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우크라 지원 중단 틈 노려
러 “쿠르스크 4개 마을 탈환”

“가스관 걸어 우크라 급습” 보도
방독면 쓴 대원들 사진 공개

11일 미-우크라 사우디 회담
광물협정 및 종전 논의될 듯

우크라이나가 일부 점령한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에서 러시아 특수부대 약 100명이 가스관을 걷고 기어 우크라이나군을 기습했다고 9일(현지시간) 친러 블로거들이 밝혔다. 사진은 가스관에 있던 것으로 추정되는 러시아 특수부대 대원들. (출처: Stratcom Centre 엑스)
우크라이나가 일부 점령한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에서 러시아 특수부대 약 100명이 가스관을 걷고 기어 우크라이나군을 기습했다고 9일(현지시간) 친러 블로거들이 밝혔다. 사진은 가스관에 있던 것으로 추정되는 러시아 특수부대 대원들. (출처: Stratcom Centre 엑스)

[천지일보=이솜 기자] 우크라이나가 미국과 종전 및 광물협정 논의를 앞둔 가운데 앞서 우크라이나가 기습적으로 점령했던 쿠르스크 지역에 러시아가 공세를 강화하면서 탈환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로이터, AP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 국방부는 9일(현지시간) 러시아 서부 쿠르스크 지역에서 수자 북쪽과 북서쪽의 말라야 로크냐, 루스코예 포레치노예, 코시차 등 4개 마을을 탈환했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성명을 통해 “러시아군은 쿠르스크 지역의 우크라이나 군대를 계속해서 격파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러시아는 미국이 우크라이나의 지원을 중단한 틈을 타 가스관까지 타고 급습하며 저돌적인 공격을 보이고 있다.

전날 밤 우크라이나 출신 친러 블로거 유리 포돌랴카가 텔레그램을 통해 전한 바에 따르면 러시아군 특수부대 약 100명이 쿠르스크 지역 탈환을 위해 약 15㎞ 길이의 가스관 내부를 걷거나 기어서 이동했다. 이 가스관은 최근까지 러시아가 유럽으로 가스를 수출하는 데 사용했던 것으로, 넓이는 약 1.5m에 불과하다.

러시아군은 수자 인근에서 우크라이나군을 기습하기 전까지 나흘간 파이프 내부에서 대기했다고 블로거 유리 포돌랴카는 주장했다. 수자는 2022년 2월 러시아의 전면 침공 이전 주민 약 5000명이 거주하던 마을로, 주요 가스 이송 및 계량소가 위치한 곳이다. 더불어 과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통해 유럽에 천연가스를 수출하던 주요 관문 중 하나였다.

또 다른 전쟁 블로거인 ‘투 메이저스’는 수자에서 격렬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으며 러시아군이 가스관을 통해 마을로 진입했다고 전했다. 러시아 텔레그램 채널들은 방독면을 착용한 특수부대 요원들이 거대한 파이프 내부를 이동하는 모습을 담은 사진을 공개했다.

우크라이나가 일부 점령한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에서 러시아 특수부대 약 100명이 가스관을 걷고 기어 우크라이나군을 기습했다고 9일(현지시간) 친러 블로거들이 밝혔다. 사진은 가스관에 있던 것으로 추정되는 러시아 특수부대 대원들. (출처: Stratcom Centre 엑스)
우크라이나가 일부 점령한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에서 러시아 특수부대 약 100명이 가스관을 걷고 기어 우크라이나군을 기습했다고 9일(현지시간) 친러 블로거들이 밝혔다. 사진은 가스관에 있던 것으로 추정되는 러시아 특수부대 대원들. (출처: Stratcom Centre 엑스)

우크라이나군 총참모부는 이날 저녁, 러시아 부대가 가스관을 이용해 수자 외곽에 교두보를 마련하려 했다고 공식 확인했다. 이들은 텔레그램을 통해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군을 제때 감지해 로켓과 포병 공격으로 대응했다”고 발표했다.

