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제10회 ‘잠원나루축제’ 개최
‘3000마리 누에 분양’ 인기 폭발
다양한 체험 부스, 방문객 북적
조선 왕비의 친잠례 재현 공연도
![[천지일보=최수아 기자] 19일 서울 서초구 잠원체육공원에서 열린 ‘잠원나루축제’에서 방문자들이 누에 체험을 진행하고 있다.](https://cdn.newscj.com/news/photo/202410/3190405_3234547_3435.jpg)
[천지일보=최수아 기자] 서울의 가을 하늘 아래, 도심 한가운데에서 잊혀져 가던 전통이 되살아났다. 서울 서초구 잠원체육공원에서 전통과 생명의 신비를 만날 수 있는 이색적인 ‘잠원나루축제’에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역사와 전통을 기리는 이 축제는 올해로 10회를 맞이했으며 잠원의 양잠 역사를 재현하며 도심 속에서 자연과 교감하는 특별한 기회를 제공했다. 특히 ‘누에 3000마리를 분양’하는 체험과 조선시대 왕비가 뽕잎을 따고 누에를 치던 ‘친잠례 재현’은 축제의 하이라이트로 자리 잡았다.
◆아이들 반응 뜨거운 ‘누에 분양’
19일 서울 서초구에 있는 잠원체육공원은 이른 시간부터 모여든 방문객들로 붐볐다. 이날 축제의 가장 큰 관심사 중 하나는 바로 3000마리 누에 분양. 특히 어린이들을 동반한 가족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으며 길게 줄을 선 모습이 축제의 열기를 실감하게 했다. “누에를 이렇게 가까이에서 보는 건 처음”이라며 기대에 찬 표정을 짓는 아이를 대신해 분양 문의가 이어졌다.
축제장에서 분양받은 누에는 아이들이 집으로 가져가 약 25일간의 짧은 생애를 지켜보며 고치를 만들고 나비가 되는 과정을 관찰하게 된다.
누에를 받아 든 아이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아이들은 “너무 귀엽다”, “파란색도 있다”, “느낌이 너무 좋다. 보들보들하다”라며 누에를 조심스레 손에 올려놓고 기뻐했다.
또 “물지 않는다”며 동생에게 만져보길 권유하는 아이도 있었다. 또 “이게 진짜 나비가 될 수 있느냐”며 호기심 가득한 질문들과 “무섭다”며 뒷걸음치는 다양한 반응 등이 누에 체험장 주변에서 퍼져 나왔다.
6살 진희(가명, 여)는 “집에 가서 누에가 고치를 잘 만들도록 돌봐줄 것”이라며 눈을 반짝였다. 진희는 부모님과 함께 이번 행사에 오기 위해 2주 전부터 준비했다며 미리 준비한 ‘누에 집’을 수줍게 소개했다.
친구들을 대동한 김민재(남, 12살)군은 이번 축제에서 특별한 열정을 보였다. 그는 이미 집에서 10마리의 누에를 키워본 경험이 있다고 자랑하며 친구들에게 누에에 대해 열심히 설명하고 다녔다. 김군은 “집에서는 살 확률이 낮다. 고치는 만들었는데 갑자기 죽었다”며 “이번에는 잘 키울 수 있을 것 같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반포에서 할머니와 같이 온 수진(가명, 6살)이는 “누에를 받고 싶어서 왔다”며 집에 곤충들이 많다고 소개했다. 누에 박물관도 다녀왔었다는 수빈이는 되래, 누에의 눈이 어디 있는지 아냐며 ‘누에 박사’의 면모를 보여주기도 했다.
어른들에게도 큰 호응을 얻었다. 한 부모는 아이의 손을 잡고 “누에를 직접 키운다는 게 아이에게도 너무 좋은 경험이 될 것 같다”며 “집에서 고치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며 생명의 신비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를 표했다.
한 어르신은 손자와 함께 누에를 받으며 “내 어릴 적에는 시골에서 누에를 키워보기도 했는데, 이렇게 도심에서 다시 만나다니 감회가 새롭다”고 소감했다.
