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난히 통과 예상··· 부결에 지역사회 ‘논란’
반대 측 “소송 패소 뒤집기 안 좋은 선례돼”
찬성 측 “유가족들의 회복을 위해 신경써야” 
유가족들 “정말 이제 아무것도 할 수 없어”

[천지일보 충북=김흥순 기자] 한 제천 화재참사 유가족이 지난 24일 오전 의회 방청석 밖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5.01.25.
[천지일보 충북=김흥순 기자] 한 제천 화재참사 유가족이 지난 24일 오전 의회 방청석 밖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5.01.25.

[천지일보 충북=김흥순 기자] 당초 통과될 거라 기대했던 ‘제천시 하소동 화재 사고 사망자 지원 조례’가 부결돼 지역사회에 논란이 일고 있다.

참사로 29명 사망··· ‘인재’ 논란 일었던 2017년 화재

[천지일보 제천=이현복 기자] 21일 오후 충북 제천시 하소동 피트네스센터 화재 사고 현장. 화재가 진압된 가운데 시커멓게 탄 건물 잔해가 모습을 드러냈다. 창문에선 흰 연기가 피어 오르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7.12.21 천지DB
[천지일보 제천=이현복 기자] 21일 오후 충북 제천시 하소동 피트네스센터 화재 사고 현장. 화재가 진압된 가운데 시커멓게 탄 건물 잔해가 모습을 드러냈다. 창문에선 흰 연기가 피어 오르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7.12.21 천지DB

지난 24일 오전 충북도의회는 제423회 임시회 2차 본회의를 열고 ‘충청북도 위기청소년 지원 조례안’ 등 조례안 26건과 ‘의료비후불제 융자금 채무보증 변경동의안’ 등 동의안 6건 총 32건의 안건을 무난히 처리했다. 다만 1건의 부의 안건인 ‘제천 화재참사 지원 조례’는 표결에 부쳤다.

앞서 제천 화재참사는 지난 2017년 12월 21일 오후 충북 제천시 하소동에 있는 한 스포츠센터에서 발생했다. 이 사고로 29명이 사망하고 36명이 부상을 입어 치료를 받았다.

참사 원인으로는 소방당국의 장비와 인력 부족, 스프링클러 오작동, 화재에 취약한 건물 외장재, 비상구를 창고로 사용하는 등 구조적인 문제들이 지적됐다. 이로 인해 ‘더 많은 인원을 구출할 수 있었다’는 의견이 나오는 등 ‘인재’라는 비판이 뒤따랐다.

지난해에 이어 또다시 부결··· 논란된 반대 논리

[천지일보 충북=김흥순 기자] 충북도의회가 지난 24일 오전 제423회 임시회 2차 본회의를 연 가운데 제천 화재사고 희생자들에 대한 지원 조례안을 표결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5.01.25.
[천지일보 충북=김흥순 기자] 충북도의회가 지난 24일 오전 제423회 임시회 2차 본회의를 연 가운데 제천 화재사고 희생자들에 대한 지원 조례안을 표결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5.01.25.

7년이 흐른 지난해 9월, 해당 조례안은 도의회 건설환경소방위원회에서 1차 표결에 부쳐졌으나 무산됐다. 이후 이번 회기에는 본회의에서 부의 안건으로 다시 채택돼 표결에 부쳐졌다.

표결에 앞서 A의원과 B의원은 반대 의견을 표명하며 유가족들의 슬픔에 공감한다고 전제한 뒤 “이미 유족들이 충북도와의 민사소송에서 패소했다”며 “조례안을 새로 만드는 것은 법에 반하고 안좋은 선례를 남길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반해 찬성 측 C의원은 “유가족들은 여전히 2017년 참사 당시로 멈춰 있다”며 “조례안을 통해 유가족들이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반박했으나 설득에도 불구하고 조례안은 부결됐다.

유가족들 “의원들의 태도, 초등학교 반장 선거만도 못해”

[천지일보 충북=김흥순 기자] 제천 화재참사 유가족들이 지난 24일 오전 충북도의회 방청석에서 참사 유가족들에 대한 지원 조례안이 최종 부결되자 퇴장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5.01.25.
[천지일보 충북=김흥순 기자] 제천 화재참사 유가족들이 지난 24일 오전 충북도의회 방청석에서 참사 유가족들에 대한 지원 조례안이 최종 부결되자 퇴장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5.01.25.

이 결과에 대해 유가족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회의장을 빠져나갔다. 당초 몇몇 의원들이 동료 의원 21명을 설득해 본회의에서 통과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으나 막상 표결에서 반대나 기권을 표명한 의원들이 속출하며 조례안이 부결됐다.

한 유가족은 “동의는 해놓고 투표할 때는 기권하거나 반대하는 모습이 초등학교 반장 선거만도 못하다”고 성토했다. 또 “지난해 9월에도 위원회에서 비슷한 일이 있었는데 본회의에서도 똑같이 되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며 탄식했다.

유가족·지역의원 “사법적 잣대 아닌 마음의 위로 필요… 결과 ‘당혹’”

유가족들은 이번 부결로 인해 더 이상 대책을 마련할 방법조차 떠오르지 않는다며 한계를 토로했다. 한 유족은 “우리 모두는 잠재적인 유가족이 될 수 있다”며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사법적인 잣대가 아니라 마음의 위로”라고 울먹이며 말했다.

이밖에 한 지역의원은 본지와의 전화 통화에서 “통과 안됐냐”며 “도의회에서 당연히 통과될 줄 알았는데 충격”이라고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유가족과 지역사회 노력에도 결국 폐기

[청주=뉴시스] 이도근 기자= 재난참사피해자연대와 재난피해자권리센터 '우리함께', 제천화재참사·오송참사 유가족협의회가 7일 충북 청주시 상당구 문화동 충북도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제천화재참사와 오송지하차도 참사 피해자 지원과 재발방지 대책을 즉각 마련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2025.01.07 nulha@newsis.com (출처: 뉴시스)
[청주=뉴시스] 이도근 기자= 재난참사피해자연대와 재난피해자권리센터 '우리함께', 제천화재참사·오송참사 유가족협의회가 7일 충북 청주시 상당구 문화동 충북도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제천화재참사와 오송지하차도 참사 피해자 지원과 재발방지 대책을 즉각 마련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2025.01.07 nulha@newsis.com (출처: 뉴시스)

이번 조례안은 지난해 9월 도의회 건설환경소방위원회에서 형평성 문제를 이유로 셀프 부결된 바 있다. 이후 이번 회기에서도 통과되지 않으면 자동 폐기될 수순이었다.

이를 막기 위해 제천의 정치인들과 직능단체 대표들이 공동명의로 서한문을 도의회 의장과 의원들에게 전달하며 법안을 살리려 했고 제천 참사 유가족들과 오송 참사 유가족들이 합세해 기자회견을 열어 도의회를 압박하기도 했다. 그러나 결국 이날 조례안은 부결돼 폐기됐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제보하기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