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억원 물려주면 상속세 ‘2억→0원’… 유산취득세 도입 추진
배우자 10억원, 자녀 1인당 5억원으로 공제폭 대폭 늘어나

[천지일보=이우혁 기자] 정부가 상속세 부과 방식을 전면 개편하면서 다자녀 가정과 부유층이 가장 큰 혜택을 받을 전망이다. 상속세 계산 방식이 기존 ‘유산세’에서 ‘유산취득세’로 변경될 경우 상속 재산이 많더라도 자녀 수가 많을수록 세금 부담이 크게 줄어드는 구조가 되면서다.
특히 배우자와 자녀 공제 한도가 대폭 확대되면서 서울 아파트 한 채를 물려줘도 상속세를 한 푼도 내지 않을 수 있는 사례가 속출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정부의 세수가 연간 2조원 이상 줄어들 것으로 예상돼 국회 통과 과정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유산세→유산취득세, 뭐가 달라지나?
기획재정부는 12일 ‘유산취득세 도입 방안’을 발표했다. 현재는 피상속인의 전체 재산을 기준으로 세금을 부과하는 ‘유산세’ 방식이 적용되고 있지만, 정부는 이를 상속인이 실제 받은 금액을 기준으로 세금을 부과하는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변경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상속 재산이 여러 명에게 나누어지면서 높은 누진세율을 피할 수 있어 전체적인 세금 부담이 대폭 줄어든다. 기존에는 전체 상속 재산이 많으면 최고 세율(50%)이 적용됐지만, 개편안에 따르면 개별 상속인의 과세 기준이 낮아지면서 20~30% 수준으로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
예를 들어 30억원의 재산을 배우자(법정상속분 12억 9천만원)와 두 자녀(각 10억원)에게 상속할 경우 현행 방식에서는 전체 상속 재산을 기준으로 계산해 4억 4천만원의 상속세를 부담해야 한다. 하지만 유산취득세 방식이 적용되면 배우자를 제외한 두 자녀가 각 9천만원씩 총 1억 8천만원만 부담하면 된다. 기존보다 세금이 약 60% 줄어드는 셈이다.
◆배우자·자녀 공제 대폭 확대
정부는 상속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배우자와 자녀 공제를 대폭 확대했다. 배우자 공제는 기존 5억~30억원(법정상속분 기준)에서 10억원까지 전액 공제로 변경되며, 자녀 공제는 기존 1인당 5천만원에서 5억원으로 크게 상향된다.
이로 인해 배우자가 없는 피상속인이 15억원의 재산을 세 명의 자녀에게 상속할 경우, 현재 제도에서는 일괄공제 5억원을 제외한 과세표준 10억원에 대해 2억 4천만원의 세금을 내야 하지만, 유산취득세 방식이 적용되면 자녀 1인당 5억원씩 공제받아 상속세가 0원이 된다.
또한 배우자와 두 자녀가 20억원 상당의 집을 상속받을 경우, 기존 제도에서는 1억 3200만원의 상속세를 부담해야 했지만, 개편안이 적용되면 상속세를 한 푼도 내지 않게 된다.

◆다자녀·부유층 유리… 세수 감소 우려
이번 개편안으로 인해 상속인이 많을수록 세금 부담이 줄어들기 때문에 다자녀 가정, 특히 자산이 많은 부유층이 더 큰 혜택을 받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예를 들어 5억원을 초과하는 재산을 물려받는 경우 기존에는 최고 40~50%의 상속세율이 적용됐지만, 개편 후에는 상속인이 많을수록 과세표준이 낮아져 20~30% 수준으로 조정될 가능성이 높다.
반면 정부의 세수는 연간 2조원 이상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향후 국회 논의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여야 모두 배우자 상속세 감면에 대해서는 공감대를 이루고 있지만, 전체적인 상속세 감세 폭을 두고는 찬반 논란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번 유산취득세 개편안을 이르면 오는 2028년부터 시행할 계획이지만 국회 통과 여부는 불투명하다.
특히 야당은 상속세 개편으로 인해 부유층 감세 효과가 커질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실제로 다자녀 부유층에게는 큰 혜택이 돌아가지만, 자녀 수가 적거나 상속 재산이 적은 가구에는 상대적으로 감세 효과가 크지 않다는 점이 논란이 될 가능성이 크다.
또한 이번 개편안에는 최고세율 인하 방안이 포함되지 않아 일부 재계에서는 “반쪽짜리 개편”이라며 아쉬움을 표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상속세 최고세율(50%)은 OECD 국가 중에서도 높은 수준으로 상속세 부담을 더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