또 손자와 함께 온 김미연(가명, 60대, 여)씨는 “행사를 많이 다녀봤는데 잠원나루축제는 알차고 구성이 좋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특히 누에 분양과 뽕잎을 같이 주는 프로그램은 “누에 농가가 있는 전라북도 행사에서도 이렇게까지 서비스가 좋지 않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행사 관계자는 “이전 행사에서는 남은 누에를 나눠주는 방식이었지만 이번에는 처음으로 누에 분양을 정식으로 준비해 많은 분이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행사에 누에 분양프로그램엔 약3000마리, 500세트의 누에가 준비됐다.
![[천지일보=최수아 기자] 19일 서울 서초구 잠원체육공원에서 열린 ‘잠원나루축제’에서 방문자들이 다양한 부스를 체험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https://cdn.newscj.com/news/photo/202410/3190405_3234551_442.jpg)
◆장사진 이룬 다양한 체험 부스
부스에서 다양한 체험을 완료한 후 스티커를 받아야만 누에를 분양받을 수 있어 체험 부스는 종일 활기를 띠었다.
체험 부스로는 전통 놀이, 떡메치기, 나눔 바자회, 포토존, 페이스페인팅, DIY 만들기 등 다양한 체험 거리가 마련됐다. 아이들은 부모님의 손을 잡고 누에 분양을 위한 체험 부스 스티커를 모으기 위해 바쁘게 돌아다녔다.
박은후(가명, 10세)는 체험 부스 중에 활쏘기가 제일 재미있었다고 꼽았다. 그는 누에를 분양받기 위해 3개의 스티커를 받았다며 친구들과 바쁘게 이동했다.
가족 단위로 온 방문객들에게도 큰 호응을 받았다. 한 부모는 “다양한 체험 거리가 아이들에게 흥미롭게 마련돼있어서 좋았다”며 “대기 시간이 좀 있긴 하지만 충분히 기다릴 만 하다”고 했다.
지난해에도 잠원나루축제에 참석했던 한 주민은 “작년에는 비가 와서 아쉬웠는데 올해는 날씨도 너무 좋다”며 “특히 행사 규모도 작년보다 훨씬 커진 것 같고 누에 분양프로그램도 특이하다”고 웃음 지었다.
아이들 없이 딸과 사위와 함께 축제를 찾은 한 노부부는 “아이들은 없이 왔지만 볼거리가 많다”며 문화공연 프로그램을 관람했다.
![[천지일보=최수아 기자] 19일 서울 서초구 잠원체육공원에서 열린 ‘잠원나루축제’에서 방문자들이 공연을 관람하고 있다.](https://cdn.newscj.com/news/photo/202410/3190405_3234552_4434.jpg)
◆태권도 시범부터 친잠례, 세대 잇는 축제
오후로 접어들면서 본격적인 공연 행사들이 시작됐다. 하모니카 공연, 댄스스포츠 공연에도 시민들의 발걸음을 모여들게 했다. 특히 어린이들이 주인공이 돼 펼치는 태권도 시범은 관객석에서 “대한민국”이라는 함성이 터져 나올 정도로 큰 반응을 끌어냈다.
또 전통 놀이, 매직 버블쇼, 마술쇼 등 다양한 공연과 체험 행사는 가족들이 함께 시간을 보내며 추억을 만들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잠원나루축제의 백미는 ‘조선 왕비의 친잠례 재현’이었다. 많은 사람이 무대 앞에 모여들었고 조선시대 왕비가 뽕잎을 따고 누에를 치던 의식이 생생하게 재현됐다. 전통 의상을 입은 왕비 역의 주민과 어린이들이 함께 참여한 이번 의식은 양잠의 중요성과 이를 장려하기 위한 의미를 담고 있었다.
이어진 반상례(頒賞禮)와 수견례(收繭禮)는 누에고치 생산의 성과를 왕비에게 보고하고 수확한 고치를 바치는 전통적인 의식이다.
한 관람객은 “특별한 전통을 재현해주니 아이들에게도 큰 교육이 되는 것 같다”고 소감했다.
이날 잠원나루축제는 도심 속에서 전통을 현대적으로 해석하며 모든 세대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을 선사했다.
![[천지일보=최수아 기자] 19일 서울 서초구 잠원체육공원에서 열린 ‘잠원나루축제’에서 조선 왕비 친참례 행사가 진행되고 있다.](https://cdn.newscj.com/news/photo/202410/3190405_3234553_4517.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