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성산불 현장서 헬기 추락 발생한 지 11일만
사고헬기, 44년 넘은 노후 기종… “대책 마련 시급”

6일 대구 북구 서변동 산불 진화 작업에 투입된 헬기가 화재 현장 인근에서 추락해 70대 조종사가 숨진 가운데 당국이 사고 현장을 확인하고 있다. 2025.4.6. (출처: 연합뉴스)
6일 대구 북구 서변동 산불 진화 작업에 투입된 헬기가 화재 현장 인근에서 추락해 70대 조종사가 숨진 가운데 당국이 사고 현장을 확인하고 있다. 2025.4.6. (출처: 연합뉴스)

[천지일보=김정필 기자] 6일 오후 대구 북구 서변동에서 발생한 산불을 진화하던 헬기가 추락해 조종사 1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대구소방안전본부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41분께 북구 서변동 야산에 발생한 산불을 진화하기 위해 투입된 헬기가 추락해 조종사 정모(74)씨가 사망했다. 

불이 난 지점에서 약 100m 떨어진 곳에 추락한 헬기에는 당시 조종사 1명만 탑승하고 있었다.

산불 진화에는 총 5대의 헬기가 투입됐으며, 산불은 약 1시간여 만인 오후 4시 18분께 진화됐다. 

한 시민은 “헬기가 건물 5층 높이도 안 되는 곳에 떠 있다가 갑자기 추락을 했다”며 “내가 기억하기로는 헬기 앞쪽 프로펠러가 비닐하우스에 닿으며 떨어졌다”고 사고 당시 상황을 연합뉴스에 전했다. 이 시민은 헬기 추락 현장에서 50m가량 거리에 있는 밭에서 일을 하던 중 사고를 목격했다. 

고인이 된 정 기장은 1981년부터 최근까지 44년간 헬기를 조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1985년부터 25년간 충남·경기경찰청 등 지방 항공대에서 근무했다. 2010년 6월 경찰 복무를 마쳤을 당시 그의 총 비행시간은 5000여시간으로 파악됐다. 

정 기장은 과거 골절상 등을 입은 등산객을 헬기를 이용해 구조하기도 했고 교통량이 증가하는 설, 추석 연휴, 여름 휴가철에는 집에 가지 못하고 공중 교통관리를 하며 신속한 교통정보를 제공하기도 했다.

정 기장이 타고 있던 헬기는 생산된 지 40년 이상인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헬기는 44년 된 벨(BELL) 206L 기종으로, 동구청이 산불 진화용으로 임차해 활용하고 있었다.

6일 대구 북구 서변동 산불 진화 작업에 투입된 헬기가 화재 현장 인근에서 추락해 70대 조종사가 숨진 가운데 당국이 사고 현장을 확인하고 있다. 2025.4.6. (출처: 연합뉴스)
6일 대구 북구 서변동 산불 진화 작업에 투입된 헬기가 화재 현장 인근에서 추락해 70대 조종사가 숨진 가운데 당국이 사고 현장을 확인하고 있다. 2025.4.6. (출처: 연합뉴스)

이처럼 낡은 진화 헬기가 산불 현장 등에 투입됐다가 추락하는 사고가 반복되고 있어 당국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앞서 지난달 26일 경북 의성군 신평면에서도 인근 4개 시·군으로 번진 대형 산불을 끄기 위해 투입됐던 진화 헬기 1대가 추락해 기장 박모(73)씨가 사망했다. 해당 헬기는 강원도 인제군 소속으로 담수 용량 1200ℓ의 S-76 기종 임차 헬기며, 1995년 7월 생산돼 30년 가깝게 운항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 11월에도 강원도 양양에서 산불 예방·진화용으로 운영됐던 S-58T 기종 중형 임차 헬기가 추락해 5명의 인명피해가 났다.

이 헬기 또한 1975년 제작돼 생산한 지 47년 된 노후 기종으로 파악됐으며, 당시 속초시가 대표 계약을 해 속초·고성·양양 등 3개 지자체가 공동 운용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산림 당국 등에 따르면 산림청에서 보유 중인 진화 헬기는 모두 50대로, 기령이 20년을 초과한 헬기는 약 65%(33대) 정도다. 이 가운데 기령이 30년 이상 된 헬기는 12대가량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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