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임혜지 기자] 수십 년간 줄어들던 미국 기독교인 비율이 최근 5년간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2000년대 초반 출생한 Z세대가 이전 밀레니얼 세대보다 종교적 성향이 강한 것으로 나타나 ‘세대교체’로 인한 기독교 쇠퇴 전망에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미국 여론조사기관 퓨 리서치 센터가 지난해 7월부터 올해 3월까지 미국 성인 3만 690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종교 환경 조사(RLS)’에 따르면 현재 미국인의 62%가 자신을 기독교인으로 분류했다.
이는 2007년 첫 조사 당시 78%에서 꾸준히 하락해 온 수치가 2019년 이후 60~64% 선에서 안정화된 것이다. 종교별로는 개신교가 40%, 가톨릭이 19%, 기타 기독교(정교회, 모르몬교, 여호와의 증인 등)가 3%를 차지했다.
퓨 리서치 센터는 “장기적인 감소세는 뚜렷했으나 최근 5년간 기독교인 비율이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가톨릭은 2014년 이후, 개신교는 2019년 이후 감소세가 크게 둔화됐다”고 덧붙였다.
반면 무종교인(무신론자, 불가지론자, 특정 종교 없음 등)은 29%로 집계됐다. 이는 2007년 이후 꾸준히 증가해온 수치지만, 최근 몇 년간은 정체 상태를 보이고 있다.
기독교 외 종교는 여전히 소수에 그쳤다. 유대교가 1.7%로 가장 높았고, 이슬람교(1.2%), 불교(1.1%), 힌두교(0.9%) 순이었다. 다만 이슬람교와 힌두교는 2007년과 비교해 각각 3배, 2배 이상 증가했다.
주목할 점은 가장 젊은 성인 세대(18~24세)가 이전 세대(24~34세)보다 종교성이 강하게 나타난다는 점이다. 2000년에서 2006년 사이 출생한 Z세대는 1990년대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비슷한 비율로 자신을 기독교인으로 분류했으며, 종교가 삶에서 중요하다는 응답과 정기적 예배 참석률도 비슷했다.
퓨 리서치 센터는 “종교적 성향이 강한 고령층이 사망하고 덜 종교적인 젊은 세대로 교체되면서 기독교 인구가 감소해왔다”면서도 “현재의 안정세가 장기적으로 유지되려면 젊은 세대가 나이 들면서 더 종교적이 되거나, 부모 세대보다 더 종교적인 자녀 세대가 등장해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종교사회학자 마크 채브스 듀크대 교수는 “Z세대의 종교 회귀 현상이 일시적인지 추세 전환인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며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가 정체성과 공동체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종교에 관심을 보이는 현상일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