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터 소식통 인용 “이스라엘, 지역 지형 재편 목표”

[천지일보=이솜 기자] 이스라엘이 하마스 지도자 야히야 신와르 제거에 이어 내년 1월 미국 새 대통령이 취임하기 전에 지역 지형 재편과 완충 지대 개척을 목표 삼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18일(현지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서방 외교관, 레바논 및 이스라엘 당국자 등 소식통들은 이스라엘 지도자들이 군사적 승리를 넘어 가자지구의 하마스와 레바논의 헤즈볼라에 최대 피해를 입히기 위해 서두르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신와르의 살해를 달성했으니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게 가자지구 전쟁 종식을 압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네타냐후 총리는 바이든의 임기가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나 공화당 라이벌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중 차기 대통령과 함께 기회를 잡는 것을 선호할 수 있다.
이스라엘은 휴전 협정을 고려하기도 전에 헤즈볼라를 북부 국경에서 몰아내기 위한 작전을 가속화하고 있으며 팔레스타인과 유엔 기구들이 가자지구 북부를 다른 지역으로부터 봉쇄하려는 시도로 우려하는 가자지구의 밀집된 자발리아 난민 캠프로 밀고 들어가고 있다.
워싱턴 연구소 싱크탱크의 선임연구원인 데이비드 쉔커는 “이 지역에는 새로운 지형, 새로운 지정학적 변화가 있다”며 작년 10월 7일 하마스 공격이 있기 전까지 이스라엘은 적들의 공격에 제한적인 타격으로 대응했지만 더 이상은 아니라고 분석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지난 17일 성명에서 “이스라엘의 인질이 돌아올 때까지 가자지구 전쟁은 계속될 것”이라고 경고했으며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군 대변인도 신와르의 제거를 평가하면서도 “가자지구에는 다른 지휘관들이 있다”고 작전을 계속할 것이란 메시지를 보냈다.
하마스 정치국 부대표 칼릴 알 하야 역시 이날 신와르의 사망을 확인하면서 “이스라엘의 침략이 끝나고 군대가 철수할 때까지 이스라엘 인질들은 돌려보내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야망은 이런 군사적 승리보다 더 광범위하다고 소식통들은 로이터에 전했다.
지난 한 달 동안 레바논에서 시작된 지상 공격은 헤즈볼라를 북쪽 국경에서 약 30㎞ 떨어진 리타니 강 뒤편으로 몰아내고, 헤즈볼라를 완전히 무장 해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06년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마지막 전쟁 이후 채택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 1701호는 레바논 정부 이외의 무기와 무장 인원으로부터 강 남쪽 지역을 자유롭게 유지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유엔평화유지군(UNIFIL)을 주둔케 했다.
이스라엘은 헤즈볼라로부터 이 지역을 결코 통제하지 못했다고 불평하고 있다. 헤즈볼라는 이스라엘로부터 레바논을 방어해야 한다는 이유로 무장 해제를 거부한다.
이스라엘 관리들은 결의안 1701호를 이행하고 이스라엘 북부에서 대피한 주민 약 6만명이 안전하게 귀환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군사 행동뿐이라고 말한다. 한 이스라엘 외교 소식통은 로이터에 “현재로서는 외교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말했다.
레바논 보안 관리와 레바논 남부 상황에 정통한 한 외교관은 이스라엘이 헤즈볼라와 함께 이 지역에서 평화유지군을 몰아내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추측했다. 그는 이스라엘군이 평화유지군 기지가 있는 전략적 요충지에 접근하기 위해 싸우고 있다고 말했다.
이 외교관은 “그들의 목표는 이 완충 지대를 정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군은 헤즈볼라가 수년 동안 평화유지군 초소 내부 및 인접 지역에서 활동해 왔다며 이곳에 공격을 가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유엔은 평화유지군이 레바논 남부에 있는 그들의 자리를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유엔 평화유지군 업무를 관장하는 장-피에르 라크루아 유엔 사무차장은 지난 14일 “결의안 1701호가 이행되지 않았다면 그것은 평화유지군이 이행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주장에 맞서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스라엘은 작년에 여러 아랍 국가에 가자지구 국경의 팔레스타인 쪽에 완충 지대를 조성하고 싶다고 통보했다. 하지만 이스라엘이 얼마나 깊이 만들고 싶어 하는지, 전쟁이 끝난 후 어떻게 시행할지는 불분명하다.
전쟁 초기 집중 포격을 받았던 자발리아에서 이스라엘의 공세가 계속되면서 팔레스타인과 유엔 기구들 사이에서 이스라엘이 가자 지구 북부에서 주민들을 쫓아내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이를 부인하며 하마스가 재편성하는 것을 막으려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지난 5월, 이스라엘군은 이집트와 가자지구 남쪽 국경을 따라 이어지는 좁은 지대인 이른바 필라델피아 회랑으로 이동해 팔레스타인 영토의 모든 국경을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 있게 됐다. 이스라엘은 전후 가자 지구를 누가 통치하든 이 통로가 하마스로의 무기 및 물자 밀반입에 이용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보장 없이는 영구 휴전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스라엘은 또 지난 1일 이란이 6개월 만에 두 번째로 이스라엘을 직접 공격한 탄도 미사일 포격에 대한 대응도 계획하고 있다. 중동은 이스라엘의 대응이 석유 시장을 교란하고 숙적 간의 전면전을 촉발할 수 있다고 우려하면서 이스라엘의 대응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지난주 이스라엘의 대응이 “치명적이고 정확하며 무엇보다도 예상치 못한 것”이 될 것이라고 말했지만, 이스라엘은 새로운 전선을 열지 않을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이란도 이스라엘이 보복할 경우 다시 군사 행동을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거듭 경고했다.
어쨌든 네타냐후 총리는 국경에서 적을 제거해 이스라엘 주변 지도를 자신에게 유리하게끔 다시 그리기로 결심했다.
레바논의 한 정치 관리는 로이터에 “그는 자신의 승리를 주머니에 넣고 전쟁을 추구하며 새로운 (지역적) 현상 유지를 강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