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부터 전기·가스요금 4차례씩 올라
밀폐형 냉장고 도입 및 영업시간 조정
단열 효과 높이는 인테리어 방식 적용
‘에어컨’ 대신 ‘선풍기’ 찾는 소비자들

CU가 시범 도입한 밀폐형 냉장고. (제공: BGF리테일)
CU가 시범 도입한 밀폐형 냉장고. (제공: BGF리테일)

[천지일보=황해연 기자] 지속적인 경기 침체 속에 전기·가스요금까지 인상된 가운데 유통업계가 밀폐형 냉장고를 도입하거나 영업시간을 조정하는 등 전기세 부담을 줄이기 위한 노력에 한창이다.

22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1분기 전기·가스 및 기타 연료 물가지수는 전년 동기 대비 30.5% 오른 135.49(2020년=100)다. 이는 외환위기 당시였던 1998년 1분기(41.2%)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특히 전기료 물가지수는 136.48로 동기간 29.5% 오르면서 1975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지난해 전기요금은 4, 7, 10월 세 차례에 걸쳐 kWh(킬로와트시)당 19.3원 인상됐고 올해 1월에도 13.1원 올랐다.

겨울 난방과 취사에 주로 쓰이는 도시가스 물가는 129.00으로 36.2% 올랐으며 지난해 4차례에 걸쳐 MJ(메가줄)당 5.47원 인상됐다.

다만 지난 16일 정부가 전기·가스요금 인상 단행에 나서면서 올해 2분기 이후 전기·가스 물가의 상승세는 더욱 가팔라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유통업계는 본격적인 여름철에 앞서 집기 운영 효율을 높여 전기 에너지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 개방형 냉장고를 밀폐형 냉장고로 교체하는 등 잇따른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편의점 CU는 일부 점포를 대상으로 양문이 달린 밀폐형 냉장고를 시범 도입했다. 실제 CU가 지난 4월 중순 밀폐형 냉장고를 설치한 후 약 1달간 해당 집기의 전기 사용량을 측정한 결과 일평균 전력 소모량은 기존 집기를 사용했던 전년 대비 63%가량 줄었다.

CU 관계자는 “전기 에너지 감축 효과를 알아보기 위해 상반기 중 다른 입지에 밀폐형 냉장고를 추가 설치하고 효과 검증에 나설 것”이라며 “본부 차원에서 다양한 집기를 개발하고 테스트함과 동시에 기존 집기를 효율적으로 관리할 방안도 다각도로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세븐일레븐도 완전 밀폐형 냉장고 도입을 검토 중이다.

GS25는 지난 3월부터 GS25연대2점에 밀폐형 냉장고를 도입해 시범 테스트를 진행 중이며 이달 중 GS25역삼홍인점에도 추가 도입할 예정이다. 또한 GS25는 지난 2015년부터 투자·도입한 스마트 에너지 관리시스템(SEMS, Smart store Energy Management System)을 1만여개 점포에 적용 중인데 오는 2025년까지 전 점포로 확대할 계획이다.

GS25 관계자는 “현재 SEMS를 통해 GS25에서 절감된 에너지 금액은 연간 20억원 이상으로 확인된다”며 “SEMS는 사물인터넷(IoT)을 기반으로 한 시스템으로 기상정보 따라 전력 사용량을 자동 조절한다. 예를 들어 날씨에 따라 냉난방 온도를 조절하고 간판 조명 등을 자동 점등하는 방식”이라고 소개했다.

이 외에도 에너지 절감을 위해 단열 효과를 높이는 인테리어 방식도 적용 중이다. ‘로이유리(유리 표면에 금속 또는 금속산화물을 얇게 코팅한 것으로 열의 이동을 최소화시키는 에너지 절약형 유리)’를 도입해 단열 효과를 높여 에너지를 절감 효과를 끌어내고 있다.

서울 송파구 롯데마트 문이 달린(도어형) 냉장고. 2023.2.13. (출처: 연합뉴스)
서울 송파구 롯데마트 문이 달린(도어형) 냉장고. 2023.2.13. (출처: 연합뉴스)

롯데마트는 지난 2021년 9월 청량리점을 시작으로 현재 5월 기준 제타플렉스를 포함한 45개점에 냉장쇼케이스 도어를 설치했으며 올해 7월까지 약 30개점에 추가 설치를 진행할 예정이다. 롯데마트는 냉장쇼케이스에 도어를 설치함으로써 연간 1200만 kwh의 전력량이 절감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또한 롯데마트는 탄소배출 저감과 신재생 친환경 에너지 사용 확산을 위해 전국 51개점 옥상 및 유휴 주차장 부지를 활용해 태양광 발전 설비를 구축해 연간 9.2GW, 4인 가족 기준 약 2만 5000가구가 1년 동안 사용 가능한 전력을 생산하고 있다.

이마트는 지난달 자양점에 개방형 냉장고 도어 설치를 시범 설치해 테스트 중이며 향후 점포 확대를 논의 중이다. 이뿐 아니라 이마트는 지난해 점포 에너지 설비 효율을 개선하고 온실가스를 감축하기 위해 약 90억원을 ‘에너지 절감사업’에 투자했다. 에너지 절감사업을 통해 옥상 태양광 발전을 통해 신재생 에너지를 생산하고 올해 안에 모든 사업장의 점장 업무용 차량을 전기차로 전환할 계획이다.

대형마트·편의점 등 많이 시행되는 개방형 냉장고 도어 설치의 경우 에너지 효율 향상은 물론 식품 안전성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한국전력공사는 전국 식품매장 냉장고를 도어형으로 교체 시 연간 1780GWh 절감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전 관계자는 “전국 식품매장 개방형 냉장고 수량은 총 50만 4323대에 달하며 Door형으로 개조·교체 시 1대당 연간 3.5MWh 절감 가능하다”며 “이를 통해 연간 총 1780GWh를 줄일 수 있고 이는 약 48만 가구가 1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전력량”이라고 설명했다.

에너지 절약 실천 방안의 일환으로 영업시간 조정에도 나서는 추세다. 이마트와 홈플러스는 지난달부터 기존 오후 11~12시까지 운영하던 전국 점포, 24개 점포의 영업 종료 시간을 오후 10시로 줄였다. 업계는 이를 통해 고객이 비교적 적은 시간대에 사용되던 전기와 가스 등을 크게 절약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전기료 인상에 유통업계뿐 아니라 서민 가구에도 큰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4분기 소득 하위 20%인 1분위 가구가 연료비로 지출한 금액은 평균 7만 6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만 2025원(20.7%) 늘었다. 2분위 연료비 지출액은 7만 4634원으로 전년보다 1만 3459원(22.0%) 증가했다.

한편 더군다나 올해는 예년보다 빠른 더위가 오기도 했고 기온도 더 높을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냉방비 폭탄’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면서 전기세를 아끼려 선풍기를 찾는 소비자들이 많아졌다.

이마트의 지난 4월~5월 17일 선풍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4.3% 올랐다. 에어컨이 대중적으로 보급된 후 많이 찾지 않았던 선풍기가 전기요금 인상 후 다시 인기 제품으로 급부상한 것이다. 이달 15~17일 선풍기 매출은 313.5% 급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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