될 가능성에 대비해 저축성향이 상승하고 소비성향이 하락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상황이 장기화할 경우 결국 잠재성장률을 끌어내리는 요인으로도 작용할 것으로 전망됐다.

KDIS는 “지난 20년간의 평균소비성향 하락에는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구조적인 문제가 투영돼 있는 만큼, 이를 완화하기 위한 대응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KDI는 기대수명 증가에 대응해 은퇴 시점이 적절히 조정될 수 있도록 고령층의 노동시장 참여를 제약하는 구조적 요인들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연공서열형의 경직적인 임금구조를 개선하고 직무 및 성과 중심의 임금체계를 강화하는 한편, 정년퇴직 후 재고용 제도를 활성화하는 등 노동시장의 마찰적 요인을 해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를 통해 고령층 노동 수요를 확대해야 한다는 정책 제언이다.

김미루 KDI 연구위원은 “고령층의 노동 수요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며 “고령 인력의 적절한 활용이 늘어나면 저출생·고령화로 인한 잠재성장률 하락 압력을 일부 상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제보하기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