러시아 정부는 파이프라인 작업에 대해 공식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으나 체첸의 아흐마트 특수부대 사령관인 압티 알라우디노프 소장은 텔레그램을 통해 가스 파이프라인 내부에 있는 부대 사진을 게시하며 “러시아가 질 수 있다고 진심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는 게 놀랍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는 지난해 8월 쿠르스크 지역을 목표로 국경 너머 공격을 감행했다. 이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러시아 본토를 겨냥한 가장 큰 규모의 공격이었다. 불과 며칠 만에 우크라이나군은 약 1300㎢의 영토를 점령하고 전략적 요충지인 국경 마을 수자를 확보했으며 러시아군 포로 수백 명을 잡았다.

우크라이나의 이 작전은 향후 평화 협상에서 협상력을 확보하고 러시아가 동부 우크라이나에서 벌이는 지속적인 공세에서 병력을 분산시키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몇 달이 지난 지금 쿠르스크에 주둔한 우크라이나 병사들은 지속적인 공격으로 인해 지쳐 있으며 많은 인명 피해를 입었다. 현재 5만명이 넘는 러시아군이 공격을 가하고 있으며 이 중 일부는 러시아의 동맹인 북한에서 온 병력으로 알려졌다. 전장 지도에 따르면 수만 명의 우크라이나 병력이 포위될 위험에 처해 있다.

러시아는 쿠르스크뿐 아니라 우크라이나의 다른 지역에서도 느리지만 꾸준한 진전을 이루고 있다. 이날 러시아 정부는 군대가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 코스티아티노필 마을을 점령했다고 했으며 전날에는 우크라이나 수미 지역의 노벤케를 점령했다고 발표했다.

2024년 8월 16일 우크라이나 군인이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 수자에서 우크라이나가 통제하는 지역을 순찰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2024년 8월 16일 우크라이나 군인이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 수자에서 우크라이나가 통제하는 지역을 순찰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트럼프 “우크라 지원해도 질 것”

이 같은 상황은 미국과 우크라이나 간의 갈등 속에서 발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백악관 회동 중 종전 협상과 관련 격렬한 언쟁을 벌인 후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과 정보 공유를 중단했다. 그러나 양국이 다시 종전 및 광물협정 논의를 시작하면서 정보 공유 제한은 조만간 해제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국이 우크라이나와의 정보 공유 중단을 끝내려 한다며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이뤄질 우크라이나와의 협상에서 좋은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로이터에 따르면 미국 당국자들은 11일 사우디에서 우크라이나 대표단과 만나 우크라이나 전쟁을 종식시키기 위해 러시아에 양보를 할 의향이 있는지 여부를 볼 예정이다. 또한 이번 회담에는 미국과 우크라이나 간의 광물협정의 운명도 걸려 있다. 우크라이나 측은 광물협정에 미국이 전후 우크라이나 안보를 보장하는 내용을 담고 싶어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에 대해 낙관적인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이번 주에 많은 진전을 이룰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그는 “그들(우크라이나)은 거래에 서명할 것이지만 나는 그들이 평화를 원하기를 원한다. 그들은 이를 충분히 보여주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한 러시아에 대한 관세와 관련해 행정부가 다양한 부분을 검토하고 있으며 당국자들은 러시아, 중국, 이란이 10일 벌이는 군사 훈련에 대해 우려하지 않는다고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다른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가 (전쟁에서) 살아남지 못할 수도 있다”고도 말했다. 그는 이날 폭스뉴스 선데이 모닝 퓨처스 인터뷰에서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이 “미국의 지원 없이는 우크라이나가 생존할 수 없다”고 경고한 데 대한 질문을 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글쎄, (미국에게 지원을 받더라도) 어차피 살아남지 못할 수도 있다”고 답하며 “하지만 우리(미국)도 러시아와 관련해 약점이 있다. 양측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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